“따뜻한 소통의 여성 리더십으로 건설현장을 누비는 경영자”
“따뜻한 소통의 여성 리더십으로 건설현장을 누비는 경영자”
  • 정하연
  • 승인 2020.06.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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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건설 김숙식 대표
㈜성우건설 김숙식 대표(사진= 이 신 기자)

‘건설현장을 거침없는 누비는 전문건설회사 여성 경영자’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남성 못지않은 터프함을 가질 것 같은 이미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반대로 현장을 자상하게 챙기는 엄마나 누나 같은 이미지일 수도 있다. ㈜성우건설 김숙식 대표는 후자의 모습이다. 1994년에 설립된 성우건설의 원래 대표는 남편인 서병선 대표였다. 하지만 1999년부터 남편은 별도로 세워진 성우토건의 대표가 됐고, 그 공백은 아내인 김숙식 대표가 매웠다. 경영자로서의 일도 이제 20년 가까이 되서 현장에서 잔뼈로 굵을 만큼 굵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회사 여성 경영자를 인터뷰한다니 사뭇 궁금증이 솟아났다. 도대체 어떻게 건설현장을 통솔하고, 어떻게 경영을 이뤄나갈까? 호기심 어린 마음을 한가득 품고 김숙식 대표를 만나보았다.

 

고객과의 약속은 철저하게 지켜

LH 2020년 우수전문건설업체 선정(사진= 이 신 기자)

성우건설은 ‘LH 2020년 우수전문건설업체’ 상하수도 분야에 선정됐다. 상하수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건물은 아예 건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건설 사업의 측면에서는 하도급에 속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치열한 가격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반면, 상하수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땅을 파고 재공사를 해야만 한다. 일에서는 최고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현실에서의 대우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이런 힘들 분야에서 LH의 인정을 받았으니 일단 김숙식 대표의 실력 하나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우수전문건설업체로 선정되면 향후 2년간 혜택을 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저희로 하면, 심사하지 않고 그냥 통과가 됩니다. 원청업체에서는 그나마 한 단계라도 심사가 줄어드니 저희와 일을 하고 싶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2년 안에 그런 기회가 또다시 올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어떨 때 상하수도가 문제가 생겨서 다시 땅을 파보면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공사를 엉망으로 해놓은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그럴 때 ‘어떻게 공사를 이딴 식으로 해놓을 수가 있어!’라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최소한 저희 성우건설은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또 실제 그런 일은 이제까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죠. 설사 저희가 금액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일만큼은 완벽하게 하려는 열정과 성의가 이번 우수건설업체 선정의 배경인 것 같습니다.”
실제 김숙식 대표가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고객과의 철저한 약속’에 대해서는 한 걸음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다. 밤 12시, 새벽 2시가 되어도 문제가 생겨서 연락이 오면 바로 현장으로 발걸음을 한다.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는 일. 바로 그것이 김 대표의 일에 관한 철학이다. 그러나 보니 김 대표와 일을 하려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돈은 적지만 맡은 일을 철저하게 해주니 원청 입장에서는 다소 미안해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꾸 함께 일하려고 하고, 일의 성과도 좋으니 놓치고 싶지 않은 회사가 바로 성우건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일은 힘든 일이다. 전문건설업체 경영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일이 현장도 찾아야 하고, 일용직 근로자들과 대면해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때로 손해를 보면 돈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한번은 회사의 가장 오래된 직원에게  ‘혹시 경영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봐도 두 말도 하지 않고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돌린다. 그만큼 험하고 힘든 것이 전문건설업체의 경영자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김숙식 대표는 인천여상을 졸업하고 한 건설회사에서 회계를 맡아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때 만난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처음에는 건설업무를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었다. 과거 직장생활에서는 그저 회계만 담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도 많이 하다 보면 어느새 건설 용어가 하나둘씩 귀에 들어오고 일하는 사람들의 속성을 알게 됐다. 
“남편이 있으니 부담없이 일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이름만 걸어놓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건설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따면서 다양한 토목 분야의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체적인 토목건설의 전반적인 부분이 보였고, 또 여성 경영자로서 나름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 경영자라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또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각종 입찰 서류에 ‘김숙식’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으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헷갈리고 ‘그냥 이름만 올려놓은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통을 하는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장점이 많죠. 보다 섬세하고 친절하게 전후 사정을 따지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일용직 근로자들의 불만과 화가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경영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일용직 근로자를 관리하는 일이다. 어디서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고, 또 일부러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간식을 김밥 두 줄을 주지 않고 한 줄만 줬다고 화를 터뜨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김숙식 대표는 사람들이 없는 다른 공간으로 그 사람을 불러 대화를 하면서 마음을 헤아려준다. 하지만 김 대표를 마냥 호락호락하게 볼 수는 없다.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법을 악용해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 한번은 다행히 상대편에서 원만한 합의를 제시해서 불미스런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배상금액이 300만 원 임에도 불구하고 500만 원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려 한적도 있었다. 
“사실 저희 노무사가 늘 저에게 근로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정에 얽매이지 말라’는 충고를 하곤 합니다. 그럴 정도로 그들에게 대체적으로 잘해주는 편이죠. 하지만 그런 선의와 정을 악용하려는 것까지 묵인할 수는 없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 다른 회사의 전반적인 관리차원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오랜 현장 경영자의 일을 하면서 쌓은 나름의 강단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토목공학을 전공한 아버지를 따라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든든한 아들(서정현 과장)이 입사하여 함께 근무하고 있다. 서정현 과장은 두산중공업에서 5년간 근무하고 2세 경영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입사해 이제 1년차 이다. 이미 대기업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세한 중소기업에서의 근무는 무척 고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들이 이렇게 회사에 입사하니 오히려 직원들은 안심했다고 한다. 평소 성우건설에는 절대로 사퇴를 권고하지 않으니, 자녀도 부모의 철학을 따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도 정년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연’을 무척 소중히 여기는 김숙식 대표의 마인드 때문이기도 하다.
 

고생하는 직원들의 복지 신경 쓰고 싶어
“돌아보면 제가 참 ‘인연’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전생에 억겁의 인연이 쌓여야 현생에서 옷깃이라도 한번 스친다고 하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늘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가 어떤 고귀한 인연이 있었길래 이렇게 만날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소중하게 대한다면, 지금처럼 건강하고 활기차게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숙식 대표는 앞으로도 한 10년, 혹은 그 이상 거뜬하게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직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직원에 대한 복지이다. 김 대표는 그나마 영세한 회사에 입사를 지원하고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일해주는 사람이 너무도 고맙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직원들을 위해 대기업 수준까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복지제도를 마련해 보답하고 싶다는 것. 더구나 그녀는 ‘잘 되면 직원 탓, 못되면 내탓’이라는 생각으로 경영을 한다. 일이 잘 끝나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그렇게 된 것이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너무 낮은 단가에 일을 딴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김 대표의 마인드는 직원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경영에 임하는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직원을 뽑는 일이 가장 두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 사람을 고용하면 그 식구들까지 4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책임의식 때문이다. 직원들의 입장에서라면, 이런 경영자만 있다면 정말로 ‘일할 맛’이 날 것 같다. 
토목 현장에는 이런 말이 있다. 
‘건축물을 위로 솟아 남들에게 보이지만, 토목은 기초 공사이기 때문에 땅에 묻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남들에게 자랑하기 힘들 일일 수도 있지만 사명감과 책임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 바로 전문건설업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늘 뒤에서 따뜻하게 직원을 감싸고, 일용직 근로자를 돌보는 김숙식 대표의 여성 리더십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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