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님의 침묵‘이 맞아요?
[칼럼] ‘님의 침묵‘이 맞아요?
  • 최태호
  • 승인 2021.02.19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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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한용운 선생의 시로 유명한 <님의 침묵>이라는 시가 있다. 사실상 이 표현법은 옳지 않은 것이다. 우리 말에서 ‘님’이라는 단어는 어두에 올 수가 없다. ‘두음법칙’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두’에 ‘ㄴ’이 오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녀자’라고 하지 않고 ‘여자’라고 쓴다. 그 외에 몇 가지 예를 더 들어 보면 ‘락원’을 ‘낙원’이라고 하고, ‘로인’을 ‘노인’이라고 한다. 일반으로 단모음이 올 때는 ‘ㄹ’이 ‘ㄴ’으로 바뀌지만 ‘ㅣ’나 ‘l를 포함한 복모음’과 연결될 때는 ‘ㄴ’이 ‘ㅇ’으로 바뀐다. 그래서 ‘리발소’라고 하지 않고 ‘이발소’라고 하며, ‘님’이라고 하지 않고, ‘임’이라고 써야 한다. 그러므로 <님의 침묵>은 현대식으로 표기하자면 <임의 침묵>이라고 해야 한다.

문제는 요즘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ㄹ’이 어두에 있어도 발음을 잘 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아버지 세대는 ‘라면’을 ‘나면’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라면’이라고 발음할 수 있다. 서구적인 발음이 많이 들어오면서 두음법칙이 유명무실해지기 시작했다. ‘라디오’, ‘라디에이터’ 등을 발음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두음법칙이 사라질 수도 있다. 북한에서는 문화어라고 해서 김일성 시대부터 두음법칙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그쪽에서는 ‘로동신문’, ‘녀자’, ‘로인’등과 같이 쓰고, 그렇게 발음한다.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이제 ‘님’과 ‘임’의 차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말에서 ‘님’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것은 신라시대부터였다. 처음에는 ‘닏>닐>닐임>니임>님’의 변화과정을 거쳤다. <훈몽자회>라는 책에 보면 ‘님 주(主)’라고 하여 ‘임금’을 의미하였다. 그래서 신라의 ‘尼叱今(잇금), 尼師今(이사금)’에서 ‘尼叱(닛, 닏)’의 표기가 ‘님’의 어원이다. 이것은 일본으로 넘어가서 ‘nusi(主)’의 어근인 ‘nus>nut’의 어근이 되었다. 일본어 ‘nusi’는 우리말의 ‘닛(닏)’이 넘어가서 된 것임이 확실하다.

문제는 요즘 들어 젊은이들 간에 ‘님’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만연하고 있다는 말이다. “님께서 먼저 하셈.”, “님이나 하세욤.”과 같은 표현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본다. 오호 통재라! 이럴 때 쓰는 ‘님’은 확실하게 어법을 어긴 것이다. ‘선생님’, ‘어머님’, ‘아버님’과 같은 경우에 쓰는 ‘님’은 접미사이다. 사람이 아닌 경우에도 ‘님’을 접미사로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해님, 달님’등과 같은 경우에 인격화하여 쓰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리운 임’을 부를 때는 앞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임’이라고 써야 한다.(한용운 선사의 ‘님’이 ‘임’의 잘못으로 볼 수도 있다.) 접미사 ‘님’과 ‘그리운 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때로는 의존명사로서 ‘님’을 쓸 때도 있다. 이것은 앞 말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성이나 이름 다음에 써서 그 사람을 높여 부르는 역할’을 하는 의존명사로 쓰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최태호 님’이나 ‘길동 님’등에서 쓰인 것은 의존명사로서 ‘씨’보다는 높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말에는 엄연한 규칙이 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은 교양인의 할 바가 아니다. 가능하면 바른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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