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7 09:30 (수)
“불모지였던 한국 로봇 기술과 시장을 개척,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의료용 수술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불모지였던 한국 로봇 기술과 시장을 개척,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의료용 수술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정하연
  • 승인 2021.12.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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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렉소(주) 정성현 부사장

지난 10월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로봇 산업 발전 유공자에 대한 포상식이 열렸다. 로봇 산업의 발전에서 혁신과 공로를 인정받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자리였다. 이날 자랑스러운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사람은 정성현 큐렉소(주) 부사장이었다. 그는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 초반, 현대중공업에서 처음 산업용로봇 개발에 뛰어들어 지난 35년간 산업용과 의료용 로봇 산업 발전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특히 일반 로봇보다 더욱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든 의료용 로봇개발에서의 성과는 탁월하다. 2017년부터 큐렉소에서 CTO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정성현 부사장을 만나 대한민국 로봇 산업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직접 들어보았다. 

 

큐렉소(주) 정성현 부사장(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큐렉소(주) 정성현 부사장(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일본에서 설계 기술을 배워야 했던 시절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로봇 산업기술이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는 일본 및 유럽의 로봇을 수입해 자동차 공장 및 전자 공장 현장에 설치, 시운전을 하는것이 국내 로봇 업계의 실정이었다. 당시 정 부사장은 현대로보트산업(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문) 기술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고, 1990년초에 회사의 로봇국산화 사업정책 결정에 따라서 로봇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시기였기에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을 뿐이다. 결국 정 부사장을 팀장으로 일본에 가서 설계 기술까지 배운 후에야 장장 6년 만인 1996년 숙원이었던 ‘국산 6축 수직 다관절로봇(HR120) 모델’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당시 산업통상부 장관 신기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 로봇 산업기술의 1세대로서 활약한 그는 이번에 받은 상에 대해서도 감회가 무척 깊다고 말한다. 

“지난 35년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로봇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국산화를 한 이후에는 일본, 유럽의 글로벌 로봇 회사들과 경쟁하며 사업을 추진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정부로부터 이렇게 훌륭한 상을 받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특히 의료용 로봇은 만들기가 참 어렵습니다. 고도의 기술을 다루는 분야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누리호 발사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수많은 실패를 이겨내야만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저와 함께 의료용 로봇을 만들어온 모든 동료들에게 이번 수상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중앙대학교 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동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대중공업 기술연구소 로봇개발 연구원을 거쳐 지난 2017년까지 현대중공업 로봇 기술 개발 총괄 중역을 거치면서 산업용 로봇 30여종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 재직중에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50대의 나이에 전남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이수하기도 했고,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현대중공업-서울아산병원이 협력한 ‘HHI-AMC 의료기기 공동연구실’의 공동실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당시 의료용 로봇 5종을 개발했다. 

이제까지 그가 동료들과 함께 개발한 로봇은 수없이 많다. 아크용접용 로봇 HR006(수직 다관절 로봇, 6kg급 가반중량), 중형 핸들링용 로봇 시리즈(15kg급에서부터 100kg급), 대형중량물 로봇 모델 HR400(수직 다관절형, 가반중량 400kg급), 팔레타이징 로봇 HP130(수평다관절형 5축 로봇, 가반중량 130kg급) 등의 자동차산업용 국산 로봇 시리즈화를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또 전적으로 일본 수입에 의존해왔던 LCD 산업용 핸들링 로봇개발을 시작해 8세대에서부터 11세대 LCD 유리판을 핸들링하는 LCD 글라스 핸들링(Glass Handling) 로봇을 개발 및 상용화 해왔다. 결과적으로 그는 지난 세월 대한민국의 첨단로봇 산업기술의 위상을 확보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큐렉소(주) 정성현 부사장(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2020년, 드디어 의료용로봇 상용화에 성공

하지만 정 부사장은 결코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은 도전적인 성격이다. 2010년도부터는 신기술과 신사업을 위한 새로운 탐험에 나섰다. 선진수준의 의료임상 기술을 갖춘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연구실을 만들어서 수입산 의료 로봇만 존재하는 국내에서 국산 의료용 로봇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제가 만들었던 로봇은 정형외과용 ‘부러진 뼈 복구 수술 로봇’, 파열된 전방십자인대를 재건하는 ‘인대 재건 수술 로봇’, 인체 내 종양으로 의심되는 조직을 검사, 치료하는 ‘중재 시술 로봇’ 등으로 고정밀, 고난이도를 필요로 하는 수술용 로봇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료용 로봇은 기존의 다른 로봇과는 또 다른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의료의 영역인 것만큼, 단순한 제품 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물실험을 하고, 이후에는 사체 실험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 FDA도 통과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성과가 날 때마다 더 큰 열정으로 로봇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는 2017년, 한국야쿠르트 그룹 계열의 큐렉소로 현대중공업 의료로봇 개발 조직과 함께 이전해 더욱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 당시 만들어진 의료용 수술 로봇은 무릎 수술 로봇인 ‘큐비스 조인트(CUVIS Joint)’, 척추 수술 로봇인 ‘큐비스 스파인(CUVIS Spine)’, 하지 보행 재활 로봇인 ‘모닝워크(Morning Walk)’ 등 3종의 의료용 로봇을 개발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드디어 상품화할 수 있었다. 

큐비스 조인트는 CT 영상을 기반으로 수술 전 수립한 수술계획에 따라서 정밀하게 뼈를 절삭하는 무릎관절 수술 로봇이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서 안전하게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큐비스 스파인은 척추측만증 환자를 대상으로 척추경나사못(패디컬스크류) 삽입시 수술계획에 따라서 정확히 안내하고 고정해주는 수술 로봇이다. 수술을 쉽고 간단한 4단계, 즉 ‘셋업-스캔-플래닝-내비게이션’을 빠른 절차로 안내하고 실시간 위치추적을 통하여 높은 정확도와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보행 재활 로봇인 모닝워크는 하지마비 및 기능 저하 환자의 보행 재활 훈련용 로봇으로서 발판의 움직임을 통한 보행을 구현하고 착석형 체중을 지지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웨어러블방식 재활 로봇은 작업준비 시간이 20~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제품은 단지 2, 3분 내 준비를 완료함으로써 치료집중도를 높이고 환자 회전율을 높여서 병원경영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로봇으로 인한 회사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연평균 6%씩 매출 성장세에 있습니다. 2019년 344억 원, 2020년 393억 원, 2021년 400억 원 정도가 예측됩니다. 아울러 2020년에 국산화된 의료로봇을 하반기에 본격 판매한 것에 힘입어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품질안정화와 기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 많은 매출을 달성할 것이며, 수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인도의 메릴(Meril)사와 사업협력을 통하여 5년간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하여 지속적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지스 스파인(Aegis Spine)사와 함께 사업협력을 통하여 미국 시장 진출을 진행하고 있고, 호주 시장에 진출을 위해서 현지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한 중국 푸리에 인텔리전스(Fourier Intelligence)사와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중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50여 개 국에 위치한 방대한 글로벌 세일즈 파트너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혁신가’ 중요

아직 수출 금액 자체는 비중이 높지 않지만, 그 전망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수술 능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탑(TOP)에 손꼽힙니다. 과거에는 한국의 의사들이 미국에 가서 수술 기술을 배워왔지만, 이제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의사들이 한국의 수술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옵니다. 따라서 한국 자체의 시장은 좁지만, 일단 한국의 의사들과 병원의 인정을 받으면, 그것이 곧 글로벌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국내 영업을 기반으로 해서 전 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미국, 20%를 차지하는 유럽, 20%를 차지하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무려 35년간을 오로지 로봇 분야에 있었던 것만큼 감회도 깊고 삶과 경영의 철학도 남다르다. 무엇보다 그는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혁신가’가 되려고 노력했고 후배들에게도 권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산업체-병원-대학연구기관’이 하나가 되는 수술 로봇의 생태계를 일관되고 꾸준하게 지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성현 부사장에게 함께하는 직원들과 협력사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첨단기술인 의료용 로봇은 5G 기술 분야의 코어 기술이고, 2022년도 수술 로봇 시장규모는 130억 달러고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는 산업분야입니다. 향후 품질 강화와 기능 및 성능고도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의료용 로봇 글로벌기업으로서의 기업 위상을 반드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를 통하여 큐렉소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 모두에게 발전과 행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제나 실패를 넘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며 일해왔던 정성현 부사장. 지난 35년간 그랬듯이, 앞으로도 수십 년간 그가 대한민국의 수술 로봇의 발전에 계속 이바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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