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8 09:09 (수)
[칼럼] 친목 모임 총무는 항상 억울하다
[칼럼] 친목 모임 총무는 항상 억울하다
  • 홍미선
  • 승인 2022.04.09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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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계좌개설 없이 공금을 관리하면 횡령죄가 성립할까
법무법인 센트로 주상은 변호사

지난 3월 9일 제 20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에는 무려 14명이나 되는 후보가 등록되었고 선거운동의 열기가 뜨거웠다. 저마다 형형색색 포스터, 현수막을 붙이고 각자 후보의 이름과 기호를 불렀다. 대통령은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자리여서 어떻게든 그 자리를 맡고 싶어 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한은 없이 의무만 잔득 부여받는 억울한 일들도 많다. 동창회장, 동아리나 친목모임 총무 같은 자리가 그렇다. 특히 총무는 사람들로부터 생색을 낼 기회도 없으므로 더 억울하다. 총무는 주로 회원들로부터 돈을 걷고 회계 관리 업무를 맡는다. 어느 모임에 가든 총무를 맡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서로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드물고, 별도 보수를 주거나 이익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대개 착한 사람들이 총무를 맡는다. 

 

착한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타인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겠다는 각오와 정신으로 총무를 맡는다. 그러고 나서 후회한다. 아무런 직업이 없는 사람이라면 큰 부담이 없지만, 직업을 가지고 일정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총무까지 맡게 되면 그 부담은 더 크고, 억울함은 더해간다.

 

일반적으로 회사에 입사해서 적정한 보수를 받고 회계 업무를 한다면 회사 명의로 된 예금계좌를 개설해서 공금과 개인자금을 철저히 분리한다. 법인설립등기를 하여 별도의 법인격이 인정되는 회사는 예금계좌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10명 내외의 소규모 친목 단체는 법인격이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자기 예금계좌에 공금을 함께 보관하고 대충 관리한다. 자금관리 내역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총무는 자신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다가, 공금을 함께 보관하고 있던 예금계좌에서 증권투자를 하기도 하고, 개인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억울하게 총무를 맡은 기간이 길어지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총무를 맡기 싫어해서 억지로 떠맡고 있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렇게 관리하다가 회원 중 일부가 형사고소를 하게 되면,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가 있다. 현재 대법원에서 확립된 판례 법리상 타인의 재물을 예금계좌에 입금해서 보관한 자는 업무상 횡령죄의 주체가 되고, 자신의 예금계좌에 있던 돈을 자신의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계좌이체를 하면 그때 불법영득의사가 표출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권한은 없으면서 의무만 잔득 부담하는 친목 모임 총무는 맡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 

 

실제 이와 관련된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을 변호해서 무죄판결을 얻어낸 적이 있다. 피고인은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공금 관리 업무를 맡게 되었다. 위 건물소유자들은 건물임대를 해본 경험이 없고, 어쩌다가 함께 건물을 소유하게 되어서 건물임대를 하게 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피고인이 공금 관리를 맡게 되었으나, 위 관리 업무 수행에 따른 보수도 거의 없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위 업무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건물소유자들은 집을 비우고 어딘가 떠나있을 때가 많고, 피고인도 건물관리업무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예금계좌에 공금을 함께 섞어서 관리하게 됐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10년 이상 관리업무를 맡아 수행해왔지만, 건물 자체가 미등기 상태에 있는 오래된 건물이어서 임대 수익도 별로 없고, 건물 관리는 상당히 힘겨웠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건물소유자 중 한 사람이 건물 관리수익 분배를 요청했다. 회계장부를 꼼꼼히 정리해서 보내주었는데, 건물소유자는 수익이 너무 적다고 하면서 공금을 횡령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다가 업무상 횡령죄로 기소된 것이다. 

 

피고인은 공금을 자기 명의 예금계좌 4개에 나누어서 보관하고 있었고, 장부에 금원을 정확히 기재하고 영수증이나 자금이체내역이 있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 법리에 의하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공금으로 예금계좌에 보관되어 있던 돈을 자신의 다른 계좌에 입금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그 즉시 횡령죄가 성립하고, 나중에 위 금원을 반환하더라도, 횡령죄 성립을 되돌릴 수 없다. 

 

한편, 다른 대법원 판례 법리에 의하면 개인 자금과 공금이 한 계좌에 함께 섞여서 보관되어 있을 때에는 위 계좌에서 일부 금전을 개인용도로 사용했어도 예금계좌 잔액이 공금 총금액보다 많이 남아있다면 이때는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센트로는 위 판례 법리에 주목해서 공금이 보관되어 있던 예금계좌에 남은 돈이 공금 총액 이상이라는 점을 소명하고, 검사가 피고인이 개인 용도로 계좌이체하거나 사용한 금원이 공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촉구하는 형태로 변론 전략을 구성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개인용도로 계좌이체하거나 사용할 당시 예금계좌 잔액이 공금 총액보다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피고인에 대해서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숱하게 많은 억울한 일을 당하곤 한다. 어쩌다가 친목 모임 총무를 맡게 되어서 고역스러운 일을 하는 것도 억울한 일인데, 회계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면 더 억울할 것이다. 

 

어떤 모임이든 총무를 맡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무상으로 봉사해서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해서 괜히 총무를 맡았다가 형사처벌도 받고 민사소송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을 수 있다.더 이상 억울하게 총무를 맡고 형사처벌까지 당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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