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8 15:13 (화)
[Artist] 전통화훼장식 명장, 정현꽃꽂이 중앙회 정현숙 회장
[Artist] 전통화훼장식 명장, 정현꽃꽂이 중앙회 정현숙 회장
  • 홍미선 기자
  • 승인 2022.06.15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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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씨앗을 퍼뜨리는 민들레처럼, 꽃 특유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지난 팬데믹 기간에도 전 세계 화훼시장은 꾸준하게 발전해왔다. 팍팍한 현실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애정을 표현하는 수요가 늘어났으며 실내 장식에 대한 욕구도 커졌기 때문이다. 꽃소비 문화의 많은 변화가 수입 꽃에 밀려 재배농가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국내 화훼의 대중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다. 정현아트플라워 아카데미 정현숙 회장은 1968년부터 처음 꽃꽂이를 접하면서 1975년부터 본격적으로 꽃꽂이 교육에 투신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21 대한민국 그랑프리 미술대상 전통명장인 대상 수상, 2020 대한민국 전통화훼장식명장(전예 제20-명208호)인 그녀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국내 화훼 품종의 보급에도 많은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국내 방송 제작에서 그녀가 선보인 새로운 시도들은 당시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50년을 꽃과 함께해 온 정현숙 명장과 함께 향기로운 꽃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의 묘미 그대로 살리는 꽃꽂이
정현숙 회장은 국내 화훼시장의 초창기부터 활약해온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던 70년대부터 꽃을 배웠고 1982년부터 현재까지 미8군 Art&Craft center 아트 강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에게 훌륭하게 한국 화훼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학교 사회교육원 아트강사, 농림부 어린이 꽃 생활화 강사(2016~2019)를 역임했으며, 2017년에는 농촌진흥청 국립 원예 특작 과학원 신품종 선정위원, 농촌진흥청 연구개발 사업 결과 평가위원, (사)한국화훼협회 교육 이사, 한국개발품종 장식회 멤버, 한국 화훼 육성 계통 전문 평가단 위원으로 활약했다. 

정현숙 명장이 처음 꽃을 접게 된 것은 당시의 자연스러운 분위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학생일 때 여자들은 대부분 요리와 꽃꽂이를 배우곤 했습니다. 꾸준히 꽃꽂이 스승님을 만나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습니다. 그렇게 꽃을 너무 좋아하게 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해왔고 그러다 보니 꽃과 함께 5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다만 꽃꽂이는 생계를 위해서는 하기 힘든 면도 있습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서 흠뻑 빠져야 오랜 기간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현숙 회장의 꽃꽂이에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 바로 인공적인 면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해 낸다는 것. 물론 아예 조형 쪽으로 꽃꽂이를 할 때에는 인공적인 부분을 가미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자연을 현실에 그대로 옮겨 놓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보는 이들은 마치 자연에서 힐링하듯, 꽃을 보면서 자연미를 느끼고 힐링하게 된다. “꽃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됩니다. ‘예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기분 전환을 해주기 때문이죠. 또 꽃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매일 바쁘게 살다 보니 그러한 여유가 거의 없다시피 살아갑니다. 앞으로도 늘 일상에서 꽃과 함께하고, 또 꽃을 선물하는 그런 문화가 생겨서 지금보다 더 화훼 문화가 많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에는 꽃꽂이가 상류층들의 전유물인 양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래 꽃은 우리 옛조상들의 전통과 감성을 담은 도자기, 불단 문양장식, 고분, 유물, 민화를 통해 알듯이 모든 민중 누구에게나 가깝다는 것이 정현숙 명장의 설명이다. 예로부터 산과 들에서 꽃을 즐기고, 예쁜 꽃을 꺾어서 머리를 장식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꽃은 무엇보다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함께 해왔다. 

 

 

국산개발 육성, 품종 지킴이 홍보
꽃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강사로 활동하다 보니 여기저기 행사장에서 꽃을 주문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TV 방송국과도 연결이 되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무대에서의 꽃이란 그저 부차적인 장식용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현숙 회장은 ‘무대에서 꽃이 주인공이 되게 해 보자’는 파격적인 발상을 떠올렸고, 그렇게 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빅쇼’의 오케스트라 자리 전체를 모두 꽃으로 채워 넣는 것이었다고 한다. ‘빅쇼’는 지금도 유명한 ‘열린 음악회’의 전신 격인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이를 본 사람들은 그녀의 꽃장식을 보고 ‘미쳤다’는 극단적인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임팩트 있고 꽃이 주는 힐링의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과감한 시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88년 올림픽이 끝난 후 89년도에 ‘올림픽 1주년 행사’를 할 때도 참여했다. 꽃차를 10대나 장애인들과 함께 꽃장식을 해카퍼레이드를 하면서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대체로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점령하게 되면 무조건 자신들의 문화부터 전파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도 일본의 꽃꽂이가 우리나라에 많이 전파됐습니다. 그러니 한국의 꽃꽂이가 가진 독자적인 예술성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후, 다시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 꽃꽂이입니다. 그래서 이런 불합리한 점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그녀는 한국산 품종을 홍보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농촌진흥청 국립 원예 특작 과학원과 지난 20년간 함께 일해왔으며, 수입 꽃이 밀려 재배농가가 많이 줄고 있고 수요와 공급이 잘 맞추기 어려웠다. 실제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하면 품종 개발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개발된 것이라도 최대한 살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 품종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한국 고유의 품종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 정현숙 명장의 신념이기
도 하다. 

그녀가 이렇게 한국 화훼업계에서 우뚝 서기까지는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삶의 철학과, 남에게 절대로 피해를 끼치면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부모님의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제가 무남독녀로 자라다 보니 성격이 무척 강합니다. 그 때문에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죠. 하지만 예술가는 자신만이 가지는 고유의 색깔
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려서부터 들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매사에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반성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부모님의 말씀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저탄소 운동 동참, 환경 지키기 참여
뿐만 아니라 그녀는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후배들을 만나면 “우리 화예인들도 환경에 자해되는 고정폼이나 포장자재를 줄여 저탄소 운동에 동참하고 환경을 지키는데 꿋꿋하게 최선을 다하고, 모든 마음을 다 바쳐서 일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나친 성실성은 과로로 이어져, 그로 인해 그녀는 이제까지 두 번이나 쓰러졌다고 한다. 그런 힘든 시절을 이겨내면서도 그녀는 ‘살아있는 동안 마치 빈 의자처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마치 빈 의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누구든 와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그런 빈 의자가 된다면 저 역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명장’이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현실에서 의미가 있으려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살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은 이제 소외계층들도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무인 점포’도 생각해봤습니다. 누구나 와서 한두 송이를 가져가고, 일상에서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정현숙 회장이 많이 신경 쓰는 것은 바로 ‘저탄소 운동’이다. 화훼와 탄소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지만, 꽃을 꽂는 소품들이 문제가 된다. 초록색의 네모난 모양을 가진 특수 소재에 꽃을 꽂게 되면 고정이 잘 되고 배달도 매우 용이하다. 하지만 전시회나 행사가 끝나면 이 오아시스가 산처럼 쌓이면서 환경을 파괴한다고. 따라서 정현숙 회장은 ‘오아시스 쓰지 않기 캠페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정현숙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하얀색 카라’이다. 순결과 우아함의 상징이기 때문에 결혼식의 부케로도 많이 쓰이곤 한다. 정현숙 명장은 카라 꽃처럼 살고 싶지만, 정작 가까이에서 그녀를 지켜본 사람들은 ‘야생화’라고 말한다고. 특히 딸은 정현숙 회장이 마치 씨앗을 온 세상에 퍼뜨리는 민들레 같다고 말한다. 그 말 그대로, 과거 정현숙 회장의 50년 세월은 이러한 행복의 씨앗을 세상에 퍼뜨리는 민들레를 꼭 닮아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꽃이 주는 힐링과 행복을 세상에 전파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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