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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내각제로 가는 것인가?"
"한국 정치, 내각제로 가는 것인가?"
  • 정하연
  • 승인 2023.02.14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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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신년에 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중선거구제 도입’과 개헌 논의가 피어나오면서 내각제에 관한 이야기가 정가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 정치의 현 상황에서 이러한 정치적 질서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실제 그 실현 가능성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또한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결국 내각제를 향한 수순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여야의 협치가 이뤄지지 않고 다당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치적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정세에서 과연 선거구제의 변화와 내각제로의 전환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제도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신년 화두로 선거제 개편을 뽑아 들었다. 그는 2023년 1월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은 한편으로 매우 타당성이 있다. 지금과 같은 소선구제도에서는 사표(死票)가 발생하고 지역주의가 심화하는 것은 물론, 여야의 대결 구도가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에 호응했다. 다만 이러한 호응은 ‘원론적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주호영 원내 대표는 “의원총회 등을 통해서 선거제도에 관한 의견들을 이른 시간 안에 수렴할 계획이다”라고 발표했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워낙 원론적인 내용이라고 여겼는지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개편 자체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상황은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안이 있어서 한 말은 아니다.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있어 논의해봐야 하는 사안이다”라며 일정한 선을 그었다. 그들의 말처럼 ‘원론적’이라면 사실 굳이 윤 대통령이 그런 말을 꺼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김진표 국회의장 역시 ‘선거구를 확정해야 하는 올해 4월을 목표도 선거제도 개편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왠지 누군가가 툭, 하고 말을 던지고 누군가 계획대로 그 말은 재빨리 받아서 동력화하겠다는 시나리오가 그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구제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소선거구제 ▲중선거구제▲대선거구제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은 바로 소선거구제이다. 한 선거구에서 단 한 명의 국회의원만을 선출하는 제도이다. 중선거구제는 2명에서 5명, 대선거구는 훨씬 더 넓은 선거구제를 기반으로 수백 명의 의원을 선출할 수도 있다. 그만큼 편차가 엄청나게 커진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중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를 합친 것을 말한다.

이런 각각의 선거제도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현행과 같은 소선거구제의 경우는 선거비용도 절약되고 후보자와 유권자의 접촉도 매우 활발하다. 또 선거를 시행할 때 투표율도 매우 높다. 반면 한 명만 선출하다 보니 거대 정당에 유리하고, 2위는 인정되지 않으니 대량의 사표가 발생한다. 한마디로 승자독식의 구조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가 지역감정이 활용되면 당선에 다소 유리해지게 된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다양한 계층이 국회의원이 되어 의회 진입이 용이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정치인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또 사표가 감소하기 때문에 승자독식의 아쉬운 구조가 사라지게 된다. 반면 과도한 선거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일관된 의견의 도출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제도가 선진국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 …

이렇게 서로 간의 장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하는 이유는 한 지역에서 여러 의원이 선출되어 다원화를 이뤄내고 이를 통해 의원내각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또 어쩔 수 없이라도 유럽식 다당제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립정부가 만들어지게 되고, 그 결과 내각제의 형태가 갖추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타협과 협치의 정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뿌리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좌우의 이념대립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의 정치 체제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지만, 탄핵 이외에는 딱히 책임지는 부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권위주의적인 1인 독재체제가 뿌리내릴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반면 의원내각제는 중대한 국정의 실패에 대해서는 다수당의 정부가 실패를 책임지고 퇴진을 할 수 있게 되고 총리의 독주에 대해서도 국회에서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가 있다. 만약 총리가 불복한다면 의회를 해산하고 민의를 물어본 후 다시 국회를 구성할 수가 있게 된다.

그러나 내각제가 ‘꿈의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어느 곳에서는 훌륭한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원래의 형태가 완전히 변질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영국식 내각제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금권정치가 일상화되는 부작용을 보였다. 심지어 집안 대대로 총리직을 대물림하는 최악의 세습제를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계파를 차기 총리로 하는 더욱 비민주적인 모습을 노정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각제는 5천만 명의 국민이 권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권력을 갖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과 국민의 의도와 목표가 다를 경우 정국은 국민을 무시한 채 파행을 해 나갈 수 있다. 일본의 금권정치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였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위해 돈이 필요하고, 이러한 돈을 댈 수 있는 재벌과 유착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바로 이런 과정에서 민의가 배제되고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가 강화되면서 서민들은 더욱 힘든 삶의 나락으로 빠져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각제는 이미 ‘정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의 3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내각제가 매우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쩌면 대통령제로 혼란한 한국의 상황보다 더 혼탁한 상황이 연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정치제도가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국민이 선진국을 만든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들이 중대선거구제의 발판을 삼아 내각제로 가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권력을 영속화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존재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대통령제로 장점이 있고, 내각제도 장점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한국의 현실’이다. 해방 이후 끊임없이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서 대립해온 상태에서 갑작스레 ‘연립정부’라는 내각제가 시행되면 그 어두운 장막 안에서 정치인들은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자신들의 이권 챙기기에 더욱 골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 한국 국민들이 내각제를 선택하고 이제까지 이뤄온 대통령제를 전면 부인하기에는 그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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