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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흔드는 새로운 소비자의 힘, 팬슈머
기업을 흔드는 새로운 소비자의 힘, 팬슈머
  • 유미라
  • 승인 2023.02.1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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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슈머(Fansumer)’는 연예인에 대한 열정적인 지지자인 ‘팬(Fan)’과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다. 그런데 단순히 사람에 대한 열정적인 지지를 넘어 충성도 높게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기획, 유통, 홍보, 비판까지 총괄하며 브랜드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획일화된 유형을 가진 소비자들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취향과 능동적인 참여로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끌어나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팬슈머의 마음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에서 상품의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팬슈머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 영향력을 가늠해 본다. 

 

사랑을 넘어 참여와 경험으로


‘팬’이라는 말이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팬덤’이라는 말이다. 특정 연예인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굿즈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사면서 후원하는 의미이다. 이들의 관계는 일종의 ‘파트너’의 관계였고 상호보완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소비’가 개입되면서 양상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지 기획사나 제작사에서 제공하는 일방적인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관여하고 직접 생산에도 참여하려고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일 잘하는 소비자, 팬슈머에 응답하라>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팬슈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팬슈머(Fansumer)는 사업 전반에 직접 관여하는 가장 적극적인 개념의 소비자로 디지털 기술 진보, 가치소비 확산, 팬덤 문화 진화에 따라 등장한다.’
즉, 이들은 결국 시대의 산물이고, 점점 변해가는 가치 변화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몇 가지 부류로 나누어질 수도 있는데, 연예인에 대해서 관심을 쏟는 ‘팬슈머A(Artist)’, 기업에 관심을 쏟는 ‘팬슈머B(Business)’ 최근에는 연예인과 기업의 협업을 중재하는 ‘팬슈머C(Collaboration)’ 유형도 출현했다. 
팬슈머A는 한 연예인이 논란이 있는 해외 제작자와 협력하려고 하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을 중단시킨 사례도 있다. 심지어 이런 팬슈머들은 연예인들의 헤어, 옷 색깔, 앨범 디자인, 음악 스타일에도 관여하려고 한다. 또한 스타의 스케쥴이 지나치게 무리하다 싶으면 이를 줄이고 휴식을 취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심지어 CF에도 관여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연예인이 실제 일상에서 A라는 제품을 즐겨 사용하면 해당 회사에 연락해 ‘모델로 써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요구들이 전부 다 반영되기는 힘들다고 하더라도 담당자들은 당연히 참고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기획 의도가 일치하면 얼마든지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팬슈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민 프로듀서가 직접 선발하는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던 ‘프로듀스 101’이다. 이 프로그램은 100%의 시청자 투표로 최종 맴버 11명을 선정했다. 당시 결과적으로는 조작 논란으로 애초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하기는 했지만, 그 시도 자체는 팬 슈마의 원조 격이라고 불려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러한 팬슈머의 활동은 연예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 관심을 쏟는 ‘팬슈머B’의 유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 음식, 제품에도 촉수를 뻗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하목장의 플라스틱 빨대 제거 사건이다. 한 소비자는 우유 종이 팩에 함께 붙어있는 빨대를 쓰지 않고 그대로 회사로 돌려보냈다. ‘환경을 파괴하는 빨대를 쓰지 않는 것은 어떠냐’라는 메시지를 함께 담았다. 그 결과 임원실에서는 친필 편지를 보내 ‘새로운 구조의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고 2021년부터는 실제 빨대를 빼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때론 적대적 관계될 수도


팬슈머의 영향력은 과자의 맛에까지 손길을 뻗곤 한다. 켈로그나 팔도 등 음식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 전혀 예상치 못한 맛을 만들어 내거나 혹은 과거의 제품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만들어 내곤 했다. 심지어 오리온의 경우에는 이미 단종된 제품을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서 다시 부활하기도 했다. 이미 15년 전에 단종된 제품이었지만 부활한 지 5주 만에 180만 개의 판매를 돌파했고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팬슈머에 의한 제품 제조의 경우에는 꾸준함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열화같은 성원에 힘입어서 한번 제조되면 계속해서 팔릴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실제 그 열풍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어느새 그 열기는 차갑게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 담당자들은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감안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펜슈머들은 왜 이런 활동을 기꺼이 나서서 하려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굳이 누군가가 자신에게 원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시간과 열정을 내서 ‘오지랖 넓게’ 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명확한 이유가 존재한다. 바로 ‘자부심’이라는 것이다. ‘내가 열정적으로 기획한 것이 제품에 반영되었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이들을 움직이는 큰 동력이라는 점이다. 실제 인간에게 있어서 이 자부심은 큰 내적동기로 작용한다. 내적동기란, 돈이나 보상 같은 외적 보상이 없더라도 기꺼이 자신을 투신하는 일로서, 오로지 심리적인 만족감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뿌듯함이 그 자체로 하나의 ‘큰 보상’이 된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활동의 배경에는 MZ세대의 특성도 논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은 단순한 소비에 만족하는 세대가 아니라 ‘참여’와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른바 온라인상에서 자란 ‘디지털 군중’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낌없이 자신의 열정을 내던지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그들은 이렇게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냄으로써 만족하는 세대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팬슈머의 활동들은 과거 흔히 있었던 ‘불매운동’의 대척점에 있다고 보면 된다. 불매운동은 말 그대로 분노와 불만의 감정으로 소비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면, 팬슈머의 활동은 사랑과 애정으로 정반대로 직접적인 관여를 하고 조언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극과 극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자신이 열정적으로 충성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어느 순간에는 확 돌아서 불매운동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해당 기업을 그 어떤 소비자들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배신감을 안기거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심리적인 타격을 받았을 때는 그 누구보다 맹렬한 ‘적대적 소비자’가 될 수 있음도 알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이런 팬슈머의 활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이는 한마디로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간섭 많은 시어머니’를 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별도의 비용 없이 소비자들의 일차적인 반응을 알 수 있고, 그들의 열정적인 조언을 얻어낼 수 있는 반면, 회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회사의 장기적인 계획이나 마케팅 활동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이들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종의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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