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 ‘야권 재편론’ 주장

이번 총선은 무엇보다 제3지대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낙연, 이준석, 조국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는 각자 ‘양당 정치의 폐해’, 혹은 ‘윤석열 정부 심판’ 등을 거론하며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총선의 결과에 따라서 이제 이들에게는 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는 크게 힘이 빠지면서 당분간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정치 지형이 새롭게 재편되면서 그 안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총선 이후 제3지대가 걸어갈 길에 대해서 예측해 본다.
지역 기반, 대권주자 없는 제3지대
이번 선거에서 출연한 제3지대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는 그래도 강력한 대권주자로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정치인이 없다. 또 하나 특징은 지역적 지지기반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개혁신당은 아예 희미하고, 그나마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 미래가 광주에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다소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런 점들 때문에 애초 이번 총선에서 제3지대가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거기다가 제3지대 내부의 지형변화도 새로운 변수였다.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일정한 손해를 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만약 조국혁신당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양당 정치의 폐해에 지친 유권자들이 상당수 개혁신당으로 몰려갔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렇다면 선거 이후 각 제3지대는 어떤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있을까.
우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미래는 다소 암울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다수의 우파 평론가들까지도 ‘ 정치판에서 사라질 것이다’ 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실제 이 대표는 이제까지 ‘ 마삼중(마이너스 삼선 중진)’ 이라는 일각의 조롱을 받아오기도 했다. 세 번이나 선거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높아 ‘ 중진급’ 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지 않으면 ‘ 마사중’ 으로 칭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그의 존재감은 상당히 하락했다.
그가 출사표를 던진 경기 화성을에서의 가상 대결에서 민주당 공영운 후보는 40%대 중반의 성적을 거두었지만, 이 대표는 20%대 초반에 불과했다. 떠들썩했던 탈당과 창당의 과정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가 개혁 신당 자체가 국회의원 확보가 미미할 경우 이 역시 이준석 대표에게는 큰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애초 개혁신당은 비례대표 명단은 10명까지 발표했다.
물론 이들이 다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발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 5석 이상은 확보해야 체면이 선다. 하지만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 개혁신당 자체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최소한 1석이라도 있다면 당은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듯, ‘이준석은 정치판에서 사라질 것이다’라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거기다가 이 대표는 아직 젊은 나이다. 올해 39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총선이나 대권에 얼마든지 도전할 시간이 남아 있다. 특히나 역동적인 한국 정치의 상황에서 판도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과거에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가 되고 창당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언제 다시 재기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만약 선거가 야권의 승리로 결론이 난다면, 이준석 대표는 여전히 ‘반윤 전선’에서는 강력한 스피커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그의 정치적 미래를 암울하게만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지금 야권이 주장하듯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진행된다면, 개혁신당 역시 여기에 동참하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노려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일부 의원들이 개혁신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상정해 볼 수가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또다시 새로운 정치적 지형이 시작된다.

이낙연 대표, ‘야권 재편론’ 주장
이낙연 공동대표 역시 민주당을 탈당해 자신만의 당을 만들어 냈다. 그 과정에서 같은 민주당 내에서도 비난도 많았고, 또 지지도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생각만큼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거 기간 내에 평균 2~3%의 지지율을 보임으로써 말 그대로 ‘기타 군소정당’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는 이미 ‘빅피처’를 그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3월 21일 광주 현장 인터뷰에서 “총선이 끝나면 필연적으로 야권 재편론이 나오게 된다”라면서 “그때 우리 새로운 미래는 세력은 크지 않지만, 가장 흠잡을 데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이미 야권 재편의 과정에서 어떻게 해서든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겠다는 의중을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낙연 대표는 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일단 그는 현재 민주당이 총선 이후에는 진보당과의 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진보당은 기본적으로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세력과 연대해서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야권 재편이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나친 친명화에 대한 반작용’을 지적했다. 민주당이 경선 과정에 난폭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선거 이후에는 친명이 아닌 사람들이 그곳에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것.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서 이낙연 대표는 총선 전부터 ‘야권 재편’에 따른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총선 이후의 행보를 비교적 선명하게 예상해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조국혁신당이다. 비례대표 지지율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조국 대표의 국회의원 당선도 기정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조국 사태에 따른 마지막 법원 판결이 좌우하게 된다. 그는 이미 1심과 2심 재판에서 각각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직 마지막 재판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뒤집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자격은 박탈되고, 실형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번 유세 기간 중 이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을 받은 조국 대표는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은 당원들이 저의 뜻을 잘 받아서 나갈 것이다” 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 자신의 구속이나 수감 여부와는 상관없이 당이 건재해서 잘 운영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조국 대표는 이후의 판결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만약 수감된다면, 2년 후 그가 나중에 다시 정치판에 뛰어들었을 때는 더 강력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 역시 윤석열 정부에 의해서 탄압을 받았다는 정치인의 서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년 후라면, 여전히 윤석열 정부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대립각을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또다시 ‘정치인 조국’의 모습이 더욱 어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번 총선은 제3지대에 대한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핵심은 바로 ‘ 역동성’ 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화하면서, ‘ 정치는 생물’ 이라는 교훈을 또 한 번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