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극일체제’ 구성, 위험할 수도
총선 참패로 인해 국민의힘은 혼돈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반면 ‘비명횡사’라는 공천으로 시끄러웠던 민주당은 오히려 탄탄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이재명 대표는 당권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대권가도를 환하게 밝혔다. 더구나 이번 총선으로 거대야당의 대결구도는 더욱 명확해졌다. 여기에 군소정당들도 모두 야권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때로 192명의 국회의원으로 단단하게 단결할 가능성도 높다. 더구나 이번에 당선된 일부 국민의힘 의원 조차 대통령실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가지 딜레마에 빠진 국민의힘
현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바로 친윤을 할 것이냐, 반윤을 할 것이냐는 점이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친윤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당이 대통령을 탄탄하게 뒷받침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렇게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국정 지지가 너무도 낮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대통령을 뒷받침한다고 하면, 그들의 이러한 행동들이 훗날 다시 기억되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4월 총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국회의원들은 당선 직후부터 다음 선거를 염려한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윤이나 반윤을 선택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192석의 강력한 야권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마저 발을 빼는 모양새가 연출된다면 정권 붕괴의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당 전체가 궤멸되고 보수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가장 좋은 모양새는 대통령이 스스로 탈당해서 당과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게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당이라고 하는 최소한의 보호막도 없는 벌판에 나서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여권이 야권과 합심해서 자신을 공격하게 되면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스스로 당을 위해 탈당을 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기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민의힘 앞에 놓인 국회 일정들이 정말로 녹녹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특검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점도 그들의 딜레마적 상황을 더욱 곤란하게 하는 대목이다. 채상병 특검을 비롯해, 김건희 종합특검, 한동훈 특검은 뭐니뭐니해도 가장 곤란한 지점이다. 이는 ‘대통령-영부인-차기 대권주자’ 모두를 한꺼번에 겨냥하고 있는 특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여기에서 국민의힘이 물러서게 되면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이 모두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기도 힘든 입장이다. 국민의 지지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연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70%가 넘는 국민이 채상병 특검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또 올해 초 65%가 넘는 국민이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는 잘못’이라고 응답한 바가 있다. 특히 당시 설문조사에서 7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전 연령대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오차범위 밖으로 벗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특검을 거부하는 행렬에 동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동훈 특검 역시 마찬가지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 똑같은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가는 ‘공정’에 위배될 수 있으며, 반대로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가는 차기 대권 주자이자 유력한 당의 정치적 자산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재명 ‘극일체제’ 구성, 위험할 수도
하지만 국민의힘이 무조건 불리한 입장에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정치는 말 그대로 생물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독소조항을 배제한 특검안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야권 역시 협상에 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분노가 누그러들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 한동훈 위원장과의 관계는 급격하게 악화되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한동훈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빠르게 달라질 수도 있다. ‘특검법을 받아들이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혼란함을 잠재우고 단일한 지도체제를 갖추면서 더욱 강력해진 모양세이다. 심지어 이러한 체제를 일부에서는 ‘친명 일극체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무총장, 정챙위의장도 모두 친명 인사가 되었기 때문에 가히 빈틈을 찾기 힘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대선때부터 시작된 계파 갈등의 문제는 이제 거의 완벽하게 정리되었다고 봐야한다. 이렇게 되면 당에서 분열된 목소리와 행동이 나오지 않게 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대하기 버거운 상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최근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통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위상을 정립한 상태다. 무엇보다 용산 대통령실의 원탁 테이블에서 대통령과 동등하게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그 앞에서 15분간 마치 시정연설을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것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환호를 불러 일으켰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으로 보일 정도였다’고 평가한다. 물론 극히 일부의 의견이기는 하지만, 현재 이재명 대표와 지지자들의 애착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영수회담은 그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일정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과거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근 2년간 만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를 만나면 재판부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라고 했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에 따르자면, 너무도 간단하게 윤 대통령이 전화를 해서 영수회담이 이뤄졌고 이는 곧 ‘사법부에 대한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영수회담 한번 했다고 해서 사법부가 그에 따라서 유죄를 무죄로 만든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영수회담이 없었을 때보다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이러한 단일대오의 형성이 꼭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정치적 다양성이 부족해지면, 자칫하면 잘못된 판단에 경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오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가해지면서 민주당은 또다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뿐만아니라 견제의 차원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개혁신당 역시 기본적으로는 보수정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야권 단일 대오’에 흡집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국민의힘이 불리하고 민주당이 유리한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결국 앞날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선명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