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나왔지만, 풍운아의 길 걸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이번 국회의원 당선은 ‘구사일생’이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모두 세차례의 선거에서 패배해 일명 ‘마삼중(마이너스 삼선 중진)’이라고 조롱받던 이준석 대표가 드디어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자신이 몸담고 있던 국민의힘에서 대표까지 했지만, 결국 윤 대통령에 의해 쫓겨난 신세였기 때문에 무척 회한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제 앞으로 이 대표는 ‘파란만장한 세월’을 예고하고 있다. 비록 의석수가 3개밖에 되지 않는 ‘꼬마정당’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막강한 인지도와 스피커로서의 역량으로 그 누구보다 정국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들’의 낯선 기자회견
지난 4월 26일, 한 기자회견장에서는 다소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바로 조국 대표, 이준석 대표 등 야권 6개 정당이 공동으로 ‘채 상병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이다. 조국과 이준석 대표는 과거 대표적인 진보적 인사, 보수적 인사였다. 그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공동의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 수 있다는 상상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준석 대표가 원칙없이 조국 대표와 협력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 당은 서로 의견이 맞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풍경은 자주 연출될 수 있다. 결국 이준석 대표는 과거의 3번의 국회의원 선거 패배 후 얻은 영광의 승리인만큼, 이제 향수 정국에서 그 누구보다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무엇보다 그는 매우 강한 타격감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4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지난 2년 동안 누적된 실정의 대가를 차례로 치르게 될 것이다. 아마 우리는 여러 개의 특검이 가동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이준석 대표 자신이 이러한 특검의 흐름에서 가장 선두에 서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국민의힘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일방주의로 일관한 대통령을 옹호해온 여당도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대통령의 여러 잘못에 동조해온 윤핵관이라는 조력자들이 아직도 자신들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무슨 변화가 있겠나”고 거칠게 쏘아붙였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를 지명한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 패배 이후에 도대체 무엇을 깨닫고 느끼고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알 수 없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이 말은 앞으로도 그가 국민의힘과의 결전에서 견고한 전투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대표가 늘 이렇게 투쟁적인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다. 정치인이란 결국 국민의 미래의 삶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희망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스스로 개혁신당을 만든 이유 역시 여기에 두고 있다. 따라서 그는 여러 정책적 대안들을 마련하면서 국민들에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 나왔지만, 풍운아의 길 걸어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개혁신당의 3명의 국회의원 전부가 다 1980년대생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는 ‘앞으로 30년 뒤에도 살아서 그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하는 정당’이라고 규정하면서 책임감 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특히 그는 ‘남녀 대립의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많이 만들 예정이다.
즉, 선동적인 아젠다를 던지기 보다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선명한 대안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준석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제 정책적으로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야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간 정치인이 아니었을 때는 현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과감한 비판만으로도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정한 권력을 획득한 이상, 그런 비판만으로 인기를 유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이준석 대표는 선거 기간 중의 활동으로 인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되어 있는 상태이다. 선거가 끝난 후 그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에 의해 ‘선거 낙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죄 및 후보자 비방죄’로 경찰에 고발당한 상태이다. 이는 이 대표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 후보인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 딸이 주택을 매입한 것을 두고 '갭투자 의혹'을 제기한 것을 지칭한다.
그는 선거 기간 중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2억 주택의 구입 배경에 대해서 ‘영끌’, ‘갭투자’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했고, 바로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공 후보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지 않았고 현재도 실거주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에 이준석 대표를 고발했다. 만약 이 문제로 인해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받게 되면 천신만고 끝에 얻은 국회의원 자리에서 물러서야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성접대 및 무마의혹에 따른 무고죄 의혹이 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에 실체가 있다고 판단해 이미 검찰에 송치했지만, 성접대 등에 관해서는 모두 공소시효 끝났다. 따라서 무고죄 의혹이 있지만, 현재까지 검찰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그러나 언제든 향후 전개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이 대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이 대표의 그간의 노력은 물론이고 당선까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다시 정치의 뒤안길에서 서성여야할 처지가 된다. 아마도 이준석 대표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이러한 법적인 절차와는 별도로 학력 조작의혹에도 휘말려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는 유튜버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없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29일 자신의 SNS에서 반박하고 학력을 확인할 수 있는 미국 국가 학력 검증조회기관(NSC)의 링크까지 제시한 바가 있다. 또 그는 “한심한 유튜버들에게 낚여서 그들에게 슈퍼챗을 헌납하지 마라”는 조언까지 곁들었다.
정치는 풍운아들이 득세하는 세상이기도 하다. 온갖 괴로움과 고통을 겪고 풍찬노숙을 하는 자들이 결국 권력을 쥐곤 한다. 반면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걸었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고꾸라곤 한다. 이준석 대표도 하버드대학을 나와 엘리트 코스를 걷기는 했지만, 정치의 세계에 입문한 이후에는 풍운아의 길을 걷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 대표이기는 했지만, 결국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당에서 쫓겨났고, 개혁신당을 만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은 한국 정치계에서 분명히 주목해야할 인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