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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한줌 따뜻한 바람을 일으켜”…통합목회는 절실한 ‘시대과제’
“세상에 한줌 따뜻한 바람을 일으켜”…통합목회는 절실한 ‘시대과제’
  • 우진기
  • 승인 2017.12.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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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특별상 부문 정서영 목사(한교연 대표회장)

 

 

 

 



한 사람을 기억할 때 우리가 붙드는 건 아마도 그를 에워싼 평화롭고 따뜻한 기운이 아닐까. 햇살이 맑은 10월의 끝자락에서 정서영 목사를 만났다. 소외계층과 더불어 함께해온 그. 가을볕처럼 온기로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들을 떠올리며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건물로 들어서자, 복도 밖에까지 전시된 사진 작품들이 먼저 손님을 맞아주었다. 사진 속 웅장한 자연 경관들에 감탄하며 ‘전문 포토그라퍼냐’는 질문에, 정 목사는 ‘신비로운 세상을 렌즈에 담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욕심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존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주하고 근황을 물었다. 정 목사는 한교연(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으로 취임한 지 1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있다. 한교연은 현재 39개 교단과 10개 단체들이 소속된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이다.  

 

지난해 취임식에서 축하 화환 대신 사랑의쌀을 모아 쪽방촌에 보낸 일에 대해 대화의 포문을 열자, 연중행사가 된 사랑의쌀 나눔 행사를 위해 올해도 쌀 1만2000kg을 준비해놨다며 그가 웃었다. 연말에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생각 외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이 많다. 정부의 지원 밖에서 맴도는 이웃들을 찾아내는 게 교회가 할 일 아닌가.”

 

수많은 사역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돌봄과 나눔에 헌신해온 정 목사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재 세기총(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수석상임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행사들을 주최하고 있는데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작게는 비자를 발급받는 일부터, 한국의 민주국민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들이다. 우리나라 명승지를 돌며 문화 관광을 체험하도록 선처하는 일과 한국으로 시집와서 향수병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 부모를 초청하기도 한다. 덕분에 올해도 125명의 다문화가정이 부모들과 해후를 가졌다. 단순히 외국인으로 치부하여 돌봄 밖으로 여기지 않고 기꺼이 고통을 나누고 이웃으로 끌어안는 일들이다.  

 

또, 거리 노숙자들의 쉼과 돌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다른 한편으론 장애인들의 힘든 고충들을 보듬고 동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개최한 발달장애인들의 동계스포츠 2017 스페셜올림픽(SOK, 회장 고흥길)은 정 목사가 경기도 회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들의 재활을 도와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동행’

정 목사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목회는 투철한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사명이 존귀하기에 그 또한 예수제자 훈련에 남다른 공을 들여왔다. 정 목사는 “아직도 개척교회 목회자들 중에는 끼니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이들이야말로 이시대의 순교자들이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명감 하나로 목회하는 분들이 많아야 건강한 사회다. 사명감은 있으나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신학교를 세웠다. 하나님 중심적 사고방식으로 복음 전도에 열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목회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요즘에는 신학교를 졸업해도 교회를 개척하기 보다는 큰 교회 부교역자로 들어가는 예가 허다하다. 교회가 대형화 되면서 옛날처럼 척박한 선교지에서 사랑의 우물을 퍼 올리는 사명감 깊은 목회자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목사는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목회자 양성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1997년 5월 1일 서울 사당동에 신학교를 처음 설립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신학교는 명실상부한 목회자 양성의 산실이 되어 이곳에서 배출된 목회자들이 개척한 교회만 6500여 곳에 달한다. 정 목사는 가난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 열린교육을 실천해왔다. 한국교회의 미래비전을 위해 다음세대를 세우는 글로벌 크리스천 인재양성에 매진한 것이다.

 


 

‘통합’

바야흐로 한국교회는 글로벌 선교 2세기를 맞이했다. 선교 131년이다. 정 목사는 세계교회사에 유례가 없을 만큼 눈부신 성장과 부흥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배금주의니 맘모니즘이니 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고 꼬집었다.  

 

한국교회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자성할 것을 강조했다. “대학(大學)에 나오는 성어중형어외(誠於中形於外)라는 말은, 마음속에 정성스러움이 있으면 반드시 겉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교회 내부적인 문제나 갈등이 밖에서 보기에 좋지 않았다.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그만큼 신뢰를 잃었다는 증거다. 목회자들도 세상 사람들과 구별되어야 하지만 기대심리에 못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교회의 내부적인 갈등이 한 몫을 하고 있다”며 최근 교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연합기관의 통합문제를 언급했다.  

 

정 목사는 한교연 대표회장으로서 통합의 물꼬를 틔운 장본인이다. 한교연 대표회장이라는 직함 말고도 맡고 있는 역할들이 적지 않다. 민주기독포럼 총재이자 세기총(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수석상임회장, 제6대 한교연(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개혁총회 총회장, 한국기독교심리상담협회 협회장, 총신중앙교회 담임 등.

 

정 목사는 지난해 한교연 제6대 대표회장에 선출된 후 한국교회의 통합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1차적으로 지난 8월 한교연과 교단장회의가 통합하면서 한기연을 창립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한기총과의 통합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동안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대변해 왔던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은 금권타락선거 등의 이유로 뜻이 있는 교단들이 한기총을 떠나 2012년 2월 깨끗한 연합단체를 구성, 한교연이 새롭게 태동하였다.  

 

이제 한기총과 막바지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 목사는 통합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 정책과 역할론에서 한목소리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동성애 문제, 종교인 과세 등 산적한 현안들을 일관성 있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 외에도 한국교회의 통합은 소외된 이웃들의 공통사를 고민하고 그것을 품에 안아 일원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기연은 현재 정 목사를 선두로 4명이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담달 5일 총회에서 대표회장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도 밝혔다.

 


 

‘청지기’

정 목사는 내년 1월 종교인 과세 시행에 앞서 2년 간 유예안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에 공개되는 과세기준안에 따라 과세·비과세 대상 항목이 정해지는데 정부는 지난 9월 공개한 과세기준안 초안에 34개 항목을 포함했다.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종교단체로부터 지급 받는 생활비, 사례비, 상여금 등이 과세 대상에 올라 있다.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 8월 발의한 상황이며, 종교인 과세 시점을 2020년 1월로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TF(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 목사는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이유로 교회를 사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계 내에서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법 시행 전에 위헌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수정할 때 안(案)이 만들어지면 실무자들끼리 협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34개의 세목 중에서 현실적으로 영세 교회·사찰의 열악한 세금인프라, 회계투명성과 성실신고 검증의 제약, 교회별 주택수당, 자녀 교육비, 복지비용 등 다양한 후생소득의 포착 문제 등 어려움이 많다”면서, “다른 한편으로, 종교인들 중 70-80%가 비과세 대상이자 오히려 사회복지 지원 대상이라는 현실은 정부가 고려한 것인지 한 번 되묻고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 목사는 내년 세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한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세계에 흩어져 있는 750만 디아스포라를 상대로 글로벌 선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위기와 침체의 국면에서 선교의 마중물로써 전 세계 181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 750만 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750만 명의 한인 디아스포라와 2만7000여 명의 선교사를 전 세계로 내보내고, 약 5500개의 한인교회를 세계 곳곳에 세웠다. 국내에는 220만 명의 해외 이주민이 체류하고 있어 디아스포라 선교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정 목사는 이들이 현지 선교사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사명과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가 전방위적 사역에 동참할 것을 천명하고 있어 대내외적인 섬김의 삶에 어떤 표본을 제시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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