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
외국어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
  • 유시온
  • 승인 2019.04.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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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영어학원에서 내준 영단어가 버거워 나머지 공부를 하던 기억이 아련하다. 영화나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어김없이 나오던 자동번역시스템. 영화 속 발명품이 곧 현실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보청기처럼 귀에 끼면 영어가 자동적으로 해석되는 번역기. 더 이상 꿈만은 아니다.
 
플리토의 대표 이정수(左)와 플리토 어플리케이션(右)
플리토의 대표 이정수(左)와 플리토 어플리케이션(右)
 
[Flitto-전문번역]전 세계 1000만명이 사용하는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
이름만 들으면 꼭 외국기업 같다. 서울 삼성동에 자리 잡은 건실한 토종 기업 플리토는 대외적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코스닥 상장이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추정되는 기업 가치는 1000억원 이상. 대표의 이름은 이정수(38)다. 누구나 그렇듯 이 대표에게도 꿈이 있었다. 어렸을 때 외국에서 자란 그에게는 언어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어릴 때 봤던 영화 ‘스타워즈’에 자동번역기가 등장하는데 그게 큰 자극이 됐다고. 완벽한 번역기가 없는 세상에 실망하고 직접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회사를 차렸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단순히 ‘번역회사’로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한 인터뷰에서 “플리토는 언어 데이터 플랫폼이다. 우리는 언어와 번역에 관련된 모든 일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라고 말한 것은 번역 매체가 아닌 ‘번역 플랫폼’으로서 봐달라는 뜻일 터다.

그는 SKY 졸업생이 가장 가고 싶어 한다는 꿈의 직장, SK텔레콤 출신이다. 위대한 개발자들의 공통점은 이른 퇴사다. 스티브 챈이 페이스북을 단 며칠 만에 때려치고 만든 ‘유튜브(youtube)’는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이 됐고, 친동생과 의견차이로 아디다스를 퇴사한 루돌프 다슬러는 ‘퓨마(puma)’를 설립해 아디다스 나이키와 더불어 20세기 세계 3대 스포츠의류 브랜드로 만들었다. 이 대표도 2012년 31살의 나이로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3년간의 절차탁마 기간을 거쳐 ‘언어 데이터 플랫폼’ 플리토가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플리토를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켜고 번역요청을 하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번역이 자동으로 제공된다. 여기서 다른 앱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번역 내용이 훌륭하면 잘 쓰면 된다. 하지만 번역 내용이 이상한 경우는 어떡할까. 앱 하단에 위치한 ‘사람에게 요청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럼 플리토에 번역가로 등록된 사람들 중 3, 400명에게 번역 요청이 전송될 것이다. 요청을 받은 사람들은 당신이 내건 요금(보상)을 보고 번역을 해주든지 해주지 않든지 결정할 것이다. 외국어가 가능한 일반인들은 플리토 번역가를 고민해 봐도 좋다. 본업과 병행한다면 쏠쏠한 부업이 될 것이다. 플리토에서는 번역가로 등록한 이들이 많다. 번역이 필요한 사람들은 몇백원 정도의 비용으로 번역을 받아볼 수 있고 번역이 가능한 사람들은 신호등을 기다리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짬에 돈을 벌 수 있어 윈윈이다. 플리토가 제공하는 대표언어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다. 동남아 언어와 불어, 독어, 이태리어, 스웨덴어 등도 지원한다.
 
네이버의 파파고
네이버의 파파고
 
[Papago-일어번역]언어 장벽 없는 세상을 꿈꾸다
국내 굴지의 IT기업 네이버가 2016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번역 서비스를 선택했다. 파파고는 국내 대형 포털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이용률이 높고 보안성에 대한 우려도 적다. 파파고의 일본어 번역은 상당히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어순이 같다는 이유가 크다. 일본과 한국에 둥지를 내리고 있는 만큼 한일-일한 번역 데이터베이스는 구글이나 다른 번역 앱을 앞지른다는 평가다.
 
파파고의 창조자로 일컬어지는 김준석 전 네이버 파파고 개발팀 리더는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기술을 적용해 한영-영한 번역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2016년 발매 당시 내부 테스트 결과가 100점 만점에 60점. 구글이 30점 미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결과다. 문장을 통째로 번역하는 인공신경망 기계번역(NMT)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고도화했기 때문이다. 책이나 기사 등을 번역할 때도 파파고는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최대 5000자까지만 번역이 가능했지만 최근 성능을 끌어올려 문장 길이에 관계없이 웹사이트 전체나 논문 등도 바로바로 번역이 가능한 수준이 됐다. 신중휘 신임 파파고 리더는 “인공신경망 번역을 위해 서버를 늘리고 기술 한계를 극복했다.
 
번역 품질을 대폭 향상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네이버는 1월 18일 파파고 서비스에 ‘높임말’ 번역 기능을 추가했다. 외국 번역 프로그램에는 없는 기능이다. 번역 창 하단에 있는 ‘높임말 ON/OFF’ 스위치를 켜면 높임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네이버는 “한국 여행이나 한국어 공부를 하는 외국인이라면 파파고를 통해 정확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컴그룹과 아이플라이텍 계약체결식
한컴그룹과 아이플라이텍 계약체결식
 
[Accufly AI-비즈니스]비즈니스에 번역을 더하다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이 1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아큐플라이 AI’의 설명회를 가졌다.
아큐플라이 AI는 중국의 AI 기업 아이플라이텍과 합작해서 설립한 법인이다. 한컴의 자동 통‧번역 시스템과 엑소브레인 등의 언어기술을 아이플라이텍의 AI 음성인식기술과 접목해 AI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아이플라이텍은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4대 AI기업(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아이플라이텍) 중 한 곳으로, 매년 50%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전도유망한 기업이다. 경기도 성남에 둥지를 튼 아큐플라이 AI는 언어교육분야와 통역 번역 시장 등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컴 측에서는 오순영, 아이플라이텍 측에서는 장우쒸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정확함(‘Accu’rate)과 자유로움(‘Fly’)을 표방하는 만큼 아큐플라이(Accufly)가 노리는 시장은 통상적인 번역 시장이 아니다.
 
오순영 대표는 “콜센터에서 24시간 원활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AI제품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은행과 보험사, 이동통신사 등 콜센터 업무의 비중이 높은 업종을 타깃으로 지정했다.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였다. 음성인식 인공지능인 ‘지니비즈’를 공개해 콜센터 시장 뿐 아니라 컨벤션 시장에 대한 진출야욕도 드러냈다. 지니비즈는 최대 4개의 언어(한일중미)를 알아듣고 발언자를 각각 구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회의 참석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동시 번역을 제공해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다. 아큐플라이 측에 따르면, 속도에서는 속기사를 넘어섰고 정확성은 98.7%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지니비즈는 탁월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회의록 작성까지 도맡아 회의의 처음과 끝을 책임질 전망이다. 지니비즈는 오는 5월 중 공개가 예정됐다.
 
구글번역
구글번역

 

[Google-한국어 제외한 모든언어]No.1 번역
기계변역의 선두는 단연 미국이다. 1954년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와 IBM이 최초의 기계번역 공개실험을 시행했다. 하지만 언어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번역하기에는 20C의 기술은 충분치 않았다. 진정한 기계번역의 시작은 그로부터 40년이 지나 이뤄졌다. 컴퓨터의 도입과 통신망의 발달은 복잡한 기계번역 정보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21C 미국에서는 수많은 IT기업의 굴기와 더불어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기계 번역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며 번역사에 일대 전환점을 맞이했다.
 
세계적인 포털기업 구글은 2006년 포털이용자를 위한 번역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전문 번역가의 손을 거치지 않고 각종 문서들을 토대로 한 번역 프로그램은 이용자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2016년 11월 구글은 자사의 번역 프로그램에 ‘머신러닝 기반 신경망 기술’을 적용했다. 이른바 심층 학습의 시작이었다. 자체적으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AI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전환하자 이용자들은 환호했다. 구글의 AI는 매일 수억개씩 올라오는 게시글을 교본삼아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또 기존에 단어와 문장에 맞춰져있던 번역 포커스를 매끈하고 자연스러운 문맥을 만드는 것으로 옮겨 잡았다. 신경망을 적용한 번역 시스템의 결과는 가시적이었다.
 
번역은 훨씬 더 우리가 사용하는 ‘진짜 언어’에 가까워졌고 30%를 오르내리던 번역의 정확도는 90%를 넘어섰다. 구글의 ‘번역굴기’에는 국가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98년 한국은 한국IBM을 앞세워 번역 프로그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확도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국내 기계번역시장은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고, 미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기계번역 시장에 매년 수천억원씩 지원금을 제공했다. 2018년 글로벌 자동 통번역 시장은 6억1000만달러 규모로 연간 20% 내외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급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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