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대금 연주자의 길로 국악의 본질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정통 대금 연주자의 길로 국악의 본질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 정희
  • 승인 2019.04.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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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독주회 연 대금연주가 강누리
K-POP이 전 세계를 휩쓸고 국내에서도 아이돌의 인기가 높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우리 국악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특히 국악 중에서도 뉴에이지나 K-POP에 활용되는 것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전통 국악의 명맥을 이어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노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며, 또한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이어가야 할 사명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 3월 23일 서울 민속극장 ‘풍류’에서는 대금 연주자 강누리씨의 첫 대금 독주회가 열렸다. 강 씨는 국립전통예술고, 추계예대, 고려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중이며 고려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소속해 있다.
 
대금연주가 강누리
대금연주가 강누리
 
떨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첫 무대 성공리에 마쳐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처음은 떨림과 긴장 속에서 행해지며, 더불어 이는 세상을 향한 자신의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 특히 연주자들의 경우, 자신이 단독으로 대중들과 만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무척이나 깊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만방에 떨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서용석류(流) 대금산조의 계승자 중 한명인 강누리 연주자 역시 첫 독주회를 무척이나 떨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도전을 하다 보니, 오늘과 같은 날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고 나니, 그간의 공부가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도 계속 독주회를 통해서 더 나은 연주를 들려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들기 시작합니다. 사실 전통 국악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악 자체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30분이나 되는 전통 대금 연주만 들으시려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저에게 대금을 가르쳐 주신 스승님들에게는 또 제가 너무 어려 보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의 독주회에서는 이러한 갭을 더욱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강 연주자는 그간 차근차근 전통 국악의 길을 걸어오면서 경력을 쌓아왔다. 2009 전주시립국악단 젊은 소리11 협연,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전수자, 중요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 전수자, 서용석류 대금산조 보존회 회원, 세종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 기획팀장의 이력이 있다.

이번 독주회에는 ‘서용석류 대금산조’, ‘지영희류 피리산조’, ‘신뱃노래 병주’가 연주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 연주라고 할 수 있는 서용석류 대금산조는 명인 서용석의 여러 산조들 중 가장 대표적인 산조이다. 선이 굵으며, 힘 있는 소리를 특징으로 꼽을 수 있고 판소리를 가장 충실하게 표현하는 음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극적인 표현력으로 매우 탁월한 산조라고 평가받고 있다.
 
서용석류 대금산조 보존회의 공연
서용석류 대금산조 보존회의 공연
 
그녀가 연주하는 대금은 북과 장구, 징과는 다르게 명확한 선율을 가지고 있다. 거문고도 물론 선율이 있지만, 관객들이 그 호흡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대금은 관객들이 함께 호흡을 하면서 선율을 따라가기에 좋은 악기이다. 하지만 연주에서 대금의 존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악 공연 전체에 활력을 주는 악기라, 그 어떤 공연에서도 대금은 반드시 포함된다. 거기다가 대금은 ‘가슴에서 우러나오고, 가슴을 울리는 악기’라고 할 수 있다. 연주가가 오로지 자신만의 호흡과 음정을 숨으로 뱉어내고 그것이 고스란히 음악의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탁월한 실력에 끈기까지 갖춰
“서양음악과 국악은 매우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음정체계가 확실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양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국악을 접하면, ‘어렵다’, ‘이상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서와 감정의 표현에 있어서는 국악이 압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가 한국인들이기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외국에 나가면 피자도 맛있지만, 결국 우리 된장찌개를 찾게 되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강누리 연주자는 태가 곱고, 끈기가 있으며 고운 마음이 그대로 연주에 묻어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금을 30분 동안이나 연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그녀는 한번 대금을 잡으면 1시간은 끈기 있게 연주하면서 그간의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녀의 스승이자 <서용석류 대금산조 보존회> 회장인 오경수 명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용석류 대금산조 보존회 회장 오경수 명인
서용석류 대금산조 보존회 회장 오경수 명인
 
“누리를 본 것이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니까 이제 10년 정도가 되어갑니다. 그녀는 머리가 똑똑하고 또 한복을 입었을 때 고고한 자태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이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로지 국악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매우 얌전하면서 끈기가 있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대금은 연주자의 마음이 100% 우러나오는 악기입니다. 그래서 연주에서는 그녀의 고운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옵니다.”

사실 그녀는 대금에 맞는 신체 조건을 타고났다. 대금은 일반적으로 팔과 손이 짧으면 연주하기 쉽지 않은 악기 중의 하나다. 그녀도 처음 시작은 가야금이었지만, 대금에 맞는 탁월한 신체 조건으로 인해 중학교부터 대금으로 바꿨다고 한다.

앞으로 강누리 연주가가 가진 포부는 매우 크다. 그녀 단순한 테크닉을 배워서 연주하는 것을 넘어서 이론과 실전을 접목하는 대금 연주자가 되겠다는 것. 실제 국악의 경우 스승으로부터의 전통적인 테크닉 계승은 잘 이뤄지고 있지만, 학문적으로는 매우 밀도 있는 접근이 조금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녀가 석박사 과정에서 문화콘텐츠 학과를 선택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예술은 테크닉이 중요하다 보니까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테크닉 위주의 공부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음악적인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는 테크닉을 넘어서는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이론을 함께 공부해야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국악만 하다 보니 음악적 세계가 조금은 한정이 되는 아쉬움도 느껴졌습니다. 따라서 문화콘텐츠 학과에서의 공부를 통해 국악의 오래된 전통에 새로운 이론을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새로운 것은 ‘과거의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따지고 보면 지금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 역시 한민족의 흥이 담긴 국악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특정 민족의 문화적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국악과 K-POP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강누리 연주자와 같은 젊은 연주자들이 우리의 전통을 이어야만,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대한민국만의 음악이 생겨날 것이며, 또한 국악 역시 그 자체로도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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