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4 19:25 (목)
Culture 키워드로 보는 한류 30년
Culture 키워드로 보는 한류 30년
  • 지은우 기자
  • 승인 2025.12.04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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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류는 아시아를 중심으로만 확산되었다. 한때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까지 점령했다고는 하지만, 그때까지 미국 문화의 주류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인기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 문화는 위상 자체가 달라졌다. 그간 도저히 넘볼 수 없었던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K팝 데몬 헌터스는 그간 디즈니와 일본의 아성이 구축되어 있는 애니메이션 시장도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그러나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세계를 휩쓴 것은 아니었다. 그 인기는 K-푸드로 이어졌고, 지금 한국의 수도 서울은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중요한 점은 지금 한류의 중심 소비층인 10~20대 외국인 여성들이다. 청소년 시기에 한류에 흠뻑 빠졌던 그녀들은 나이가 들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또다시 자신의 취향대로 한류를 자녀 세대에 걸쳐 전파하게 된다. 앞으로도 한류의 물결이 밝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한류가 시작된 지 이제 딱 30여 년 정도가 흘렀다는 점이다. 그사이에 있었던 명장면과 한류 확산의 이유를 키워드별로 살펴본다.

 

1995, SM엔터테인먼트 = 많은 사람들이 한류의 출발을 2001년에 일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겨울연가>로 바라본다. 물론 드라마의 측면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한류의 핵심인 K-팝이 태동했던 시기는 1995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이수만 프로듀서는 그때 SM엔터테인먼트를 시작해 대한민국에서의 아이돌 산업을 개척했다. 다음 해인 96년에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출신의 양현석 대표가 YG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후 봇물처럼 1세대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왔고,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열광했다. 가장 대표적인 그룹들이 바로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이었다. 2~3년에 한꺼번에 등장한 그들은 훗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될 K-팝의 원조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팬덤 문화가 형성된 것도 이때였다. 그저 먼발치에서 가수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응원 문화를 만들어냈고, 경쟁적으로 팬들을 사랑했다. 특히 커뮤니티 내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도 벌써 이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독특한 한국의 팬덤 문화는 현재 전 세계로 확산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당시 K-팝의 형성이 혁신적 제작 시스템을 닮았다는 점이다. 2022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K-pop의 글로벌 성공은 한국 음악 업계 기업들이 개발한 혁신적 제작 시스템(innovative production system)에 크게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해외 논문에서는 한국의 한류에 대해 예술(음악·무용)이 공장화되어, 미리 정해진 패턴에 따라 대량생산되는 작품들이라고 지칭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방법이 오로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팝의 원조인 미국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결국 1995년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설립, 그리고 아이돌 문화, 더 나아가 이들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제작 시스템이 오늘날 한류의 뿌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겨울연가와 대장금 = 2000년부터는 본격적인 한류 드라마의 시대가 시동을 걸었다. 2001년에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영되면서 말 그대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토요일 밤 11시라는 시간에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무려 20%에 달했다. 이때부터 일본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는 한국 남성을 동경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리하지 않다. 주연 배우 배용준은 이른바 욘사마로 불리며 광팬들이 생겨났다. 특히 당시 남이섬 등은 이른바 성지순례코스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의 한 리서치 회사는 배용준 효과3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드라마의 인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대장금>이었다. 국내 시청률도 50%를 넘어섰지만, 전 세계 수출국은 무려 87개국이었다. 중국, 홍콩,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한류의 태풍이 몰아닥쳤다. 심지어 이란에서의 시청률은 무려 90%에 이르기도 했다. 한마디로 전 이란 국민이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0년대, 뉴미디어의 힘 = 2010년대는 한국에게는 기적과 같은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한류가 점차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는 했지만, 사실 단발적인 경우가 많았고, 주요 지역은 아시아권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 바로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였다. 2012년 전 세계를 강타한 강남스타일은 유튜브가 없었다면 그 화려한 금자탑을 세우기 힘들었다고 볼 수 있다. 유튜브 역사상 최초로 조회수 10억 회를 기록했다. BTS의 인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BTS중소돌로 불렸다. SM이나 YG 등이 아닌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소속사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하이브로 이름을 변경했고, 대형 회사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심지어 그들에게는 지상파 방송 출연 기회도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빈틈을 메운 것이 바로 유튜브와 SNS였다. 게다가 한국의 전형적인 팬덤 문화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BTS는 팬들의 힘에 의해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사극이었던 <대장금>의 인기를 이어받은 것은 2019년에 넷플릭스가 제작한 사극 <킹덤>이었다.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오리지널 사극 시리즈였던 이 작품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TOP 10에 랭크됐다. 무엇보다 <킹덤>은 그 작품성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영국 BBC조선 시대라는 독창적 배경에 좀비 장르를 결합한 새로운 세계관으로 평가했고, ‘아시아 콘텐츠의 혁신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콘텐츠가 할리우드의 상상력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2020년대, 뉴미디어의 힘 = 2020년대의 한류를 힘차게 열어젖힌 것은 바로 <기생충>이었다.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거머쥐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생충>이 이뤄낸 성과는 바로 자막의 장벽을 넘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인들은 자막을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하지만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를 눈앞에 두고 자막을 안 볼 미국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블랙핑크는 또 한 번의 기폭제였다. BTS가 보이 밴드로 이름을 날렸다면, 블랙핑크는 걸그룹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심지어 그녀들은 모두 명품 브랜드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약하면서 전 세계 여성들의 우상이 되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제 한류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는 한마디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다. 특히 한 나라의 문학이 인정받는 일은 무척 어렵다. 하지만 당시의 수상은 이제 한국 문화가 전 세계 문화의 전면에 나섰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256월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애니메이션 시장까지 장악하는 결과를 낳았다. 심지어 이 작품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내용까지 담고 있어서 보다 각별한 의미가 있다. 물론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의 역할과 엄청난 자본력이 밑받침되기는 했지만, 이제 한국 문화는 전 세계인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신화를 썼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많은 한류의 발전을 보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를 염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한류는 막힘없이 발전하고 확장됐고, 그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앞으로의 한류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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