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마음을 사는 품위 있는 상인, 이웃 돌보는 어시장으로 거듭납니다”
“고객의 마음을 사는 품위 있는 상인, 이웃 돌보는 어시장으로 거듭납니다”
  • 정하연
  • 승인 2020.05.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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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유기붕 이사장

“고객의 마음을 사는 품위 있는 상인,
이웃 돌보는 어시장으로 거듭납니다”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유기붕 이사장 (사진= 이 신 기자)

 

지난 2월 27일, 수도권 최대 종합어시장인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이하 ‘어시장 조합’)에 유기붕 이사장이 취임했다. 인천 중구 항동 7가에 위치한 어시장은 지난 1975년에 처음 문을 연 후, 무려 45년간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해왔다. 지금은 총 5백 개 점포가 영업하고 있지만, 문제는 노후화로 인해 각종 문제가 심각하고, 주차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더구나 디지털 시대에 맞춰 통합 배송 서비스 체계도 시작해야 하지만, 이 역시 좁은 공간의 문제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이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조합을 맡은 유기붕 이사장은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뛰어난 리더의 몫. 유기붕 이사장은 현재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훨씬 업그레이드된 시장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목표와 비전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40년 이상 산적한 문제 풀어야 할 무거운 책임감

인천종합어시장(사진= 이 신 기자)

이사장에 취임한 지 이제 두 달. 주변 사람들은 유기붕 이사장의 얼굴이 홀쭉해졌다고 말한다. 어시장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 셈이다. 그가 처음 인천 어시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을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었을 때 누구나 한 번쯤 사업에 실패하듯, 그도 역시 무역업을 실패한 후 새로운 일을 찾고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어시장 경매업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그들 특유의 거친 문화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 생산 장사. 조합에서는 오랜 기간 이사로 활동했으니 현재 조합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간 이사장에 선출된 것도 그의 오랜 경험과 탁월한 안목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어시장의 청사진이다. 
“지금 저희에게 가장 급한 것은 새로운 어시장의 부지를 찾는 일입니다. 이미 상당히 진전이 됐고, 어떤 공간으로 꾸밀지도 많은 생각을 해놓았습니다. 이제 인천 어시장은 단순히 수산물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청년들이 찾아오는 종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앞에서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인천공항의 야경이 보입니다. 또 미술 전시회 등도 하고, 걸어서 월미도도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단순한 어시장이 아닌, 인천이 자랑할 만한 최고의 쇼핑, 문화 복합공간을 만들어낼 예정입니다.”

사실 그간 어시장 이전 문제로 상당한 난항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전이 추진되다가 무산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장(市長)이나 국회의원이 바뀌면 멀쩡했던 계획도 망가졌고, 관계 기관과 이견이 있어서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했다. 또 주변 조합이나 공공기관과도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유기붕 이사장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기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기관과의 협의도 잘 되고 있고, 마스터플랜도 거의 다 세워졌다. 내년 이 맘때쯤이면 계획을 발표할 정도이고, 임기 내에는 이전은 물론이고 성공적인 운영까지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기붕 이사장에게는 어시장을 옮기고 쾌적한 매장을 꾸미는 일이 다가 아니다. 바로 상인들의 의식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젊음의 문화로 어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이다. 
“예전에 저를 정말로 슬프게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상인들이 자칫 싸우는 일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이 ‘에휴, 생선장사들이 다 그렇지 뭐’라고 폄훼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인 스스로도 자존감이 그리 높지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났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상인도 품격을 갖추고, 훌륭한 인격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과거 우리 부모님 세대의 장사하시는 분들은 너무 힘들게 살았고, 그 각박한 환경 속에서 자녀를 키우려다보니 서로 싸우는 일도 많았습니다. 밥 먹는 돈을 아끼기 위해 호떡을 먹으며 독하게 살아오셨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1세대를 거쳐, 2세대, 3세대가 된 마당에 우리도 많이 변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 장사 잘되고, 나 혼자 밥 굶지 않는다고 만족해야 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 어시장 5백개 점포 상인들이 당당한 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참여하고 고객과 함께 하고, 어려운 이웃도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을 기획하는 탁월한 안목
고객에게 훌륭한 품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고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서 고객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어시장과 상인들의 모습. 또 사회를 돌보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훌륭한 시민의식을 갖춘 상인들의 품격. 바로 이것이 유기붕 이사장이 바라는 진짜 인천 어시장의 모습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가 아니다. 유기붕 이사장은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 그들이 잃어버린 맛을 되찾아주려는 섬세한 계획도 가지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어머니의 맛’을 잃어버렸습니다. 물론 어렸을 때야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밥상을 받았겠지만, 성인이 되면서 패스트푸드로 한끼를 때우고 국적 불명의 퓨전 음식에 길들여졌습니다. 더구나 각종 화학조미료에 익숙해져서 자연의 맛, 어머니의 맛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 인천 어시장에서는 훌륭한 음식 솜씨를 가진 상인들이 바로 이런 맛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단지 ‘맛있는 음식’이 다가 아닙니다. 영혼을 위로받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진정한 힐링푸드의 세계를 열어 가고 싶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근간에는 ‘이제 더 이상 시장(市場)이라는 곳이 물건을 사고파는 곳만은 아니다’라는 유기붕 이사장만의 철학이 깔려있다. 사실 그의 말이 정확한 이유는 바로 인터넷으로 인해 쇼핑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번 하는 식으로 상품을 전시하고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과거 시대의 판매 방법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 시장은 ‘삶을 즐기는 곳’이 되어야 한다. 바다의 풍경도 보고, 인천의 한없이 높은 하늘도 보고, 문화도 있고, 이벤트도 있는 곳. 바로 이런 곳이 진짜 시장이라는 의미이다. 
유기붕 이사장은 고객군 역시 새롭게 확대할 복안을 가지고 있다. 바로 외국인들도 얼마든지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편성하겠다는 것. 향후 매주 2~3회씩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 교육을 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인들이 최소한의 영어와 중국어를 할 수 있다면, 이제 인천 어시장은 인천의 명물을 넘어 대한민국의 명물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어시장 상인들은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의 음식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게 하는 ‘문화 전파자’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도 있게 된다. 

유기붕 이사장은 또 디지털 시대에 동참하는 새로운 흐름도 기획 중에 있다. 다수의 쇼핑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이제 인천 어시장도 별도의 브랜드를 통해 통합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싱싱한 수산물을 빠르게 배송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인천은 교통, 물류 인프라가 좋기 때문에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에 큰 어려움도 없다. 또 그는 자신의 이런 모든 기획을 제대로 이뤄내기 위해 최대한의 인적 네크워크도 가동하고 있다. 아무리 계획이 좋아도 그것을 도와줄 기관이나 사람이 없으면 이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기관,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고 최대한의 협조를 이끌어 낼 생각이다. 
유기붕 이사장의 말을 듣다 보면 그가 어시장 조합 이사장이라기보다는 ‘문화 콘텐츠 기획자’, 혹은 ‘새로운 시장(市場)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혁신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인천 어시장의 변화될 모습을 구상하는 그의 지향점이 모두 뛰어난 시대적 흐름과 함께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과거와 현재 시대의 생활상에 대한 통찰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변화는 자신의 힘으로부터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누가 만들어주기를 기다릴 수도 없고, 혹시라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미래라면 우리의 것이 아니라 언제든 사라질 수가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생각도 변해야 되고 실천의 방법도 변해야 합니다. ‘이익을 남기는 장사꾼’의 개념에서 벗어나 고객의 마음을 케어하고, 동시대의 훌륭한 구성원으로서의 상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새롭게 이전할 건물만 좋으면 뭐하겠습니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 부단하게 변화하고 노력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기붕 이사장의 통찰과 안목은 여느 어시장 이사장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시대적 흐름에 대한 깊은 사고와 현재 어시장이 처한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낸 느낌이다. 

현재 인천 어시장도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유 이사장은 “‘매출’이라고 하기에도 힘든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우리 어시장에도 매일 방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지대이다”라고 말한다. 어시장을 이전하기 전이라도 많은 손님이 왔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유기붕 이사장은 내년 이맘때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때면 지금까지 계획했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발표하고, 탄탄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모습을 볼 것이라고 했다. 어시장 상인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삶까지 바꾸고자 하는 유기붕 이사장. 과연 그와 인천 어시장을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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