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와 통합당의 미래
협치와 통합당의 미래
  • 정하연
  • 승인 2020.06.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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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 (사진= 국회 홈페이지 제공)

‘의회독재, 인해전술, 히틀러 나치 정권.’
최근 수일간 미래통합당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할 때 쓴 말이거나 비유적 표현들이다. 새로운 21대 국회의 출범을 앞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초반부터 공격의 수위가 꽤 높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5일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의 대치는 초반부터 극에 달했다. 급기야 개원 당일, 통합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을 하고 말았다. 이러한 모습은 4·15총선 직후 여야를 불문하고 ‘협치’를 외쳤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물론 ‘선거 직후’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는 상황은 이해할 수 있지만,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여야의 대치는 지난 20대 국회로 돌아간 모양새다. 과연 협치란 가능할까? 


서로 다른 협치의 의미
사실 ‘협치’라는 말은 중립적이면서도 이중적인 언어다.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부 보수 쪽 인사들은 지난 6월 5일의 국회 개원을 ‘거대 여당이 힘으로 밑어붙였고 협치는 내동댕이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당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원래 법에 정해진 개원 날짜가 6월 5일인데, 그걸 지킨다고 협치를 내동댕이쳤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이 ‘협치’란 야당에게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이기도 하다. 현대의 의석수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이외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통합당은 사사건건 ‘협치’를 외칠 수 있다. 민주당이 절차대로 법을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협치는 죽었다’고 말할 수 있고, 국회의장이 특정 법안을 직권 상정해도 ‘협치하지 않는 민주당은 독재정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모든 것에 ‘협치’를 가져다 붙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여당은 여기에서 억울할 수밖에 없다. 177석으로 개헌 이외의 모든 것을 하는 것은 그냥 법에 정해져 있을 뿐이고, 그 법을 따르는 일일 뿐이다. 결국,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니 민주당 입장에서의 ‘협치’란 또다른 의미가 되어버렸다. 지난 5일 국회 개원 당시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총괄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할 때 ”21대 국회는 국민건강과 국민경제를 지키는 진정한 협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통합당에게 협치를 요구한 것이다. 결국, 지금의 여야는 서로에게 협치를 요구하고 자신이 말하는 협치가 ‘진짜 협치’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각 당의 속내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뭐가 협치인지, 그 단어의 뜻이 헷갈릴 정도다. 
한편 통합당이 주장하는 협치가 그저 구시대적인 협잡의 정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일도 있다.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는 통합당의 이러한 행태를 놓고 ‘협치를 빙자한 협잡’이라고 공격했다. 말은 그럴 듯한 ‘협치’이지만, 정작 속을 까놓고 보면 그것은 정치적 거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역시 앞으로도 협치라는 이름으로 양보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177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원수를 만들어준 국민들의 기대감 때문이다. 말 그대로 ‘동물국회의 전형’을 보여준 20대 국회에 실망한 국민이 결국 민주당의 압승을 손에 쥐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제 더 이상 민주당이 통합당에 끌려가길 원치 않는다. 심지어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들을 “협치 같은 것은 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주문까지 하는 형국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통합당을 배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럴수록 통합당이 말하는 ‘독재’의 프레임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때로는 강경한 자세를, 때로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줄 수 있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통합당의 의견을 일일이 반영하는 국정운영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에게 새로운 미래가 있을까?
어쩌면 지금의 ‘협치’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에서 제대로 된 협치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협치란 소수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이론적으로는 합의제 이론이나 교환이론 등에서 그 출발을 찾을 수 있다. 민주주의가 채택한 다수결의 논리가 때로는 폭력적이고 독단적으로 변하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이다. 물론 이런 의미에서의 협치란 민주주의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문제는 그 소수의 의견이라는 것이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집단의 의견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는 앞으로도 협치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저면 앞으로 남은 4년 내내 논란이 될 수 있고, 만약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이는 더 풍랑에 휩싸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통합당 전반의 온도 차이다. 김 위원장은 ’빵을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언급하면서 기본소득제라는 판도라는 열어버리고 말았다. 이에 정의당은 ‘얼마든 협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비쳤다. 통합당과 겅의당의 의기투합. 보수 정당과 진보 전당의 이러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한국 정치 역사상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다. 한마디로 ‘정치 지형의 엄청난 변화’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통합당 내부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가 마뜩치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당내에서는 ‘이렇다가 통합당이 민주당 2중대가 되는 것 아이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아예 본격적으로 비판을 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5일 김 위원장을 향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당’을 만들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자유 우파’, ‘보수‘’는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3차 추경안을 두고도 김 위원장과 당 내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찬성의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의원들은 ‘무조건 민주당에 끌려갈 수는 없다’고 말한다. 정책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김 위원장이 취임 뒤에 내놓은 화두만 보면 통합당의 정책인지, 민주당의 정책인지 헷갈릴 정도다. ‘기본소득제 도입’ ‘데이터청 설립’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 ‘리쇼어링 파격 재정지원’ 등이 그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으로는 철저하게 패배한 지난 4·15 총선 이후 민심을 돌리려는 의도이겠지만, 통합당 내부에서는 ‘정체성 없는 정당이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형세로만 본다면,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는 통합당의 외부 이미지를 위한 작업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정작 통합 내부 의원들이 이를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통합당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헷갈릴 수 밖에 없고, ‘통합당은 변할 의지가 없다’는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 통합당은 ‘내우외환’의 상황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밖으로는 민주당과 협치, 안으로는 김종인 비대위와의 정체성 투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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