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친화적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위상에 더욱 충실하겠습니다”
“자연 친화적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위상에 더욱 충실하겠습니다”
  • 백경화
  • 승인 2021.06.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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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우종미술관 운영인 관장

흔히 ‘지방에 있는 미술관’이라고 하면 보유한 작품수도 많지 않고, 그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조그맣게 운영하는 곳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퍼블릭 골프장인 전남 보성컨트리클럽 내에 있는 <우종미술관>은 이러한 편견을 뛰어 넘는다. 국내 작가 작품으로는 이중섭, 김환기, 오지호, 이우환 선생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해외 서양작품으로는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의 대가가 그린 작품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판화작품만 해도 베르나르 뷔페, 피카소, 호안 미로, 페르낭 레제 등 지방에서는 엄두도 못 낼 작품들이 다수 있다. 국보급 작품도 상당하며, 전체적으로 따지자면 거의 1,200여 점이 넘는 수준이다. 우영인 관장은 미술관 설립자인 박용하 ㈜와이엔텍 창업주의 아내로서 과거 종갓집 며느리로 힘든 세월을 겪기도 했지만, ‘고생 끝에 낙’이라는 말이 있듯, 이제는 미술관 관장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편집자주

보성 우종미술관 전경(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개관식에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작품 선보여

전남 보성에는 수려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조성된 보성컨트리클럽이 있다. 그런데 보통 골프장 안에 미술관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종미술관>은 자연으로 둘러싸인 골프장의 녹지 공간 안에서 고풍스러운 멋을 자랑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일본에는 이와 비슷한 미술관이 두 군데 정도 있다지만, 국내에서 이런 환경을 지닌 미술관은 <우종미술관>이 유일하다.

지난 1월 말, 우종인 관장은 미술관의 발전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한국박물관협회로부터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우종미술관>은 경력인정 대상 기관으로 선정되어 학예사로서의 자격 취득을 위한 실무연수 기관으로 공식 인정받기도 했다.

2008년 개관전에서는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이우환, 최쌍중, 이중섭 등 국내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미술관 1, 2층에는 소장품 중심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으며, 3층은 고미술품과 도자기, 토기, 민예품 등의 상설전시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개관 이후 매년 유명작가 초대전을 해왔으며 지역의 예술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황영성 작가(2009), 강종열 작가(2010), 진원장 작가(2011)에 이어 박정환 작가 초대전도 열었다. 이러한 탄탄한 기획과 작품전시에는 우영인 관장이 해왔던 그간의 노고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리 미술관은 알찬 전시와 참신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여 아동과 청소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역 내외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해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남도의 예향성을 되새기고 북돋우며 중앙 집중적인 문화예술 체험의 장을 지역으로 확산시켜 지역 미술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민과 함께 상생하며 문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미술관이 가져야 할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종미술관은 자연 친화적인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써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고 다양한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고자 최선을 다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및 연구, 개발 등의 다양한 임무를 더욱 성실하게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실제로 <우종미술관>을 방문하면 수려한 자연과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거기다 고급스럽고 품격있는 우영인 관장의 안내를 받다 보면 절로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녀는 경희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뒤 잠시 전남 구례여자중학교 사회교사로 활동을 했다. 2000년부터는 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으로 활약했으며 현재 같은 기관의 회장을 맡고 있다. 또 현재 사립미술관협회 이사이자 남편의 회사인 와이엔텍의 이사이기도 하다.

보성 우종미술관 운영인 관장(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매우 엄격한 가풍의 종갓집 며느리 생활

우영인 관장이 오늘날 미술관 관장으로 활동하기 전에는 ‘종갓집 며느리’로서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힘든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집안의 우애가 좋았고 시아버님이 듬뿍 사랑을 주셔서 힘든 줄 모르고 살아왔다고 한다. <우종미술관>의 설립자인 남편 박용하 회장은 생전에 미술품을 수집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을 접하게 됐고, 집에서 숙식하던 미술가들을 보면서 특별한 애정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의 그림 수집이 행복한 취미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젊었을 때는 미술작품 때문에 너무도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집안 곳곳에 작품들이 널려 있어서 보관하는 것에도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거기다가 느닷없이 특정한 그림을 꺼내오라고 하면 도대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죠. 밤에 자고 있으면 그림을 사 온 남편이 저를 깨워서 그림을 보라고 하고 감상을 위해 이리저리 작품을 들고 서 있어 보라고 하니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그 모든 그림은 다 제 것이 되었고 오늘날 미술관을 차릴 수 있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결혼 전 우 관장의 친정어머님은 ‘종갓집이니 시집을 가서는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때 우 관장은 ‘종갓집’이라는 말조차 몰랐다는 것. 당시 만난 남편이 무척이나 잘 생겼고 지적으로 보여 결국에는 결혼을 승낙하게 됐다. 하지만 그때부터 고생문이 훌쩍 열렸다고 한다. 1년에 제사만 7번인 데다가 설, 추석 때마다 제사를 지냈고 남자 형제들의 생일에도 제사에 걸맞은 음식을 차려야만 했다. 심지어 가풍이 무척이나 엄격해 여자들은 목욕하러 가는 것 이외에는 집 밖을 나갈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남자가 먹는 김치와 여자가 먹는 김치를 각각 따로따로 담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남성 중심’이 철저하게 지켜지던 곳이었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도대체 그런 집안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당시의 종갓집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의 손님이라도 오면 음식 접대며 인근 관광지 안내도 모두 며느리의 몫이었다. 심지어 집에서 6개월이나 숙식을 해결했던 손님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고생 끝에 낙’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시집살이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면 결혼을 잘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가 스스로 선택한 결혼이었기 때문에 제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세월을 넘어섰으니 지금 미술관 관장이 되어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아버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그 당시 귀했던 음식이나 해외의 과자며, 각종 선물을 늘 해주셨습니다. 오늘의 <우종미술관>이 있기에는 시아버님의 그림자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성 우종미술관(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지역 청년 작가들 배려할 계획

현재 <우종미술관>과 함께 있는 보성CC 역시 영업이 매우 잘 된다고 한다. 그간 동남아로 가던 골프 수요가 코로나19로 인해 막히면서 국내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회원제가 아닌, 퍼블릭이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고민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향후 우영인 관장은 지역 사회에 대한 배려를 좀 더 많이 할 생각이다.

“그간 유명작가들을 중심으로 초대전을 하다 보니 지역 청년작가들에 대해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름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수준 높은 미술관람을 위해서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전도유망한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내는 것도 미술관의 큰 역할이라고 봅니다. 또 지금도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부나 아이들, 어르신들을 모시고 꽃꽂이도 하고 있습니다. 사립미술관협회에서 지원을 해주어 간식도 나오니 모두 너무도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 꾸준한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과밀현상은 단지 인구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 및 예술의 영역에서도 지방은 그만큼 홀대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종미술관>과 우영인 관장의 존재는 그만큼 더 빛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친 지금과 같은 때에 훌쩍 보성으로 떠나 아름다운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훌륭한 힐링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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