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8 14:23 (월)
“디지털 시대의 미술계 저작권 확보를 위해 연합회가 최선두에 섰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미술계 저작권 확보를 위해 연합회가 최선두에 섰습니다”
  • 최운정
  • 승인 2021.12.28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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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초대 회장,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

2021년 11월 말,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을 초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연합회가 탄생한 배경은 이제까지 미술계 내에 대표성을 가진 공신력 있는 저작권 보호단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사회가 되어 가면서 각종 콘텐츠의 저작권이 매우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이제 더 이상 미술 저작권의 보호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연합회 창립은 미술계를 망라하는 20여 개 단체가 동시에 참여했다는 점에 의의가 매우 크다. 앞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디지털 저작물 시장을 보호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 미술가들의 권익이 상당히 보호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옥 관장을 만나 연합회 설립 배경과 향후 추진 계획 등을 보다 자세하게 들어보았다.

 

사비나 미술관 전경(사진=사비나 미술관)

침체된 미술계 저작권 보호 활성화 기대

 

미술 분야는 의외로 저작권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매년 발행하는 한국저작권보호원 연차보고서에는 음악·영화·방송·출판·게임 등 5개 분야만 집계될 뿐 시각예술은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는 그간 미술계가 얼마나 저작권 보호에 뒤떨어져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현재 국내 저작권 신탁관리업은 음악4개, 어문4개, 영상2개, 방송1개, 뉴스1개 등 총12개 단체가 신탁 허가를 받았고, 공공분야로는 한국문화정보원이 지정돼있다.

이에 비하면 미술계 내부의 시스템은 매우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며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물론 미술계에서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수년 전부터 연합회 설립을 추진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진행이 매우 더뎠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전 세계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저작권 문제의 해결은 더욱 절실해졌다. 이에 국회의 ‘미술진흥법공동추진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이명옥 관장이 제일 먼저 발 벗고 나서게 됐다.

“지금 메타버스와 NFT가 굉장히 활성화되고 있어 저작권 개념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많은 수요처가 생겨났는데, 미술계의 저작권 보호 대책이 거의 전무한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전체 95%의 소외받는 작가들은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받아야만 작품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최근 다시 이렇게 연합회의 출발에 시동이 걸리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관계자분들의 관심도 늘어나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창립총회를 했으니 2022년 3월 중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공식출범하고 더욱 본격적인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이명옥 관장은 지난 18년 전 한국사립미술관협회를 만들 정도로 업계에서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 미술관은 화랑과는 다르게 작품 판매에 매진하기보다는 주로 전시와 연구, 대중 교육, 작품검증-작품수집을 주로 한다. 따라서 예술인들의 저작권 보호 등 공익적인 일은 전문적인 시설과 자본을 가진 권리자로 구성된 비영리단체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이러한 저작권 관련 협회는 대표성과 ‘공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 필요성만 논의됐지, 실제 나서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여느 단체들처럼 상업적 목적으로 접근했다가는 업계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고, 운영도 지지부진 해질 수밖에 없다. 상업적 이윤이 생겼을 때는 정확하게 산정(算定)한 이용 내역에 따른 저작권 사용료 징수 및 공정하게 분배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역시 이 부분에서도 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이명옥 관장이 적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초대 회장,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NFT로 작품 판매해본 한 작가의 ‘멘붕’

 

이 관장은 이번 연합회 탄생에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이번 연합회 창립은 범 미술계 관련 단체가 모두 함께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 한국미술협회를 비롯해 한국화, 판화, 조각, 미디어아트, 평론가, 사립미술관 등 각 분야 별로 국내 시각예술계를 망라하는 20개 미술 단체가 연합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념적 지향성이 약간 다른 민미협과 미협까지 모두 참여했으며, 재불작가협회까지 참여했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역사적 사건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합회가 탄생했다고 다는 아니다. 땅을 마련했으면 옥토로 가꾸어야 하고 씨앗도 뿌리고 성과도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연합회는 저작권 유통정보 활용 DB 및 홈페이지 구축, NFT거래 플랫폼 구축, 가상미술관 구축 사업 등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가장 큰 난관은 예산이다. 물론 처음부터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시간이 너무 걸려 연합회 창립총회는 더 지연되었을 것이다.

“최근 아는 지인 작가가 NFT로 작품을 판매하면서 ‘완판’을 경험했습니다. 이제까지 작품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던 작가는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디지털과 NFT는 미술계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NFT 덕분에 거대 유통사나 플랫폼을 거치지 않은 순수 창작자 시대가 열렸습니다.

아직 NFT 단어조차 생소한 작가들이 많은데, 시장은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창작자들이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무단 복제된 이미지, 동영상 등을 NFT로 거래하는 저작권 침해에 따른 법적인 쟁점과 이슈, 거래 수수료에 따른 적정성 여부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 이상 미뤄진다면 미술계의 저작권 문제는 한동안 헤어 나올 수 없는 침체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연합회부터 창립하고 예산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예산 문제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때도 있지만, 반드시 해내겠다는 자신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미술계 내에서도 가장 최첨단의 미술 트렌드를 반영하는 전시회를 하는 인물로 매우 유명하다. 1996년 3월에 개관한 이후 ‘융복합 전시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미술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2012년에 이미 ‘버츄얼 미술관’을 표방하는 ‘구글 아트프로젝트’에 유일한 한국인 파트너로 당시 런칭 행사장인 루브르미술관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제까지 제가 했던 전시회는 다른 전시공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과 시도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공립미술관,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저희만의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애초에 새로운 전시를 위한 ‘융복합’의 개념을 확실하게 잡았고 또 미술의 영역에만 갇히지 않기 위해 과학, 수학 등 타 분야와의 접목도 많이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사비나미술관의 독자적인 영역이 구축되었습니다.”

현재 사비나미술관은 미술계의 구글로 불리는 아트시(Artsy)가 뽑은 ‘국내3대 우수사립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명옥 관장은 그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를 해왔다. 사립미술관은 크게 기업 문화재단을 통해서 운영하는 곳과 사비나미술관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과 개인이 운영하는 미술관은 게임의 판이 완전히 다르다. 예산의 규모로 보면, 사비나미술관은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에 비해 턱없이 밀리지만, 자신들만의 독특한 차별화 전략으로 오늘의 명성을 쌓고 입지를 구축해왔다. 이명옥 관장은 자신을 일컬어 ‘카리스마형 리더인 스티브 잡스형이지 관리형 리더인 팀 쿡형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반짝이는 영감과 기획, 아이디어에는 능하지만, 실질적인 사업을 잘하지는 못한다고. 거기다 집에서는 만지는 물건마다 깨트릴 정도’로 덤벙대는 일도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러한 부조화가 이명옥 관장의 아이디어와 실천력을 더욱 빛내주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정무적 판단이 빠르고 추진력이 강한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초대 회장,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사진=데일리뉴스 DB)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초대 회장,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책임감으로 연합회 꽃길 만들 수 있길

 

2022년에 이 관장은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우선 연합회의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고 회원들이 준수해야 하는 윤리 강령 제정 및 모범 사례를 공유해 회원 단체들이 창작자의 권리 보호, 개인 브랜드 경쟁력 확보, 글로벌 지원을 통한 인지도 향상 등을 추진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그녀가 이렇게 연합회 활동에 열심인 것은 ‘승자독식의 미술계 구조’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는 작가들이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어디나 승자독식의 사회이지만, 미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위 5%를 제외한 나머지 작가들은 생계조차도 힘든 상황입니다. 따라서 제가 저작권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면 그들 역시 작품활동을 지금보다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문제는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시작하는 초기부터 시작됩니다. 제가 예전에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때마다 늘 학생들에게 ‘생존을 준비하라’고 말했습니다. 한해에 수천명에 달하는 예비작가들이 배출되는데 대부분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예술인의 저작권 문제는 단지 정부의 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저작권이라는 산업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해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명옥 관장이 늘 염두에 두는 것은 바로 ‘책임감과 초심의 유지’이다. 일단 자신이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성취해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힘들 때마다 늘 리마인드를 하면서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이러한 책임감은 사회적 공헌과도 연관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최대한 잘 활용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서게 된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이명옥 관장의 책임감과 솔선수범, 그리고 범 미술계의 노력이 하나가 되어 보다 창창한 ‘꽃길’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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