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인 ‘위비스’와 물류기업인 ‘로지스밸리’가 5:5로 공동 투자한 패션전문 물류회사인 ㈜WGL(대표 김한성)이 지난해 10월 1일에 출범, 이제 1주년이 되어가고 있다. 기본적인 물동량이 있었기에 첫해에만 12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이며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질 예상이다. 특히 이런 구조를 가진 조인트 벤처회사는 한국 패션 및 물류업계에 최초의 도전이다. 이랜드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지난 30년간 패션과 물류업계에 일했던 김한성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중심에 놓는 그의 경영철학은 벌써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 전 사원이 스스로 사장이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을 키우는 회사’라는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적극성이 더욱 잘 발휘되고 있다. “사람만 준비되면 WGL은 엄청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부하는 김한성 대표를 만나 패션과 물류업계의 현황과 미래, 그리고 그가 지난 세월 걸어왔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특하지만 탁월한 회사 구조
최근에 들어 패션회사에서 물류분야는 핵심사업 분야 중의 하나이다. 특히 플렛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영역이 활성화 되고 있는 B to C 환경에서는 고객에 대한 물류 서비스가 패션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WGL의 김한성 대표는 ‘최적임자’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세정과미래, 톰보이, 아이올리, 위비스를 거치면서 패션 물류 현장의 전문가로 성장했다. 특히 이제 막 1년이 된 신생기업이라고 하기에는 탁월한 인재들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던 이사가 차장으로 직급을 낮춰서 들어올 정도로 뛰어난 인적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물론 법인으로 되면서 급여나 직급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김한성 대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없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오랜 세월 물류 분야에서 일했다고는 했지만, 막상 법인을 설립하고는 미래에 대한 비전에 많은 숙고의 시간을 투자했다.
“처음에는 법인 설립하고 나서는 잠이 안 왔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할까요? 단순한 센터장이 아닌 대표이사라는 자리가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새벽 2시만 되면 눈이 떠지고 소파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와이프가 저에게 ‘잠도 많은 사람이 왜 그러냐?’고 의아해서 묻더군요. 그만큼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민은 회사의 앞날에 대한 걱정은 아니었습니다. 탄탄한 기업들이 자본을 투자하고 물동량이 많은 만큼, 진짜 고민은 어떻게 더 희망적인 회사로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였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WGL은 이미 그 구조 자체가 성장할 수밖에 없도록 짜여져 있다. 투자금에 대해서는 10년간의 감가상각으로 월 사용료를 내도록 되어 있고, 정해진 사용료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일절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이 수익은 직원들과 나눌 수 있게 됐고, 이 부분 에서 직원들은 마치 자신들이 회사의 사장인 것처럼 열 심히 일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가 조금 더 체계를 갖추게 되면 각종 비딩에 참여해 더 많은 물동량을 끌어 올 생각이다.
10명의 CEO 키우는 것이 목표
김한성 대표는 체질적으로 물류 분야에 맞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그가 이랜드에 입사해 영업사원으로 일했을 때부터 혼자 하는 일보다는 함께 일하면서 성과를 내는 일이 자신에게 더욱 잘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영업이란 것은 혼자만 잘해도 되지만, 물류는 결코 혼자서 성과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그는 영업을 거쳐 본격적으로 물류 분야로 진입했고 그 결과 오늘의 대표이사에도 오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는 과거 물류센터장을 할 때부터 ‘사람을 키우는 마인드’로 일을 해왔다.
이랜드의 경우 본사 직원 몇 명과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물류를 담당해왔다. 그때마다 김 대표는 사람을 키워서 다른 회사 정직원으로 채용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그 사람을 데리고 있다면 일하기가 더 편하겠지만,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성장하는 것이 더욱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는 자신의 편리보다 사람을 성장시키고 키우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패션물류산업 K-TOP 경영자 양성, CEO-TEN’이 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저희 회사의 비전은 ‘5대 축복을 공유하는 기업’입니다. ▲사람을 최고로 소중히 여기는 기업 ▲신바람 나는 일터의 주인공이 되는 기업 ▲직장이 인생의 배움터가 되는 기업 ▲청출어람이 지속되는 기업 ▲아름다운 정상 을 꿈꾸고 도전하는 기업입니다. 이 모든 비전 안에 모두 ‘사람’이 알알이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목표가 바로 CEO-TEN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 서 10명의 CEO를 탄생시켜 자회사의 대표로 세우는 것입니다. 이런 비전 아래 직원들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회사와 함께 할 수 있고, 회사는 그 동력을 바탕으로 더 성 장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실제도 김한성 대표는 직원 개개인의 삶을 고양시키기 위해서 무척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90 세까지의 인생 계획’이다. 직원들 모두가 90세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인생 계획을 세우고 치열하게 김 대표와 토론하는 일이다. 사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면 회사 대표가 직원 개개인의 90세 인생 목표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없다. 적당히 월급주고 일하다가 퇴사하고 싶으면 퇴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직장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대표에게 그런 직장의 모습은 바람직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정말로 하나가 되기 위해 미래의 계획까지 공유하고 그것을 이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은 그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것은 물론이고 이랜드 근무 당시 기독교 정신이 투영된 회사 경영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WGL이라는 법인을 세울 때부터 이사야 58장 11절~12절 말씀을 가슴에 깊이 품어왔다고 한다.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메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며 네 뼈를 견고하게 하리니 너는 물댄 농장(Watered Garden)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 네게서 날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으리니 너를 일컬어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 하리라.’
이러한 성경 말씀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하나님의 말씀이자, 직원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김 대표의 경영 마인드이기도 하다. 그의 이러한 마인드는 이랜드 근무 당시부터 훈련되었다고 한다. 철저하게 기독교 중심의 사내 문화와 돈보다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당시의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시 이랜드 박 회장님은 새벽 4시에 출근해 기도실부터 찾곤 했다. 따라서 이랜드는 ‘회장이 가장 빨리 출근하고 신입사원이 가장 늦게 출근하는 회사’였다고 말한다.
‘센터는 금고, 상품은 현금’
또한 김한성 대표는 매우 독특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센터는 금고이고 상품은 현금이다’라는 것이다. “은행 회사 직원들은 매일 매일 현금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현금을 대하는 그 태도는 매우 정직 하고 겸손할 것입니다. 이는 물류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보관하는 수많은 제품은 모두 하나하나 다 현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회사 자체를 금고라고 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하면 직원들이 스스로 상품을 매우 소중하게 다룰 것이 틀림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그냥 ‘옷’이라고 생각하면 한두 개 가져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현금’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빼돌리지 않을 것입니다.” 업무에 있어서 김 대표는 ‘독종’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곤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것,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용서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도 가장 먼저 ‘기본’을 강조하고 그것이 철저하게 지켜지길 원한다. 하지만 그를 ‘냉정하고 차가운 CEO’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직원들에게도 그만큼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 설립 후 3개월이 된 지난해 연말에 현금을 찾아서 모두 세뱃돈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끝나는 때에는 아무리 적어도 1인당 천만원 정도의 성과급을 주`고 싶습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를 모두 함께 나누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WGL이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삶과 꿈과 희망의 터전이 되었으면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김 대표의 오랜 꿈은 바로 한의사였다.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한의원에 들어가 무려 9년간이나 일을 했다는 것. 그래서 그에게는 고등학교 시절이 없고, 훗날 방송통신고등학교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취득했고 이후 한성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뒤 물류 관련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무엇보다 그는 당시 엄청나게 공부에 몰입했다고 한다. 한성대에서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수석으로 졸업까지 했다. 특히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입학한 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고 한다. 그가 업무에서 ‘독종’으로 불리는 것 은 바로 이렇게 과거에 공부에서도 ‘독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김한성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CEO로 남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멘토’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무엇이든 직원들이 상상하는 그림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CEO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디서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제 할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의 멘토가 되어 그들을 이끌고, 저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이 폐업을 하고 성장의 속도가 더뎌졌다. 하지만 WGL 김한성 대표에게 그러한 시련은 없었다. 그리고 오히려 펜데믹의 한 가운데에서 창업을 했고, 더 열정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철학과 신념이라면 WGL이 지금보다 10배, 100배가 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