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6 (금)
현장에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끄는 발송배전 ‘국내 1호’ 여성기술사를 만나다
현장에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끄는 발송배전 ‘국내 1호’ 여성기술사를 만나다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23.09.26 10: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기술사회 여성위원회 신호전 위원장

기자는 지난 9월 12일 점심 시간이 끝나자마자 서울 송파구에 있는 ‘조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전기분야 ‘국내 1호’ 여성 기술사 신호전 상무가 근무하는 곳이다. 발전·송전·배전 등 전력계통은 물론 ‘플랜트 전기설계의 메카’임을 자부하는 중견기업 조엔지니어링은 신호전 상무를 비롯한 기술사 3명과 특급(3명), 고급(4명) 기술자 등 약 30명의 직원들이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다. 기술력이 생명인 엔지니어링 회사에 걸맞게 조엔지니어링은 2002년 설립 이후 발·변전소 건설, 플랜트 전기설계, 전력설비 안전진단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성장해왔다. 최근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활성화되고 있는 연료전지(fuel cell) 분야에서도 가장 많은 연료전지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신호전 기술사는 이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전기종합설계·감리, 전력계통연계 안전진단, 발전설비설계, 전기기술 계산 등 모든 업무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그는 ‘발송배전’ 분야 국내 최초의 여성 기술사이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발송배전’은 발전·송전·배전·변전 등 전기를 생산해서 유통·공급하는 전 과정을 일컫는다.

 

‘발전배송’ 분야 최초도전

‘기술사’라는 타이틀은 공학적이고 학문적 요소가 강한 분야이다보니 자격 획득이 침침한 눈으로 바늘구멍에 실꼽는 만큼이나 어렵다. 그리고 특히 여성 기술사는 실제 국내에서 활동 중인 숫자가 100여 명에 불과하다. 실력이 안되면 그만큼 획득이 어려운 자격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여성으로서 애초에 전기공학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성들도 어려워하는 ‘발송배전’ 분야에 최초로 도전,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는 신호전 발송배전 기술사를 만났다. “제 이름은 신호전입니다. 이름이 참 특이하죠? 지금까지 대한민국 여성 중에 ‘호전’이라는 이름을 쓰는 여성을 만나본 적이 없답니다. 제 이름을 처음 듣는 분들은 남자로 오해를 많이 하세요. 때문에 한 번 들으면 오래 기억되나 봐요.” 그 동안 기술사로 일하며 이름 덕을 많이 봤다는 그는 ‘호전’이라는 이름과 달리 전혀 호전(好戰)적이지 않게 ‘엄마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올해부터 임기 3년의 한국기술사회 여성위원회 위원장직도 맡고 있는 신호전 기술사의 인생은 이름처럼 굴곡이 많았다.“제 학창시절 별명이 ‘수학박사’였어요. 또래 아이들보다 암기력이 뛰어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진로는 영문학으로 정했죠. 영어에도 흥미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대학시절 급격하게 가세가 기울며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학교를 그만두고 20대 초반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틈새도 없이 신 기술사는 이른 취업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안산시청의 전산직 공무원이 됐다. “당시에는 그저 돈을 벌어 집안에 보탬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꿈이 없는 20대를 보냈지만 속으로는 매순간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안정된 공무원 생활도 잠시, 1993년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허리 디스크를 앓게 되며 병마와 싸우면서 직업도 잃게 된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하고 나서 외삼촌 소개로 지인이 운영하는 전기공사업체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기와의 첫 인연이 시작된거죠. 당시 회사는 전기공사뿐만 아니라 전력기자재도 판매했습니다. 그 때 수많은 전력기자재 수급업무를 하면서 흥미를 느꼈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 전기기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전력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신 기술사의 인생도 바뀌었다. 이로써 ‘인생 2막’이 시작된 셈이다. 신 기술사는 사실 전기에 대한 관심이 과거의 아찔한 경험 덕분에 생기게 됐다고 한다. “어렵게 낳은 제 외동아들이 첫돌 무렵 집 안방에서 벽에 붙은 콘센트 구멍에다 호기심에 멋모르고 쇠젓가락을 넣으면서 “펑”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놀라 자빠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전기의 무서움도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어느새 그 아들이 대학생(고려대 재학 중)이 되어 처음엔 신소재학과에 입학했으나 지금은 엄마 처럼 전기공학으로 전공을 바꿔 공부하고 있다. 어릴 때 사고를 경험하며 소위 ‘모전자전(母傳子傳)’의 피가 흐른게 아닌가 생각된다. 신 기술사는 이렇게 전기에 대한 기초이론부터 공부하며 더욱 욕심이 생겼다. 전문성을 위해 기술사라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기로 했다. 늦게 시작된 공부였지만 꿈을 실현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마음 속으로 전기공사와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에 발송배전 기술사에 도전했습니다. 출발은 남보다 늦었지만 이 분야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기술사 자격획득이 필수였습니다. 기술사 시험을 위해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소위 ‘4當5落’이라는 시험준비의 처절함을 합숙소에서 겪으며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신 기술사는 늦깎이 37세에 여성으로는 최초로 발송배전 기술사가 됐다. 쏟아지는 스폿라이트를 받으며 괜히 부담도 됐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엔지니어가 되고자 신 기술사는 숭실대에서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김재철 지도교수 아래서 혹독한 가르침을 받고 공부한 덕분이었다.

 

전문성을 갖춘 기술사로 도전

“기술사가 되고나니 개인적 성취를 떠나 자신보다 열악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위의 기대도 많았죠. 부끄럽지 않는 전문가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당시에는 여성 기술사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존재했으니까요.” 신 기술사는 오로지 전문성을 갖춘 기술사가 되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발송배전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활동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저는 발송배전 ‘국내 1호’ 여성 기술사로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교육자로서 후학양성에 나서고 싶기도 해요. 그렇지만 지금은 제가 근무하는 조엔지니어링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신호전 기술사는 올해 들어 한국기술사회 9대 여성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를 계기로 3년의 임기 동안 본격적인 봉사의 길을 가며 채우고 싶다고 한다. “저희 기술사들은 총 84개 기술 종목 가운데 건설, 환경, 에너지, 전기·전자, 식품, 의류 등 산업 분야에서 안전 및 여러 전문 분야를 다루는 최고의 기술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 9월 기준 국내 총 59,380명의 기술사 중에 여성기술사들이 1,881명으로 약3.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여성 기술사들이 처음엔 친목 위주로 모여 출발했지만 사회공헌 활동에 도전정신을 갖고 해보자는 뜻을 모아 대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로 51주년을 맞이한 한국기술사회에서 탄생한지 21주년이 된 여성위원회는 2007년부터 한·일 여성기술사 간의 교류를 활발히 진행해오는 한편, 2011년부터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해마다 확대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청소년 진로 멘토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활동, 보행안전용 태양광 가로등 설치, 천연 생리대 및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필요한 필터 교체형 마스크 제작 등 여성기술사 회원들의 대표적인 활동을 예로 들었다.

 

여성기술사들, 사회공헌에 앞장

 여성기술사들은 3년 전부터 태양광 가로등 설치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파주·보성 등 지역에 총 13기의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했다. 그렇지만 사업 초기만 해도 가로등은 농작물 생육 등에 영행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지역에서 꺼려하는 분위기가 많았다는 게 신 위원장의 말이다. 하지만 당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는 여학생들의 안전한 귀가에 도움을 주면서 지역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지금은 지역 주민분들도 많이 호응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저희가 더 뿌듯합니다. 지역사회와 정서적인 교류가 이어진다는 느낌이에요. 낮에 태양빛으로 충전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시간에 가로등에 부착되어 있는 센서로 사람이 지나갈 때에만 불이 켜지기 때문에 시골에서 특히 좋아합니다.” 신호전 기술사는 여성위원장으로서 그동안 도움을 주신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기술사회 기업 대표분들 덕분에 가능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사업에 더욱 힘을 쏟기 시작했다. 여성기술사들의 각 분야 전문적인 경험과 미래비전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며, 청소년들의 진로결정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란다. “지난 5월 27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여성가족부와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청소년활동진흥원과 인천시 청소년활동진흥센터가 주관한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가 송도에서 열렸습니다. 저희는 이 기간 동안 미래역량존에서 멘토링을 진행했는데요, 3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해주셔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멘토링을 하면서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직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청소년, 학부모님들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요즘엔 기술사 진로 멘토링에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 청소년의 호응이 더 크다고 한다. 그들의 교육열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은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기술사’에 대해 알리고 비전을 보여주는 멘토링 프로그램, 지역 사회에 기술사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사회공헌활동, 일본 여성기술사회와 기술교류를 목적으로 실시해 온 한일여성기술사 심포지엄 등 여러 사업들을 추진 중이란 말도 전했다.

 일본의 여성기술사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한일심포지엄은 여성위원회의 중요한 행사로,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 열리는 심포지엄이며 올해는 오는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일 양국간 선의의 경쟁이 된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일본에서 잘하는 사업이 있으면 우리도 함께 해 보고요. 우리의 사업을 일본에서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신 위원장은 바쁜 일상에서도 틈틈이 개인 특기를 살려 그림 그리기에도 열중이다. 이제는 미술 전시회에도 출품하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이고 있다. 신호전 위원장은 선후배 여성기술사 간의 자체 멘토링도 추진하고 있다. “여성은 아무래도 실무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기술사도 현장 실무에서 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상호 교류를 확대하면서 선배의 경험과 후배들의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기술사를 도전하고자 하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도 있다고 한다. “기술사는 단순한 자격 취득 이상으로 국제기술사들과의 교류, 해외 진출 및 미래 사회를 이끌 기술개발 등 더 큰 즐거움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시야가 넓어지고 본인의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도전의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저희 도한 그 즐거움을 나누고 사회에 환원하고자 위원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일이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고 여러분도 꼭 꿈을 실현하는 일에 도전해 저희 여성기술사들과 함께 즐거움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2023년 기술사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신호전 여성위원회 위원장의 활약이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장현준 2023-10-30 23:35:17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 열심이 공부해서 구 목표를 이루고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대단해보입니다. 도전을 즐거워하시고 하시는 모습은 본받고 싶을 정도 입니다! 앞으로 미래 사회를 이끌어 나가주실거 같아 기대됩니다ㅎㅎ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1125)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운정
  • 법인명 : 데일리뉴스
  • 제호 : 종합시사매거진
  •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0618
  • 등록일 : 2010-11-19
  • 발행일 : 2011-03-02
  • 발행인 : 최지우
  • 편집인 : 정하연
  • 종합시사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종합시사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