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친 후, 김건희 여사는 모든 언론매체에서 일제히 사라졌다. ‘명품백 수수 사건’이 정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그간 국민들 사이에서는 ‘언제까지?’라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지만, 최근 ‘재등장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유재국 경위 추모 편지 전달, 배우 이정재 및 넷플릭스 경영자와의 관저 미팅 등에서 언론에 노출되었고, 현재 여의도 일각에서도 ‘이미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갑작스러운 등장에 따른 여파를 줄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광폭 행보, 순식간에 두문불출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김건희 여사의 행보는 한마디로 ‘광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말과 공휴일까지 반납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를 누비면서 각종 활동을 해왔다. 심지어 2023년 10월에는 ‘대한암협회 명예회장’으로까지 추대되기도 했으며 한 달에 7개의 일정을 소화한 때도 있다. 이는 일주일에 2차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전국 일정이면 영부인으로서는 상당히 바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국구’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청주, 제주, 광주, 목포 등을 잇달아 찾았다. 또한 그 분야도 예술, 동물복지, 민생 등 다방면에 걸쳐있었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자신도 이런 영부인의 활동에 다소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취임해 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다”라며 “대통령이 못 오면 영부인이라도 좀 와달라는 곳이 많다. 처에게 드러나지 않게 겸손하게 잘하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말은 대통령이 영부인의 활약에 만족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청천병력 같은 ‘명품백 수수 사건’이 터지면서 김 여사의 손과 발이 완전히 묶여버렸다. 한때 언론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식사를 잘하지 못해 몸무게가 30kg 대까지 되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런 후 김건희 여사의 근황에 대한 소식은 완벽하게 암흑이 되었고,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사라졌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워낙 강하게 발생했고, 김경률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까지 나오고 심지어 ‘윤석열-한동훈 충돌’이라는 이슈가 급부상했다. 한마디로 ‘명품백 수수 사건’이 정국을 강타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 틈에서 김건희 여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과거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영부인들 중에서)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행보를 보인 대통령 배우자는 김 여사가 유일하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같은 김 여사의 행보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김건희 여사가 사라지기 전까지 총선을 위한 행보가 매우 많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다. 거기다가 여의도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정무 감각이 매우 탁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말은 곧 총선 전 전국적인 행보를 통해서 총선을 지원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김건희 여사는 언제까지 두문불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무려 3년이나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 시기 내내 지금처럼 두문불출하기도 무척 힘든 일이다. 이는 개인적으로 참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광폭 행보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누비던 사람이 한순간에 집 안에 갇혀 있게 되면 그 답답함을 이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긴 하겠지만, 그 시점이 중요하다’는 말이 제기되고 있다.
‘김건희 특별법’ 예정, 나와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조심스럽게 김건희 여사가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출발은 지난 2월 15일 고(故) 유재국 경위 순직 4주기를 맞아 부인 이꽃님 씨와 아들 유이현 군에게 추모 편지와 과일 바구니를 전달한 것이다. 유 경위는 한강 투신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했다. 김 여사는 연이어 한남동 관저에서 있었던 배우 이정재 씨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에도 함께 했었다. 다만 김 여사의 사진 등은 언론에 배포되지 않았지만, 일단 ‘만남이 있었다’라는 점을 보아서 이제 영부인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행보에 있어서 대통령실은 ‘그저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관저에 손님이 오셔서 대통령과 식사를 하는데, 여사가 함께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모든 게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며 이를 공개 행보 신호탄으로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처럼 이러한 김건희 여사의 등장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린 후에 이에 익숙해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해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경률 비대위원은 “영부인이 임기 내내 활동을 중지할 수는 없지 않는가. 어떤 식으로든 공식적·비공식적으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제2부속실 설치, 나아가 특별감찰관 선임까지는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건희 여사의 재등장은 이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는 BB뉴스 ‘전영신의 아침 저널’에서 인터뷰를 하며 “정면돌파를 하는 수밖에 없다. 일부 오해가 있더라도 그것을 뚫고 나가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독일 국빈 방문에 가셔야 된다곳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장윤선 정치전문기자는 지난 2월 8일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전 시대전환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밥하고 빨래하는데 묶어둘 수 없고 이제 해외순방도 가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며 “독일 순방이 잡혀있는 걸로 알고 있고 그에 앞서 일종의 이거 사전 정지 작업에서 이런 거 하는 거 아닌가라는 의혹마저 든다”라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공개행보에서 최대의 걸림돌은 다름아닌 김건희 특별법의 통과 여부와 이후의 과정이다. 보통 특검의 활동 기간은 원칙적으로 60일이다. 문제는 이 기간에는 거의 매일 특별검사가 대국민 브리핑을 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 언론들은 매일 ‘김건희’라는 이름으로 도배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건희 여자가 행사에 참여하거나 해외에 나가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지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특검 결과 김건희 여사가 재판을 받는 것이다. 일단 특검이 시작되면 특별 검사는 어떻게 해서든 기소라는 결과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가 이미 수익을 보았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바까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 검사가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리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특검의 시작은 곧 기소’라는 점이 명백하다. 이런 상황이라도 펼쳐진다면 김건희 여사의 광폭행보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만큼, 앞으로 이 ‘김전희 재등장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