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시작되면 고통스러운 부모 마음
결국 한동훈 위원장이 사퇴하고 정치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단순히 사라지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한동훈 죽이기’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각종 공격이 들어오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한동훈 특검법’ 발의는 물론, 홍준표 대구 시장은 연일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한 전 위원을 본격적으로 ‘배신자’로 칭하면서 딸의 허위스펙을 밝히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이러한 와중에 경찰의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자녀의 허위스펙 조사에 대한 재심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도처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이야기다.
홍준표 대구 시장 앞장서 공격
한동훈 전 위원장은 정치무대를 떠났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언론을 장식하면서 화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화제의 성격이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예전에는 그에 대한 칭찬과 기대가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공격과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치는 늘 비정한 것이라고 말해지지만, 그 비정함을 아마도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등장한 사람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그는 선거 이후 한 위원장을 가히 ‘맹폭’이라고 부를 정도로 비난하고 나서고 있으며, 그의 정치적 재기에 대못을 박고 있다.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우리 당에 얼씬도 하지 말라”, “한동훈은 尹을 배신했다”, “행성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항성으로부터 이탈하면 우주 미아가 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2~3일꼴로 공격을 한 것이다. 물론 한 전 위원장도 그동안 쓰지 않던 자신의 SNS를 통해서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것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맞대응했지만, 그 이상의 폭발력 있는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시장의 이러한 공격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대통령 부부와의 4시간 만찬에서 ‘윤심’을 확인한 그가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의도와 상관없이, 한 전 위원장은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은 정치적인 입지를 공격하고 있다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녀의 허위 스펙을 정면 조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 4월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특검법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 법안을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는 민주당과 협의를 해야 한다. 총선 시기에 공약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기에서 민주당과 협의까지 한다고 하니 거대 야당이 합세한 것이고, 이는 그만큼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허위스펙에 대해서는 여당 일부 의원도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비록 재표결을 하더라도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사실 이 자녀 허위 스펙 의혹은 한 전 위원장에게는 매우 공포스럽게 다가갈 가능성이 크다. 조국 대표가 과거 어떤 일을 겪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문제라는 점에서, 부모의 입장에서 더욱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다.
수사 시작되면 고통스러운 부모 마음
그런데 최근 한 전 위원장에게는 더욱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바로 지난 4월 26일 경찰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서 허위 스펙에 대한 혐의없음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민생경제연구소는 2022년 5월 한 전 위원장과 그 자녀를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봉사활동 시간을 조작하고 케냐 국적의 대필 작가를 통해 논문을 대필했다는 혐의였다.
당시에는 혐의없음이 나왔지만, 최근에 다시 그 내용을 들여다 봄으로써 수사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한동훈 특검법이 통과되었을 때는 어떤 식으로는 수사의 갈래가 정리되기는 해야 하겠지만, 역시 한 전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전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고발인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고발인의 이의신청은 각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친다는 것은 경찰 내에서도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수사는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보수 유튜버들도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병준TV>의 운영자인 정치평론가 이병준 씨다.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녀서 영어에 능통하고 현지 사정에 익숙하다. 그런 그가 한 전 위원장의 자녀가 다니고 있다는 MIT대학 입학처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 결과 며칠 지나지 않아 한국시간 새벽 2시경에 직접 답장을 받았다는 것. 그 내용은 ‘“우리는 허위 스펙과 관련된 의혹에 관련해서는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이슈에 대해서 면밀하게 조사할 것이다. 우리가 조사하는 기간 동안 경과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당신의 요청은 수용이 됐고, 우리는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직접 공개한 이메일 등을 봐서 이러한 내용 자체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국내에서의 수사는 물론, MIT대학의 자체적인 조사가 실시되면서 한 전 위원장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이 모든 의혹이 다 허위라고 밝혀진다면, 다행이겠지만 조금이라도 스펙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들면 한 전 위원장은 과거 조국 대표처럼 망신창이가 될 정도로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로남불‘이라는 프레임에서 정치를 재개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가장 마지막 공격의 가능성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선거 기간 중에 둘은 무려 4차례나 충돌하면서 한번은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이후 2차례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심지어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제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라고 말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격노’, ‘극대노’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 상태라면 이제 윤 대통령은 한 전 위원장이 다시 국민의힘으로 정치무대에 서지 않는 것을 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측근들은 그의 정치 복귀를 최대한 막으려고 할 것이며,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면 언론 플레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위원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바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열흘이나 붉은 꽃은 없다는 의미로, 그의 화려한 등장과 격찬에 비하면 지금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또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보다 빠르게 정치무대에 다시 복귀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있을 국민의힘 전당 대회에 전격 등장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정치인으로 잊혀지고, 수사를 받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치무대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