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5 12:39 (목)
정하연 편집국장 칼럼
정하연 편집국장 칼럼
  • 정하연 기자
  • 승인 2025.04.09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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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도자의 조건을 다시 생각한다

 

국가 지도자는 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국민을 이끌어 가는 존재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좋은 지도자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지도자이다. 과거 요() 임금은 자신이 천하를 다스린 지 15년이 지나자 백성들이 자신의 통치에 만족하는지가 궁금해 일부러 천한 옷을 입고 저잣거리로 나섰다. 그때 한 노인이 막대기를 두드리며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해가 뜨면 밭에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돌아와 쉬네.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갈아 밥을 해 먹으니, 임금의 힘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백성들이 임금은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으니, 비로소 요 임금은 자신의 정치가 이상적이라고 만족하며 궁으로 돌아왔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태상유지(太上有之)라는 말이 나온다. 최고의 지도자란 사람들이 지도자가 있다는 정도만 느끼게 하는 지도자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지도자는 사실 그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고전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정반대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언론을 장식하는 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다. 연일 단독 보도가 쏟아지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이어진다. 국민들이 대통령이 법정에서 하는 말 한마디에 쓴웃음을 짓고, 용기를 얻기도 하고 허탈해하기도 한다. 고전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지금은 결코 평화로운 시대는 아닌 것이다.

 

지도자의 수준과 국민의 수준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치 사상가인 조제프 메스트르(Joseph Maistre)는 러시아 대사를 지낸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이라는 책을 썼다. 여기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

국가 지도자는 국민들의 손으로 뽑는 것이기 때문에 맞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지금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은 한국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모든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리더십 연구에 따르면, 리더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리더의 말과 행동이 정당화되고, 그 결과 리더의 심리 상태, 사고방식이 조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쁜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좋은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단지 리더가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가 전부가 아니라, 구성원의 심리와 사고를 바꾸면서 조직의 미래까지 바꾼다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나쁜 리더를 한 번 겪게 되면 그 부정적인 파급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회심리학에 의하면 사람이 한 번의 부정적인 경험의 여파에서 벗어나려면 무려 5배나 많은 긍정적인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대통령 탄핵 사건은 단지 윤석열 개인이 대통령 자리를 유지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의 정서, 심리, 사고방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우려된다.

이럴수록 믿어야 하는 것은 한국인 스스로가 아닐까? 되돌아보면 우리의 국가 지도자들은 늘 비판과 함께 칭송을 받아왔지만 그럼에도 불행한 결과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경제는 계속 발전했고, 산업은 성장했고, 대한민국은 오늘날 세계 최고 선진국의 하나가 되어 있다. 용기를 잃지 않고 전진해 나가는 것, 바로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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