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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중요한 것이 생명이고 신뢰입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생명이고 신뢰입니다”
  • 정하연
  • 승인 2019.06.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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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주) 주을용 회장
회사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운영된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도 있다. 지난 70년간 광주·전남지역에서 의료용 소모품을 제공하고 있는 동은(주) 주을용 회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돈과 연관시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말한다. 의료용 소모품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그것을 돈으로만 따지면 올바른 사업가로서 당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이러한 경영철학 덕분일까. 현재 광주·전남지역의 대형병원들이 동은(주) 주을용 회장에게 보내는 지지는 절대적이다. 그의 말은 무조건 신뢰하며, 주 회장 역시 최선을 다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의료용 소모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그의 건강하고 건실한 경영은 이제 국가에서도 인정해줄 정도가 됐다. 지난 5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의료기기의 날 기념행사에서 그는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주 회장과의 대담은 ‘인간적인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을 뿐만 아니라, ‘갑질’ 등으로 얼룩진 우리 기업 현실을 통렬하게 반성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70년 장수 기업의 독특한 경영철학
“직원 13명의 조그만 기업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것이 큰 영광입니다. 저희 직원들도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조만간 회식이라도 크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직원들이 불평 불만없이 헌신하며 일을 해 준 결과이며, 병원들이 저희 회사를 믿어준 결과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희가 돈만 벌려고 했으면 정말 많은 돈을 벌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주의 뜻도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뢰와 믿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회사가 되자는 것이 꿈이었고, 저 역시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회사의 이러한 방침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은(주) 주을용 회장
동은(주) 주을용 회장
 
현재 동은(주)에서 취급하는 물품은 3,000여 가지가 된다. 수술 장갑에서부터 주사기, 붕대 등 병원에서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모든 것을 취급한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의사들의 실력이 좋고,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도 이러한 물품들이 제 때에 제공되지 않으면 환자들은 치료를 받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동은(주)은 단순한 ‘유통, 물류회사’가 아니라 병원과 의사들이 움직이고,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매우 중요한 서포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동은(주)이 최초로 설립된 것은 지난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창업주인 고(故) 박동암 회장이 ‘동운당의료기’를 개업했다. 박 회장의 첫째 사위였던 주을용 회장은 1969년 회사에 입사, 전무로 근무하다 2002년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2007년 회사명을 ‘동은(주)’으로 바꾸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니까 동은(주)은 근 70년이 되는 장수기업이며, 주 회장의 근무 기간은 무려 50년에 이른다. 그런 주 회장의 경영방식은 창업주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창업주는 늘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는 장사는 하면 안된다”라고 말씀하셨다는 것. 주 회장이 보기에도 창업주는 참으로 ‘티 없이 살가다신 분’이었다. 그분이 일으킨 사업이 자신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인에 대해서 큰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주 회장의 ‘돈을 생각하지 않는 경영’은 바로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돈보다는 환자의 생명, 돈보다는 의사들과의 신뢰를 제1의 원칙을 생각해왔던 것이다.

“한때는 의료용 소모품이 부르던 게 값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또 값비싼 의료기기를 수입해서 팔면 큰돈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을 속이면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돈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할 정도만 아니면 충분합니다. 어떤 사람은 저에게 ‘다른 사람처럼 장사했으면 아마도 광주 시내의 반은 샀을 것이다’라고 핀잔을 주곤 합니다. 저도 가끔 ‘내가 너무 바보같이 장사해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과 거래처의 신뢰는 결코 돈을 주고 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와 저희 회사는 돈 많은 회사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회사라고 자부합니다.”
 
“환자가 제일 많은 병원부터 살려야 한다”
실제 주 회장이 해왔던 면면의 모습은 그의 경영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 있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환자 진료 및 치료를 위해 필요한 물품을 최대한 지원하는 것은 물론, 여러 외부 요소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을 때도 직접 발로 뛰며 적시에 환자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용품 공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병원의 안정화에도 힘을 보태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특히 IMF시절 전남대병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IMF가 딱 터지고 나니까 수입용 소모품들이 바닥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소모품이 없으면 수술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사람이 죽어 나가게 됩니다. 하루를 밤새워 고민을 한 뒤 내린 결론은 일단 전남대병원은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큰 병원이니만큼 생명을 다투는 환자들이 제일 많은 곳이 전남대병원이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 우선 전남대병원부터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IMF 시절이 끝났을 때까지 가격을 전혀 올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주 회장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오랜 세월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아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동은(주)은 의료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진료 및 처치하는데 필수적인 물품은 물론이고 관련 지식, 정보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또한, 안전한 의료기기 운용을 위한 지식과 정보 공유에 앞장서 왔다. 이는 의료물품 및 기기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를 높였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 의료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들도 주 회장에 관한 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한번은 A급 물건이 없어서 다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납품해야 했을 때였다. 여느 회사 같으면 다양한 명분이나 핑계를 댈 수도 있었겠지만, 주 회장은 그저 솔직하게 ‘지금은 제품이 없어서 이것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자 평소 돈독한 신뢰 관계를 가지고 있던 병원 관계자는 두말없이 그 제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때 소모품만이 아닌 의료기기도 취급했지만, 곧 그만 둔 것도 회사의 신뢰도와 이미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원하고, 주변에서도 자꾸 권하길래 의료기기를 직접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의료기기는 단가가 높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도 다 욕심을 내는 분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의료기기라는 것이 늘 고장이 나곤 한다는 점입니다. 그럴 때마다 재빠르게 A/S를 해주어야 하는데, 외국 업체에 연락을 한다고 한들, 그 업체들이 빨리 움직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우리 회사의 신뢰도에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몇 대 팔지도 않고 바로 의료기기 사업을 접었습니다.”

신뢰가 깨질지언정, 차라리 돈을 벌지 않겠다는 투명하고 정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주 회장은 활발하게 협회 활동을 하면서 광주·전남의 의료장비 회사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공동발전을 꾀했다.

협회 통해 회원간 소통 이끌어
특히 지난 2005년 10월에는 (사)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 광주·전남지회를 창립했고, 5년간 초대, 2대, 3대에 걸쳐 3회 연속 지회장을 역임하며 광주·전남지역 내 의료기기 관련 업체들의 결속력 강화에 매진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광주·전남지역 내 회원들과 (사)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 중앙회 간 활발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졌고, 진정한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어 거시적인 측면에서 협회 전체의 단합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또한, 지회 회원들과 함께 광주·전남 지역민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여러모로 봉사 및 행사 활동을 펼치는 한편, 지회 활동에 필요한 협회 발전기금을 협찬하는 등 본 협회의 성장에도 크게 공헌했다. 이러한 결과 ‘더불어 살며 함께 발전하는 공동체’라는 의식을 고취하기도 했다.
 
 
“협회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동종업계 간의 모임이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서로 간에 경쟁이 있을 수도 있고, 각자 다른 입장이 있다 보니 화합이 잘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종업계의 사람들을 한 번도 경쟁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늘 조금씩만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한다면, 누구의 적이 될 필요도 없고, 경쟁자가 되지도 않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전 회원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는 길이 계속해서 열리길 기대합니다.”

또한, 주 회장은 모범적인 경영으로 건전한 노사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창출에서 많은 힘을 기울여왔다. 현재 동은(주)에는 24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4명에 달하고 10년 이상 근속자도 5명에 이를 만큼 직원 근무의 질적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특히 직원이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그만두게 한 적은 지난 50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 또 작업현장의 안전을 중시하며 모든 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역시 단 한 차례의 산업재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서 노사 간의 화합은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따라왔고 지난 50년간의 고용창출로 지역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었다. 하지만 주 회장이 꼭 직원들에게만 잘한 것은 아니다. 질병으로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봉사활동은 물론, 사회공헌활동을 해왔다.

매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의료취약지구를 찾아 의료봉사활동을 펼치는 단체에 의료기기 및 소모품 등을 지원한 것은 물론이고, 2006년 이후부터는 매년 3백여만 상당의 물품을 지원해오고 있다. 또한, 사회공동복지모금회와 한센나환자협회에 매년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으며, 개인 자격으로 전남대학교병원에 1억 원 이상의 병원발전기금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해야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많은 인정을 받았다. 2008년 광주광역시 동구청장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사)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그간 꾸준한 신뢰관계를 쌓아온 전남대학교병원으로부터 ‘후원감사패’를 받았다.

또 주 회장은 광주·전남지회 창립 후에는 매년 의료기기의 날을 기념, 광주·전남 지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의료기기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광주공원, 증심사 입구, 순천만 정원박람회, 조선대학교 장미공원 등에서 행사를 주관하며,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조선이공대학교 의료행정과 후원으로 정확한 의료기기 제품 지식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주민의 보건 증진 및 향상에 기여하는 건강 지킴이 행사를 매년 진행해왔던 것이다.

독거 노인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독거 노인 등이 자주 찾는 공공장소에서 독거 노인 및 일반 지역주민들에게 기본적인 건강 측정을 할 수 있는 의료기기인 혈압계, 혈당측정기, 콜레스테롤 측정, 보청기, 보장구(휠체어 등)를 전시해서 무료로 혈압, 혈당 체크를 제공하고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위가 또다시 경영 이어받아
이제 앞으로 등은(주)은 홍기천 대표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갈 예정이다. 주 회장이 창업자의 사위였듯이, 홍 대표 역시 주 회장의 사위이다. 우연히도 동은(주)은 ‘사위들’이 명맥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홍기천 대표는 세무사로 10년간 일을 하다 동은(주)에 합류한 지 6년이 되었다. 그가 바라보는 주 회장과 앞으로의 회사 발전 방향은 어떤 것일까?
 
주을용 회장과 홍기천 대표
주을용 회장과 홍기천 대표
 
“제가 세무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기업인들을 만나보았습니다. 하지만 주 회장님처럼 건강하게 회사를 이끌어 가려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거기다가 지난 2014년에는 모범납세자 광주세무서장상까지 수상하셨으니 국민에게 부과된 납세의 의무까지 성실하게 이행하고 계십니다. 이제 앞으로 제가 본격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더라도 앞선 창업주님과 주 회장임의 뜻을 잘 이어받아 경영하고자 합니다. 이 사회의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회사, 거래처와 철저하게 신뢰를 이어가는 정도 경영을 해가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주 회장은 마지막으로 보다 많은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질 좋은 의료용품의 혜택을 받기 위해 식약청이 조금만 더 유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식약청은 국내 의료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기관이 적극적으로 활동했기에 오늘날과 같은 안전한 대한민국 의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금만 더 유연하게 대처해주었으면 합니다. 현재 수입품은 국내 허가를 받는 데에만 빨라야 1년 정도가 걸립니다. 일단 수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직접 식약청 직원이 현장을 찾아 점검까지 모두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철저함은 매우 필요한 것이지만, 정작 1년 동안에는 환자들이 더 좋은 물품을 공급받지를 못하게 됩니다. 이런 시간적인 부분만 조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70년간 다른 곳을 보지 않고 오로지 의료용품의 한길을 걸어온 동은(주). 이제 홍기천 대표로 이어지는 3대의 새로운 경영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앞으로도 동은(주)의 경영철학과 정신이 절대로 변하지 않고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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