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있었던 민주주의의 기본, 올바른 회의와 토론법을 알립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민주주의의 기본, 올바른 회의와 토론법을 알립니다”
  • 정하연
  • 승인 2020.01.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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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의법학회 제19차 정기총회 겸 학술발표, 제4대 정근호 회장
지금으로부터 72년 전인 1948년 5월 10일,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보통선거가 치러지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시작됐다. 지금은 일반인에게도 매우 익숙한 조항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2조 역시, 당시 제헌의회가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나 발전했을까? 물론 당시와 비교하면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빠뜨린 것이 있었다. 바로 ‘민주적인 토론과 회의의 규칙, 그에 따른 승복’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지난 2019년 말 ‘동물 국회’가 재현된 것도 바로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24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제19차 한국회의법학회 정기총회에서 제4대 정근호 신임회장이 선출됐다. 일반 국민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학회지만, 사실 이 학회는 1999년에 설립,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올바른 민주주의의 기본인 회의와 토론의 원칙에 관해 연구하고 이를 전파해 온 대표적인 법학회 중의 하나이다.
 
한국회의법학회 제4대 회장 정근호 (사진=한국회의법학회 제공)
한국회의법학회 제4대 회장 정근호 (사진=한국회의법학회 제공)
 
빠른 시간 안에 최선의 결과 도출 위한 회의
민주주의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토론과 합의’이다. 민주주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아테네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면 단연 아크로폴리스다. 시민들은 이 광장에 모여 토론을 하면서 민주주의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웠다. 이러한 토론과 회의의 기본 원칙이 현대적으로 정리된 것이 바로 미국 육군 대령 로버트가 1876년 만든 ‘회의체를 위한 회의 소교본’이었다. 일명 ‘로버트 룰(Role)’이라고 불리는 이 토론과 회의의 원칙은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우리나라에는 대한제국 당시였던 1896년 윤치호에 의해 번역되었다. 현재 한국회의법학회 아카데미 원장으로 있는 기병태 원장이 1951년, JCI에서 번역본을 처음으로 교육하며 보급시켰다. 그리고 이 로버트 룰을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단체가 바로 ‘한국회의법학회’였다. 이 학회는 법무법인 정률의 김교창 초대회장을 시작으로 전 여수시장인 제2대 김충석 회장으로 이어졌고 최근 4대 정근호 회장이 취임했다. 이 학회가 창립하기까지 지대한 역할을 한 허규 회장, 이문용 회장,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을 비롯해 서광종합건설(주) 이석선 회장, 새한실리켐(주) 김광련 대표, 허리케인 정현규 대표, 기병태 아카데미 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국의 교수, 검사, 변호사 등이 주요 구성원이다. 정근호 회장 역시 창업 4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양복 명장 라이프어패럴(주)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한국회의법학회가 법조인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인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는 바로 ‘회의’라는 특성 때문이다. 사업이야말로 수많은 회의와 이를 통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영역이다. 리더가 제대로 된 회의를 이끌 수 없다면 기업도 제대로 이끌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기병태 아카데미 원장은 초창기 청년회의소에서부터 이러한 회의법을 전파해왔다. 
 
한국회의법학회 제19차 정기총회 겸 학술발표 현장 (사진=정하연 기자)
한국회의법학회 제19차 정기총회 겸 학술발표 현장 (사진=정하연 기자)

우선 지난 10년간 제2대 회장을 해온 김충석 회장으로부터 그간의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민주주의에서 회의와 토론이란 특정한 의제를 놓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제헌의회 당시 이미 이러한 회의법이 어느 정도는 정착이 되어 훌륭한 역할을 했으며, 또한 이에 근거해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회의법을 우리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저희 학회는 초기부터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회의법을 배우도록 다방면에 애를 쓰고 관련 책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하나의 학회에서 추진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고 정부에서 나서주어야 하는 일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제대로 된 회의법을 배운다면 앞으로의 우리 민주주의도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전히 회의법 정착되지 않아
회의와 토론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결과는 바로 지금 현재 한국 사회에 나타나는 극심한 좌우분열과 ‘동물 국회’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제4대 정근호 회장에게 회의법의 관점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문제점에 관해 질문해 보았다.
“저 역시 학회 창립 멤버의 한 명으로서 회의법의 전파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치의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회의법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회에서는 어떤 형태이든지 폭력이 사용되면 안 됩니다. 언어폭력은 물론이거니와 물리적인 폭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리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토론하고 그에 따른 표결을 하면 모두가 승복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천에 묶이고 정파에 묶여서 자신 생각이 달라도 당론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민주적인 회의와 토론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상태입니다.”

필리버스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회의법의 시각에서 보면 이 역시 그리 자랑할 만한 제도는 아니다. 결국은 시간을 끌자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민주주의의 회의와 토론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1인당 4~5시간이나 연설을 하면 어떤 국민이 그걸 듣고 있겠냐는 것이다. 정부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바로 탈원전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가 정책 역시 국회에서 토론과 회의를 통해서 진행되어야 하지만, 단지 대통령의 몇 마디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표결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도 지적할 수 있다. 자신이 반대하면 명확하게 반대를 한 후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 표 대결에서 지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이후 국민에게 호소해서 다시 다수당이 되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140년 전에 만들어진 ‘로버트 룰’은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원칙이 아닐 수 없다. 로버트 룰은 전 세계 각국의 국회와 각종 국제기관과 사회단체 등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회의법이기도 하다. 각종 회칙에는 ‘본 단체(회)의 회의 진행 규칙은 법규나 규정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인정된 로버트식 회의 진행방법에 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법 역시 마찬가지다. 
 
로버트 토의절차 규칙(이하 로버트룰) 1876년 초본 (자료=위키백과)
로버트 토의절차 규칙(이하 로버트 룰) 1876년 초본 (자료=위키백과)

로버트 룰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10개의 원칙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①정족수의 원칙(의사정족수, 의결정족수) ②발언 자유. 평등의 윈칙 ③회의 공개의 원칙 ④1 의제(동의)의 원칙 ⑤일사부재의의 윈칙 ⑦회기불계속의 원칙 ⑧의장 공정의 원칙 ⑨폭력배제의 원칙 ⑩소수의견 존중의 원칙 등이다. 또 자신의 의견을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 회의체에 제안하는 것을 ‘동의(動議)’라고 한다. 
사실 이러한 몇 가지의 간단한 원칙만 지켜도 민주주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튼실해질 수가 있다. 국회의원은 최소한의 국회법만 지켜도 민주적인 국회 운영을 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근호 신임회장은 또한 이러한 로버트룰이 잘 지켜져야 국민도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축구면 축구, 배구면 배구 등 모든 스포츠에는 다 ‘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이것을 어기는 사람이 있다면 심판의 호각에 의해 제지를 받기도 하고 퇴장을 당하기고 합니다. 최종 판정이 내려지면 승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자꾸 보다 보면 이제 관중들이 룰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반칙하는 선수에게 야유를 퍼붓고, 그 선수에 대한 여론도 악화합니다. 이때에는 관중이 게임의 룰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는 것이죠.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의 룰을 잘 아는 국민이 그 룰을 지키지 않는 국회의원을 심판하고, 대통령도 심판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국민이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는 것이죠. 저희 학회는 우리 국민이 더 준엄한 민주주의의 심판자가 되는 그날까지 회의법의 전파에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한국회의법학회 임원들이 단체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한국회의법학회 제공)
한국회의법학회 임원들이 단체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한국회의법학회 제공)
 
민주주의도 훈련해야 발전해
이와 동시에 정근호 회장은 라이프어패럴(주)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무려 40년간 맞춤 양복을 제작해 온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 오더 양복 제작’을 도입했고, 구김이 없는 와이셔츠 ‘크노(CHNO)기술’을 개발하는 등 국내 양복의 역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J 대통령, N 대통령의 양복을 전문으로 제작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치고는 라이프어패럴의 양복을 입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가히 라이프어패럴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맞춤 양복의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 1995년에는 경찰복 시제품을 출품해 선정되어 단체복의 변화에 크게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2000년도에는 수출을 확대해서 ‘100만 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사업 쪽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정근호 회장은 향후 보다 많은 국민이 회의와 토론의 원칙을 배울 수 있도록 정진해나갈 예정이다. 정근호 회장은 임기내 전국8도, 6대 광역시와 서울특별시를 비롯해 특별자치시(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시(도)에 각 지회장을 보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중국...)에도 지회장 제도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주의 방법을 모르는 국민은 민주주의를 향유할 자격이 없습니다. 토론문화를 통하여 개인주의에 치우쳐 있는 국민에게 공동체 생활의 질서와 규범을 훈련해야 민주제도라는 것은 승자와 패자가 사이좋게 승패를 주고받으면서 공존하는 제도입니다. 다가오는 세상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 간의 경쟁 시대입니다. 국가 간의 경쟁이란 개인전이 아니라 단체전이기 때문에 단체 생활의 기본이 되는 회의방법 훈련은 오늘의 다급한 당면 과제입니다. 단체전에서 개인주의란 패배를 의미합니다. 토론문화의 불모지에서는 개인은 강하여도 집단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의법학회가 하고자 하는 사업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시대적인 소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대도약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 복잡한 국제 질서 안에서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적으로는 탄탄한 민주주의가 수립되어야 외부의 변화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 한국회의법학회가 이러한 민주주의의 확립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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