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겪는 경제적, 심리적 고통
2020년,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겪는 경제적, 심리적 고통
  • 정하연
  • 승인 2020.06.11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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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삶의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전후해서 최소 20~30년 정도 근무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인생 2막을 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금을 받기 전까지 10여 년간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퇴직은 했지만, 그렇다고 편안한 인생을 살기에는 역부족이다. 과연 대한민국 퇴직자들은 이 기간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여가생활, 인간관계는 어떤 방식으로 채워져 있을까. 최근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는 생애금융보고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 을 발간했다. 조사 대상은 서울 및 수도권과 5대 광역시 거주자로서 퇴직 후 국민연금을 수급하기 이전에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결과 만들어진 57쪽 짜리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퇴직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 unsplash)
(사진= unsplash)

생활비 줄이고 심리적 후유증 앓아
가장 중요한 퇴직자들은 생활비는 한 달에 얼마 정도 일까? 그들은 평균 월 252만 원을 지출하고 있지만, 3명 중 2명은 과거보다 생활비를 28.7%나 줄었다. 이런 씀씀이는 퇴직자들의 바람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괜찮은 생활수준을 위해 월 400만원 이상 필요하다고 본다. 생활비 2~300만원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며 먹고 사는 정도’일 뿐이다. 경조사를 챙기고 사람도 만나며 여가도 즐겨보려면 그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생활비를 경제활동에 의존하며, 일을 못하면 1년 내에 형편이 어려워질 거라는 근심도 있다. 퇴직자 중 절반(55.1%)은 재취업(37.2%)이나 창업(18.9%)을 했다. 미취업자 역시 65%는 경제활동을 준비 중인 취업 대기자다. 배우자도 절반 이상(58.6%)은 일을 하면서 가구 단위로 보면 경제활동 비중은 84.8%로 높아지며, 이때 경제활동 수입은 평균 393.7만 원이다. 당장 일은 하지만 일부 생활비에 대한 불안이 남는다. 퇴직자 중 36.4%는 일을 그만두면 당장 또는 1년 이내에 형편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은 삶의 질을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그나마 월급으로 자신의 자존심도 세우고, 당장의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퇴직 후에는 그 모든 걱정이 ‘현실’이 되고 만다. 
그러면 경제적인 면에서 그들의 또 다른 걱정은 무엇일까. 가장 많은 걱정은 ‘앞으로 늘어날 의료비(71.7%)’와 ‘노후자금 부족(62.0%)’이다. 여기에 ‘자녀의 결혼비용(56.2%)’까지 더해진다. 퇴직자 대부분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활동을 계속한다는 생각이다. 
또 퇴직자 중 65%는 직장에서 물러난 뒤 심리적인 후유증을 겪는다. 퇴직 후유증은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가족과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퇴직 후유증은 남성이 더 많이 겪는데, 55세 이전 조기퇴직 한 남성일수록 ‘가장으로서 압박감’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외 ▲나의 성취와 사회적 지위 상실 ▲가족과 소통하고 내 역할을 찾는 데 어려움 ▲자아실현의 기쁨과 자기 성취감이 줄어듦 ▲조직(회사)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외감 ▲인적 네트워크로부터 단절감 등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주로 일을 재개하면서 후유증을 털어내기도 한다. 창업이나 재취업을 하면서 다시 회복을 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의 여가 활동을 찾거나 가족의 위로와 응원이 도움이 된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된다”라고 답하는 사람들도 있다. 친목 모임에 참여하거나 봉사가 사회여가 활동도 도움이 된다. 다만 배우자와 관계가 좋을수록 후유증을 덜 겪는다.

 

(사진=pixabay)

자녀 교육에만 올인해선 안 돼

특히 이들은 퇴직 후의 관심사가 ‘회사’에서 ‘나’ 또는 ‘가족’으로 이동하곤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퇴직하고 나서는 아내나 자식들을 차로 출퇴근 시켜주고, 주말에는 아내와 1박 2일로 국내 여행을 하고 그래요” 
“직장 다닐 땐 매일 같이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가고 그랬는데, 은퇴 후에는 그러지 않다 보니 부부 금슬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이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회사 재직 중에서는 가족과 회사만 신경 쓰고 살아왔는데, 이제 나를 위해서 살게 됐어요” “내 건강이나 내 스스로한테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하지만 가족과 배우자에게 섭섭할 때도 많다고 한다. ▲무심코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할 때 ▲나의 소외감, 상실감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대할 때 ▲사업/재취업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잔소리를 할 때 ▲나와는 대화를 하지 않을 때 ▲나만 놔두고 지인 또는 모임 등으로 나갈 때 ▲취미생활을 경제적인 이유로 반대할 때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요할 때 등이다. 이러한 가족으로부터의 소와는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는 상황을 만들고, 자신의 삶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퇴직 후에 다소간 상실감이 크다보니 새로운 인연을 찾는 일에 열심이다. 퇴직 이전에는 비즈니스 중심의 인간관계에서 퇴직 이후 학창시절 친구 또는 동호회 커뮤니티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인맥의 핵심에는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있다. 중요한 사실은 초등학교나 대학교 시절의 인맥은 별로 찾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청소년기의 친구들이 가장 기억에 남고 또 함께 한 경험도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초등학생 때의 친구는 너무 어려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부족하고, 대학 시절은 이미 어느 정도 커버린 상태이다 보니 ‘학창시절’의 친구가 제일 그립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직장 동료도 연락은 하지만 중고등학교 친구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또 구조조정으로 퇴사를 했다면 기존 직장 사람들과는 더 어울리지 못한다. 퇴직하고 산악회나 도서관에서 만나는 친구도 있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이 일상의 풍경이다. 
또 나름의 건강관리와 여가에도 적지 않은 신경을 쓰기도 한다. 평소 건강관리 위한 운동과 1년 2~3번 여행이 평균적인 여가 모습이다. 퇴직자들은 여가활동에 평균 하루 2.6시간, 지출액은 평균 월 14만 원을 쓰며, 주로 배우자와 함께한다. 퇴직자 대부분(60.8%)은 여가가 종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답한다. 여가를 즐기기에 돈이 부족하거나(47.9%), 일하느라 시간이 부족한(31.3%) 현실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50대 퇴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40대 중반에 퇴직이 이뤄지는 경우도 상당수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 직장인들은 자녀 교육에 많은 돈을 써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 두해의 일이 아니었다. 자녀도 중요하지만, 자신도 중요하다. 자녀에만 올인했다가는 ‘불행한 노후’를 회피할 길이 없다. 이번 보고서는 어쩌면 ‘미래의 나’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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