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70년을 이어온 옛날 막걸리의 전통을 이어갑니다”
“해방 이후 70년을 이어온 옛날 막걸리의 전통을 이어갑니다”
  • 정하연
  • 승인 2020.08.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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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천년명가’ 선정된 무주읍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무주민속탁주주조장 박남수 대표
무주민속탁주주조장 박남수 대표(사진= 유미라기자)
무주민속탁주주조장 박남수 대표(사진= 유미라기자)

 

‘전북 천년명가’는 전북 지역에서 30년 이상 한우물을 파거나 가업을 승계한 우수 소상공인을 발굴, 각종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0년을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지난 7월 초 올해의 10개 업체가 선정됐다. 이 중 우리 전통 막걸리의 명맥을 잇고 있는 무주민속탁주주조장의 박남수 대표가 선정되었다. 이 주조장은 지난 1949년부터 시작되어 7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간 대기업이 막걸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우리의 전통 막걸리 맛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관련 시장도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남수 대표는 3대에 걸친 명맥을 잇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살아 있는 전통 효모가 경쟁력

‘천년명가’에 선정되는 기업에게는 꽤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향후 3년간 유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홍보를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경영개선지원금 2,000만 원, 멘토링, 특례보증 등의 정책 지원이 이어진다. 이번에 천년명가에 선정된 무주민속탁주주조장(이하 ‘무주주조장’) 박남수 대표 역시 선정 소식을 듣고 적지 않은 용기를 얻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천년명가>사업을 추진해주신 전라북도 송하진 도지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천년 전북"을 위한 선거 공약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이번에 "천년명가"에 지정된 업체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무주 주조장이 호황기에는  자동차 3대가 납품을 하고 직원만 8명이 있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기호가 바뀌면서  전통 막걸리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또 대기업의 출범으로 속성으로 만들어 저가공세로인한  전통 막걸리 시장 잠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3대가 물려온 가업을 포기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새롭게 개발한 신제품도 있으니 올 연말쯤이면 매출이 많이 상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천년명가에 선정된 이후 주어지는 다양한 지원과 혜택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 무주민속탁주주조장)
(사진제공= 무주민속탁주주조장)

 

무주 주조장이 설립된 것은 일제 강점기였던 1928년 ‘무주 주조 합명회사’로 출발하였고는 . 해방 후 박남수 대표의 조부님인 충북 초대 도의원을 역임한 박정현 대표가 1949년부터 운영했다. 1964년부터는 2대 가업 승계자인 부친 박인범 대표가 운영했으며, 1990년부터는 3대째인 박남수 대표가 운영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는 또 무주읍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지역 사회에서의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무주 주조장의 차별화는 막걸리 맛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 효모의 배양이다. 현재 생산 중인 ‘구천동 생 막걸리’는 살아있는 전통 효모로 주조되었으며 이것이 바로 ‘깊은 전통의 맛’을 만들어 내는 비결이다. 
“현재 시중에서 저렴하게 판매되는 대기업의 막걸리 제조사들은 거의 자가 효모를 배양하지 않습니다. 외부의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납품을 받으니 가격은 저렴하지만, 우리 전통의 깊은 막걸리 맛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우리 무주 주조장은 할아버지 때부터 효모배양 기술의 전통을 잇고 있으며 또 최근에는 다양한 맛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다양한 막걸리 맛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박정희대통령 시대부터 막걸리 업자들은 정부의 양곡 정책 지침대로 막걸리 원료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해 동안 보리가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었으면 보리로 막걸리를 만들어야 했고, 통일벼로 인해 쌀 생산이 많아지면 쌀 막걸리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시대를 거치면서도 지역의 양조장들은 꽤 잘 나가기도 했다. 읍, 면 단위로 주조장이 한 두군데 정도는 있었으니 그때는 전통 막걸리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양조장 어르신들이 노쇠해지고, 화학식 소주가 대중화되면서 막걸리가 조금씩 외면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남수 대표의 아버지인 2대 계승자는 전통 막걸리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아들에게 기술을 전수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진제공= 무주민속탁주주조장)
(사진제공= 무주민속탁주주조장)

효모 죽은 막걸리는 만들지도 팔지도 않아
“사실 지금이라면 거의 한해에 1천만 원 정도는 적자가 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자나 나기 시작한 지도 거의 10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회사 다니면서 월급을 받는 게 더 낫겠다’라는 말도 했지만, 도저히 3대 물림 전통 막걸리의 명맥을 끊기는 힘들었습니다.”
원래 박남수 대표는 막걸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생을 살았다. 서울에서  한양대학교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해외 근무 발령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아버님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개인적인 꿈을 접고 무주 주조장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시작해왔던 일인 만큼, 전통 막걸리에 대한 그의 신념은 대단하다. 일례로 그는 막걸리 수출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체로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의 경우 유통기한이 10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후로는 생막걸리 맛이  유지되지않아 상품으로서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살균작용을 거쳐야 하며, 그렇게 한다면 6개월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살균작용에서 살아있는 효모가 모두 죽어버린다는 것. 
“저의 철학으로서는 효모가 죽은 막걸리는 막걸리가 아닙니다. 저는 도저히 그런 막걸리를 만들 수도 없고 팔지도 않습니다. 막걸리의 전통을 잇겠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저는 사업을 하면서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업은 신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막걸리 사업이 어렵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희망도 적지 않다. 박 대표는 현재 인삼, 천마, 단호박을 활용해 3가지 맛을 가진 막걸리의 개발을 끝냈다. 이미 주변의 식당에 공급을 해보니 ‘우리 가게에만 독점적으로 공급해 달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그만큼 맛이 좋고 소비자들의 호응이 열광적이라는 이야기다. 일단 다른 것은 다 제쳐 두더라도 맛에서 승부를 보았다는 점에서 무주 주조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 거기다가 올해 내에는 새로운 건물로 이사해 주조 시설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까지 더해진다면 지금보다 매출이 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서울과 전국에 있는 막걸리 매니아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어필할 생각입니다. SNS에 보니까 막걸리 시음회 하는 모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그런 곳에서 연락을 주신다면, 언제든 무료로 막걸리를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술은 그저 마시고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인이나 이웃과 정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거기다가 우리 전통 막걸리는   효모가 살아있기 때문에 적당하게만 마신다면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지켜온 3대 70여 년이라는 무주 주조장의 명맥이 다시 4대, 5대를 이어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면, 우리나라 전통주의 명맥은 지금보다 더욱 빛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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