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스토리 "로투스"
커피스토리 "로투스"
  • 최보람
  • 승인 2020.10.14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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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도 괜찮아, 조금씩 알아가면 재밌을거야.

말 그대로 처음이라도 괜찮습니다. 로스터이자 그린빈 바이어로 활동하는 바리스타 ‘리사’와 함께라면요. 원형 바에 앉아 그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나브로 커피가 가진 각각의 매력을 느끼게 될 거에요. 이것은 단순히 예쁜 공간으로서 소비되는 카페가 아닌 카페의 본질인 커피의 오묘한 세계, 커피가 가진 맛과 향의 차이를 온전히 즐기는 새로운 삶으로 안내할 거에요.
계절의 변화에 따른 수확시기, 매년 새로이 등장하는 가공방식으로 선명한 개성의 생두들이 하나 둘 선보여지기 시작하면서 커피 시장은 이제 매년, 혹은 매달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몇 년전 부터 우리가 ‘스페셜티 커피’라고 부르는 것은 농부와 바리스타들의 양심이자 자부심, 노력의 산물로서 전보다 많은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중들에게 스페셜티 커피란 ‘시기만 한 커피’, ‘지식을 요구하는 머리 아픈 커피’로 인식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본론에 앞서 지금까지 연재한 기사들을 통해 훌륭한 카페 10곳을 소개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번 칼럼의 주인공인 로투스부터는 바리스타와 생두에 관한 이야기로 컨텐츠의 깊이를 더하고자 합니다.

 

좋은 커피란?

오래전 부터 한국 커피시장은 강배전(강하게 볶아 색이 어두워진 원두) 원두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때문에 커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고, 고소하고, 묵직한 것을 떠올리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 태우듯이 볶는 강배전 스타일은 생두가 가진 본연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기보다는 생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페셜티라고 불리는 커피들은 왜 신 맛을 가질까요? 사람들은 왜 그런 커피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향과 맛이라는 구체적인 지표로 그들의 관능을 평가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리사의 대답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80점이 넘으면 스페셜티라고 하는 것도 맞지만 실제로 80점을 넘기지 못하면 유통 자체가 불가능해요. 또한 그린빈 바이어는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생두를 찾고 평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도 있어야 하죠. 물론 바리스타도 예외는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커피가 간에 나쁘다고 하지만 그건 순전히 콩을 태웠을 때 이야기예요. 커피는 간에 좋습니다. 요즘 우리가 먹는 커피가 신 이유는 주로 약배전(약하게 볶아 색이 밝은 원두)이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좋은 재료를 왜 태우죠?”

오늘도 바리스타 ‘리사’는 좋은 재료, 떳떳한 재료로 정성스레 내린 커피를 손님께 전달하는 마음으로 손길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수확시기에 맞는 신선한 생두 수입을 시작으로 로스팅부터 추출까지 그녀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녀에게 ‘스페셜 티 커피’는 신맛 나는 커피를 넘어 생두 생산과 유통 과정의 투명함, 그리고 정직한 재료를 대하는 사람들의 정성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일터, 로투스는 신기한 커피 잡화점 같이 지금껏 쉽게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커피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로투스에서 마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우리시오 샤타 농장의 커피였습니다. 와인과 카카오 등 폭넓은 지식을 가진 농장주 마우리시오는 스테인리스 탱크에 효모, 유기산, 주석산을 넣어 산소 없이 발효하는 원두 가공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온도, 압력, 산소 함량도 섬세하게 조절하였죠. 특히 와인에 많이 들어있는 주석산이 해당 원두의 포도와 레드와인의 매혹적인 뉘앙스를 배가해주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리사가 ‘재밌는(?) 에스프레소’라며 건네 준 커피는 서로 다른 맛의 스펙트럼이 신묘하게 얽히는 경험을 주었습니다. 입 안에 들어가는 첫 순간에는 자두와 살구가 느껴지면서도 중간부터는 해조류에서 나오는 달면서도 짠 맛, 감칠맛, 일본 최고급 녹차 등의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느껴졌습니다(놀랍게도 해당 생두 가격은 1kg라도 몇 십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물론 몇 일, 몇 주 후에는 제가 지금까지 언급한 것과 다른 커피들이 새로이 준비되겠지만 아쉬워하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경험한 커피보다 더 신기하고 재밌는 커피들이 선보여질 테니까요. 이렇듯 로투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력적인 커피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흥미로운 커피 이야기들을 공유해주는 ‘리사’의 존재로 더욱 빛이 납니다.
또한 옅은 빛 인테리어로 이루어진 로투스 특유의 인테리어는 화려하게만 보이는 바리스타의 외양과 달리 진흙탕에서 고군분투하는 바리스타의 삶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이를테면 커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출중한 바리스타라도, 진입 장벽이 낮은 커피업계 특성상 사람들에게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비춰지는 사회적 시선, 그리고 높은 노동 강도와 전문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연봉을 받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요?)
끝으로 리사는 수 십년 간 바리스타의 삶으로부터 축적된 아쉬움과 노고를 로투스라는 공간을 통해 의미있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하였습니다. 로투스에서는 각종 세미나, 교육, 대회 주최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펼쳐지면서 바리스타 뿐 아니라 커피 애호가들에게 커피에 대한 배움과 열정, 삶의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터전으로서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코로나 여파로 기존에 기획되었던 몇몇 이벤트가 무산됐지만, 기회가 된다면 커피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을 초대하여 카페인에 취할 때까지 즐거이 마시는 자리를 만든다고 합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커피 경험과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분이라면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을 만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될테니 참여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글 임다운 작가, 배동호 바리스타 
사진 이광훈 바리스타, 한현수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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