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와 특검의 정치학
공수처와 특검의 정치학
  • 정하연
  • 승인 2020.11.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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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사진= 국회)
국회의사당(사진= 국회)

 

‘공수처냐, 특검이냐.’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두고 여당과 야당이 수사의 주체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검사들의 비위가 있으니 공수처’라고 주장하고, 야당은 ‘꺼릴 것이 없으면 특검으로 가자’고 맞받아치고 있다. 사실 표면적인 논리로만 봐서는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특검이든, 공수처든 모두 대한민국 사법시험을 거친 법조인이나 법조인 출신이 수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둘의 차이가 별로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야당의 주장이 다른 것은 ‘정치적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정치적 목적에 맞게 여당에게는 공수처가 유리하고 야당에게는 특검이 유리하다. 

 

특검, 과도한 책임감 가질 수 있어
우리나라 특검의 역사는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18년의 드루킹까지 모두 13번의 특검팀이 꾸려졌다. 하지만 성적표가 썩 좋지는 않다. 그다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강렬한 특검이라면 단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낸 박영수 특검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총 30명에 이르는 정부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친박은 무너졌고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우선 여기에 첫 번째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 현 국민의힘에게 ‘특검’은 사무치는 아픔이었다. 그러니 이번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도 특검으로 복수하겠다는 심산이다. 특검으로 망했으니, 특검으로 흥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더구나 일단 특검이 시작되면, 언론의 관심은 ‘초집중’ 상태가 된다. 매일 매일 특검 수사상황이 생중계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일단 언론과 여론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국은 여당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안기게 된다. 특검의 효과는 이미 증명된 바가 있다. 2016년 더불어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비리에 대해 특검을 주장했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특검이 시작되자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34%에서 12%으로 폭락했다. 계속되는 의혹보도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게 됐다. 국민의힘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시나리오의 재현이다. 잘만 한면 칼끝이 청와대를 향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검에서 또하나 중요한 것은 수사 관계자들이 ‘막중한 책임감’을 너머 ‘과도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특별한 수사팀’까지 꾸려진 상태에서 결과가 ‘무혐의’, ‘불기소’가 나오면 일단 그 자체가 커다란 이슈가 된다. 그러다 보니 특검은 수사에서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드루킹 특검 당시 허익범 특검은 별건수사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그 결과 정의당 노희찬 의원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도한 책임감’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난 10월 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당을 향해 특검을 수용하라며 규탄대회까지 연 것은 바로 특검이야 말로 지금의 정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반대의 결과 낳을 수도
반대로 여당은 이 시기에 공수처를 띄우고 있다. 검사들이 술접대 등에 대거 연루된 정황이 있기 때문에 특검이 아닌 공수처가 제격이라는 이야기다. 공수처는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하다. 이미 패스트트랙으로 공수처 설치의 기반까지 마련했지만, 10월 말 현재 100일이 되어도 출범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만약 국민의힘이 계속 방해하면 법개정, 패스트트랙까지 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공수처 설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통해 사법개혁의 정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건국 이래 계속되어온 검찰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공수처가 유일하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공수처가 출범되면 적폐 세력을 심판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부패세력’으로 단정지을 수 있고, 여기에 정치적 유리함이 존재한다.
여론에서는 공수처보다는 특검이 조금 더 앞서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26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특검 추진에 찬성하는 사람이 43.6%, 공수처 추진에 찬성하는 사람이 38.9%로 집계됐다. 여당 지지율이 높은 호남에서조차 특검도입 40.3%, 공수처 출범 42.8%로 의견이 매우 팽팽하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이런 여론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민이 특검을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특검이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것이기만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논의는 그렇다치더라도, 그가 했던 진술들이 조금씩 사실로 밝혀지는 것도 있다. 특히 검사에 대한 술자리 접대는 장소와 시간은 물론 인물까지 특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까지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여론의 칼날은 야권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못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야당 의원들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는다며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특검은 국민의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국민의힘이 무조건 특검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을 ‘신의 한수’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특히 특검의 과정에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할 수 있다. 이제껏 적지 않은 민주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거의 변화가 없다. 이제 더 이상 야당이 하는 방식의 정치 쟁점에 대해 국민들이 지지를 하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별도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오히려 국민의힘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특검이 계속해서 주장된다는 것은 상시적으로 ‘예외’가 많이 인정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연히 검찰이라는 수사 주체는 있지만 이를 배제한 채 특검을 하자고 하면 이는 수사력 낭비라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국민의힘의 계속되는 특검 주장은 스스로를 장외투쟁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단 여당에서는 공수처를 밀어붙일 기세이기 때문에 특검이 실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사면초가에 몰린 야당은 다시 장외투쟁의 깃발을 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장외투쟁을 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무조건 호응하지는 않는다. 오래 되지 않은 과거, 황교안 전 통합당 당 대표의 장외투쟁이 낳은 결과만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냐, 공수처냐?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앞에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사활을 건 전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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