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비호감도, 왜 이렇게 높을까?
이낙연 비호감도, 왜 이렇게 높을까?
  • 정하연
  • 승인 2021.09.15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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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후보는 과거 24개월을 총리로 지내면서 최장수 총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특히 그는 총리 시절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를 기록하는 놀라운 현상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의 이런 이미지가 상당 부분 퇴색되어 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8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낙연 후보의 비호감도는 62%로 이재명 후보의 비호감도 50%, 윤석열, 최재형 후보의 비호감도 58%보다 높았다. 이 설문 조사 결과에 대해 이낙연 캠프에서는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낙연 후보의 비호감도는 왜 이렇게 높아졌을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이낙연의원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이낙연의원실)

캠프와 자신 분리하는 어법 문제

이낙연 후보가 총리 시절 큰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국회 대정부 질의 자리 때문이었다. 보통 대정부 질의 자리는 야당 의원의 놀이터로 불리기도 한다. 과감하게 질문 공세를 할 수 있고, 심지어는 호통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여당 관료들은 매우 겸손한 자세로 임하고 쩔쩔매는 모습도 여러 번 보여주었다. 그런데 당시 총리였던 이낙연 후보는 완전히 달랐다. 확실한 팩트를 제시하고 날카로운 논리를 구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품격이 가득한 언어로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되받아쳤다. 한마디로 사이다가 아닐 수 없었다. 그가 이런 식의 태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정치부 기자에 4선 의원, 도지사, 그리고 5번에 걸친 대변인 생활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총리에서 퇴임한 후 경선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물론 초기에는 크게 비호감도가 올라가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가 가속화되면서부터였다. 상당수 진보 진영에서는 이낙연 후보 캠프가 지나치게 사생활에 대한 공격과 네거티브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뻔히 해결된 문제를 다시 꺼내 드는가 하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공세 거리로 삼는다고 여긴 것이다. 심지어 자신과 캠프가 마치 분리되어 있는 듯한 유체 이탈화법을 쓰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재명 후보와 황교익 씨와의 관계가 문제가 되자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는 친일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당시 이낙연 후보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제가 그 일(황교익 친일 논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어요. 그저 저를 돕는 동지들 가운데 한 분이 친일을 연상하는 듯한 문제를 제기한 것은 과도했다는 정도의 인식을 말한 것이 전부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사실 대선후보와 캠프는 절대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의도의 정치 문법이다. 캠프가 대선 주자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낙연 후보는 내가 말한 적 없다라는 논리로 당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건 당일에 이재명 후보가 황교익 씨와 먹방을 했다는 이유로 이낙연 캠프에서는 대변인 명의로 이런 논평을 내놓았다.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인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건 당일, 최근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으로 논란이 된 황교익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황교익TV’ 촬영을 강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국민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물론 이재명 후보가 도의적인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실제 쿠팡 물류센터와 같은 대형시설의 화재 진압은 행정안전부가 실제 주관기관이며, 따라서 화재 진압도 행정안전부에서 지휘를 해야 한다. 반대 진영인 야권에서라면 이런 비판을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내부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같은 여권에서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원팀 정신을 해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네거티브, 신사적 이미지와 맞지 않아

이낙연 후보의 비호감도에는 한때 그를 인기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화법이 지적되기도 한다. 이를 세간에서는 엄근진이라고 부른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는 의미이다. 과거 총리 시절에는 이러한 화법이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막아내는 데 매우 유용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비개혁적’, ‘고구마의 이미지를 준다는 점이다. 이낙연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낙연 대표의 이미지가 진보층에게는 비개혁적으로, 중도층에게는 고구마의 이미지로 자리 잡으면서 양쪽 모두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의 총리 시절의 몇몇 행보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 사태에도 수수방관했으며, 윤미향 의원의 논란이 일어났을 때도 신중하기만 한 태도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발언을 자제하는 것은 마땅히 총리가 해야 할 일이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현안을 회피하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의견도 있다.

이낙연 후보가 유지해왔던 신사적인 이미지도 네거티브와 연관이 되고 있다. 평소에 매우 예의 바르고 신사적이었던 그가 네거티브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고 지지자와 중도층이 큰 실망을 했다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이낙연 후보의 네거티브는 국민으로 하여금 피로감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정치에 관한 의식이 높은 민주당 지지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원팀에서 왜 저러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또한 잦은 네거티브는 결국에는 면역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결정적 한방이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네거티브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정책에 관해서도 이낙연 후보는 도드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 측이 일찌감치 기본 시리즈로 자신의 정책을 확실하게 국민들에게 알린 반면, 이낙연 후보의 공약 중에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의 희미함과 잦은 네거티브가 결합되면서 오히려 호감도가 떨어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 측이 먼저 네거티브를 멈추겠다고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보기 싫은 싸움판이 한창 가열될 때 어느 한쪽이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심지어 지난 830일에는 이낙연 지지자 10명 중 2명은 ‘(이낙연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지 않으면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요지의 설문조사 결과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해 발표됐다. 이는 곧 이낙연 후보의 지지층이 다소 허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 이낙연 후보의 비호감도는 한국 정치사에서 네거티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가 있다. 이낙연 후보의 개인적인 정치 행보와는 관련 없이,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향후 대선과 연이은 총선에서도 네거티브 공세가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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