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2 15:11 (목)
산들소리수목원 장주열 촌장
산들소리수목원 장주열 촌장
  • 김선정 기자
  • 승인 2026.02.12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약없이 가꾼 20년의 숲, 사람을 치유하는 숲이 되다

 

 

불암산 인근에 조성된 남양주 산들소리수목원은 수도권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접근 가능한 자연 휴식 공간이다. 차량으로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숲길 산책과 흙을 직접 밟는 체험, 소박한 식사 공간 등이 펼쳐져 있다. 무엇보다 이 수목원은 입장과 동시에 다른 수목원과는 구별되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인공적으로 꾸민 조형물이나 사진 촬영을 위한 시설보다는 자연의 상태를 유지한 풍경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산들소리수목원은 2002년 이후 약 42천 평 규모의 부지를 농약 없이 관리해 왔으며, 이러한 관리 원칙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빠른 성장이나 외형적 완성도를 우선하지 않고 식물의 생장 속도에 맞춘 관리 방식을 선택해 온 것이다. 수목원 전역에는 약 1,20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해 있으며, 공간은 총 15개의 주제별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습지 환경을 중심으로 한 공간부터 야생화와 허브를 중심으로 한 구역까지 다양한 성격의 정원이 연결돼 있고, 각 구역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과연 누가, 왜 이러한 공간을 만들었을까. 산들소리수목원 장주열 촌장을 만나 수목원의 역사와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휴식과 체험이 공존하는 공간

산들소리수목원의 연간 방문객 수는 무료 관람 인원을 포함해 약 15만 명에 이른다. 입장료는 성인과 어린이 구분 없이 5,000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수목원 내 식당인 산들밥상을 이용할 경우 입장료는 면제된다. 대표 메뉴인 참숯불고기 쌈밥은 1인 기준 21,000원이며, 숯불 향이 밴 불고기와 신선한 쌈 채소, 기본 반찬이 함께 제공되는 구성이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채소를 사용해 식재료의 신선함과 건강함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수목원에는 식사 공간 외에도 다양한 체험 시설이 마련돼 있다. 맨발 체험장은 체험비 4,000원으로 운영되며, 방문객은 신발을 벗고 흙길과 자갈길을 걸으며 땅의 감촉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발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자극은 신체 감각을 깨우는 데 도움을 준다. 보다 깊은 휴식을 원하는 방문객을 위해 힐링 카페 인근에는 족욕 체험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30분 기준 10,000원의 이용료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근 채 숲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신기한 물건 박물관즐거운 놀이길에서는 관람과 놀이를 결합한 체험이 가능하고, ‘뗏목 나루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뗏목을 끌며 물 위에서 활동할 수 있다. 동물 농장과 개구리 생태 연못 역시 어린이 방문객의 이용이 많은 공간이다. 주말에는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숲 놀이, 목공, 도예 등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 하루 일정으로 체험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또 산들소리수목원은 당일 일정으로 방문하기에 무리가 없는 여건을 갖춘 공간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주차 부담이 크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불암산 입구 또는 불암동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한 뒤 도보로 약 1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30분부터 저녁 930분까지이며, 입장은 저녁 8시에 마감된다. 연중 휴무 없이 운영돼 일정에 맞춰 방문 계획을 세우기 수월한 편이다. 다만 수목원의 생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반려동물의 출입은 제한되고 있다.

장주열 촌장은 이곳의 설립 배경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연에서 찾은 치유의 해법

저는 자연 치유를 약 30년 동안 연구해 왔고, 그 과정에서 자연 치유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먼저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마련한 뒤 자연 치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 일환으로 2000년부터 관련 부지를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직업은 주얼리 디자이너로, 차이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해 왔으며, 당시 다니던 교회를 통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병원 중심의 의료 시스템이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느꼈고, 그 빈틈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을 이곳에서 만들어 가고자 했습니다. 저는 질병의 근본 원인을 유전자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유전자가 회복되는 과정이 동반돼야 몸도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암 역시 무조건 배제된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2003년 미국에서는 유전자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23종의 염색체 구조와 약 2만여 개에 이르는 유전자 정보가 정리되었으며, 이는 인간의 신체와 질병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연구 흐름을 바탕으로 일부 자연 치유 연구자들은 유전자 변이가 질병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장주열 촌장 역시 유전자가 본래의 균형 상태로 회복되는 과정이 질병 회복의 핵심이라고 본다. 반면 기존 의료 현장에서는 유전자 회복을 중심에 둔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대안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 바로 산들소리수목원이며, 이곳에서의 프로그램은 전체의 약 95%가 강의 중심으로 운영된다. 핵심 개념은 후성 유전학으로, 이는 유전자가 선천적으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 생활 방식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기존의 선천적 유전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 삶의 조건에 따라 유전자가 다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관점을 토대로 유전자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이 이어지고 있으며, 질병의 회복 역시 유전자 회복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이 프로그램의 기조를 이룬다.

저는 후성 유전학이 앞으로 이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기초로라도 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제 작은 목표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명확한 목적을 가진 수목원입니다. 산림청에 정식 등록된 수목원이며, 종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수목원입니다. 동시에 원예 치유를 중심으로 한 치유 환경을 갖추고 있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회복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치유가 감정이나 분위기에 기대는 일이 아니라, 과학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암으로 생의 끝을 향해 가는 과정이 무엇인지,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의사들은 치료를 담당하지만, 치유는 결국 자연과 몸의 회복력 속에서 일어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또지가라는 믿음

장 촌장의 고향은 전남 진도군 조도이다. 진도에서 중학교 과정까지 마친 뒤 가정 형편의 변화로 삶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다. 아버지가 배 관련 사업을 하다 사고로 선박이 침몰하면서 생계가 어려워졌고, 이를 계기로 상경을 선택했다. 이후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방식으로 학업을 이어 갔으며,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보완했다. 어린 시절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익숙해 손에는 300곳이 넘는 상처가 남아 있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직접 만들고 고치며 살아온 영광의 상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년기 시절 그의 꿈은 토목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다만 이제까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힘든 점도 무척 많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자연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한다.

저는 2000년에 이곳에 들어와 약 5년 뒤를 목표로 그랜드 오픈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진입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계획이 크게 어긋났고, 도로가 실제로 개통되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기간 동안 운영은 쉽지 않았고, 경제적인 부담도 계속 쌓여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빚만 늘어가던 시기였습니다. 시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는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향을 가장 우선에 두었습니다. 수도와 전기, 하수도 같은 토목 설비는 모두 땅속으로 매설해 지상에서는 전기선 하나도 보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건물 역시 외부에 맡기지 않고 직접 직사각형 형태로 디자인했으며, 총 네 채의 건물은 모두 같은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전체 디자인의 개념은 ()’입니다. 사람이 만든 형태가 자연보다 앞서 보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연이 사람이 만든 어떤 구조물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건물의 형태는 일부러 개성을 드러내지 않는 단순한 직사각형으로 정했다고 한다. 제빵소 역시 처음에는 350평 규모로 허가를 받았지만, 건물을 위로 올리지도 않았고 면적도 줄여 250평으로 지었다. 공간을 키우는 것보다 자연이 지닌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주열 촌장은 매우 차별화된 경영 전략을 펼쳐 왔다.

 

수목원의 운영 철학은 열린 사고, 수평 경영으로 요약된다. 조직 구조는 직급 중심이 아닌 매니저 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운영 책임자 역시 예외 없이 매니저로 역할을 수행하며, 스스로를 촌장 매니저로 칭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구성원들 또한 모두 매니저로 불리며, 단기 근무자 역시 알바 매니저라는 동일한 호칭을 사용한다. 각 매니저는 현장에서 직접 의견을 제시하고, 운영과 경영 과정에도 참여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곳에서 근무한 뒤 다른 직장으로 옮긴 인력들이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운영진은 그 배경으로 현장 중심의 의사 결정과 책임 있는 참여 경험을 꼽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적 운영의 기준은 언론주의, 책임주의, 반대주의라는 세 가지 원칙이다.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며, 반대 의견 또한 제도 안에서 존중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촌장은 마지막으로 이러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누구나 쉽지 않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같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늘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라고 되새깁니다. 저는 줄여서 이또지가라고 부릅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버거운 일이 있더라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지켜 나가다 보면 결국 그 시간을 건너는 날이 온다고 믿습니다. 더구나 이곳에 아이들이 많이 찾아와 웃고 뛰어노는 모습을 볼 때면, 그런 믿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에너지를 마주할 때마다 저는 큰 행복을 느끼고, 지금까지의 선택과 시간이 충분히 보람 있었다는 마음이 듭니다.”

지금은 연 15만 명이 찾고 있지만, 앞으로는 30, 60만 명이 찾을 수 있는 수목원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1125호 (여의도동,여의도파라곤)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운정
  • 법인명 : 종합시사매거진
  • 제호 : 종합시사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아54884
  • 등록일 : 2011-02-22
  • 발행일 : 2011-02-22
  • 발행인 : 정하연
  • 편집인 : 정하연
  • 종합시사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종합시사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