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구독’이라고 한다면 신문을 구독해보거나 혹은 우유를 정기적으로 배달받는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정기구독이 일상의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 1,000억 원으로 54.8% 늘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2025년에는 1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다양한 정기구독이 등장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빨래 정기구독, 청소 정기구독, 건강 정기구독까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급변하는 정기구독 시장, 어떤 새로운 아이템들이 있을까?
전문가의 케어 받을 수 있어
요즘 소비자 5명 중의 3명은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정기구독은 콘텐츠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나 멜론 등의 음악 서비스, 그리고 게임 등에서도 각종 아이템을 구매하는 등 정기구독이 확산되고 있다. 20대의 경우 무려 51%가 정기구독을 이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식음료 역시 전통적인 정기구독의 아이템이다. 50대 이상은 약 36%가 생수나 쌀, 잡곡 등을 정기구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각종 밀키트의 등장으로 음식 정기구독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와 세탁 서비스에도 정기구독의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청소를 정기구독하게 되면 전문 업체들이 각종 기구를 활용해 청소하기 때문에 집에서 본인이 하는 청소보다 훨씬 깔끔하고 광범위한 범위를 청소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청소를 정기구독하는 순간, 아예 청소에 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꼼꼼한 회원 관리를 통해서 업체에서 알아서 연락이 오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각 업체도 서둘러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욕실 정비 케어 서비스’를 특화시키는 등의 방법이다. 힘들지 않은 청소는 본인이 직접하고 힘든 부분만 정기구독을 원하는 사람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한 업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서비스 이용고객의 90%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앱을 통해 간편하게 구독을 시작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격은 대체로 20평에서 35평의 경우 4시간에 5~6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빨래 정기구독 서비스도 시스템은 비슷하다. 옷은 세탁할 때마다 줄어들거나 혹은 색깔이 변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다. 여기에 이불 빨래를 하려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밤에 빨래를 내놓기만 하면 알아서 수거하고 알아서 다시 빨아서 가져다주는 것이 바로 빨래 정기구독 서비스이다. 또 단 하루면 수거에서 배달까지 다 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아예 집에 세탁기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식재료가 아닌 음식 자체를 정기구독해서 먹는 사람도 많다. 아침에는 샐러드로 시작하고, 저녁에는 든든한 찜이나 탕을 선택할 수 있다. 반찬도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무엇을 먹을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심지어 정기구독 서비스는 주류에까지 손을 뻗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홈술’이 많아진 시장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술의 경우 고객이 선택한 술만 정기구독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그에 매칭된 술을 권하기도 한다. 전통주 역시 이러한 정기구독 서비스와 잘 맞는다. 단순히 소주와 맥주가 아닌, 더 다양한 술을 맛보려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이다. 주류 정기구독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전국에 있는 전통주 업체들을 섭외해 전통주를 배달하고 있다. 심지어 꽃을 정기적으로 구독받을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꽃을 받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집이나 사무실의 분위기도 환기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
그렇다면 이러한 정기구독 서비스가 점차 늘어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전문가의 손길’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좀 더 향상하기 위한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정기구독 서비스에는 모두 전문가들이 결합하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매우 세심하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고,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급스럽고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또 요즘 MZ세대들은 ‘경험’을 매우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며,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경험이 더욱 확산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험에 대한 가치 부여는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경계와도 관련이 있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부모 세대가 차나 집 장만에 막대한 돈을 들이는 모습을 보아왔고, 따라서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소유하지 않고 경험하는 일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맥킨지에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25%가량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이는 젊은 세대에게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또 빠른 트렌드가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주면서 끊임없이 선택해야만 하는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도 영향이 있다. 무엇인가를 잘 선택한다면 기분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만약 자신의 선택이 실패했을 때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업체에서 알아서 선택하고 배달해주기 때문에 스스로 트렌드를 배워가면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
펜데믹 사태로 인한 ‘비대면’의 흐름도 정기구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외부로 가서 물건을 구매하는 활동이 줄어들고 누군가가 직접 집으로 가져다주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신제품이 나오는 시장 환경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신상품을 하나 산 후 신용카드 금액을 다 내기도 전에 새로운 상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아예 구독을 통해서 꾸준하게 신상품을 쓰는 것이 오히려 가성비 측면에서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옷을 구독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달에 9만 9천 원 정도만 내면 횟수 제한 없이 원하는 옷을 마음껏 빌려 입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계속해서 옷이 쌓이는 일을 방지할 수 있고, 늘 새 옷을 입는 기분을 유지할 수가 있다.
이러한 정기구독 서비스는 향후 꾸준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정기구독은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에는 ‘건강검진 구독 서비스’까지 있는 상태다. 한 달에 149달러 정도를 내면 24시간 언제든지 건강검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제 구독 경제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