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민의힘의 최대한 화두, ‘조용한 분열’인가, ‘보란 듯이 단합’인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결국 내년 ‘2월 말 3월 초’로 굳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곧 다가올 정기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전당대회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당 내부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여기에서 국민의힘의 분열과 단합이 집중적으로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당대회를 통한 당 대표와 지도부 구축은 곧바로 다음 총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선을 원하는 현직 의원, 그리고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은 이 흐름에 참여하느냐, 혹은 배제되느냐, 또는 누가 이 흐름을 주도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당 내부에서 ‘거대하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023년을 앞둔 국민의힘의 최대의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있을 변화를 둘렀던 각 진영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비윤, 친윤 갈등 시작되나?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조용한 분열’에 이은 ‘보란 듯이 담합’이라는 모순되는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조용한 분열이란, 민주당의 국정감사를 받아들인 주호영 원내 대표로부터 출발한다. 이에 대해 당 내부와 대통령실에서도 매우 격렬한 반발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후 주호영 대표는 이를 수습하는 차원의 발언과 행보를 했지만, 어쨌든 국정감사를 흔쾌히 합의한 그의 행동에 대해서 여당의 부글부글 끓고 있는 심정은 어쩔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감장에서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주고받을 때, 그는 이들을 퇴장시키기까지 했다. 주 대표로서는 ‘합리적인’ 처사였겠지만, 당내에서는 ‘하나 된 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음에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과 당 내부의 반응은 이제 조금씩 국민의힘이 분열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친윤과 비윤계가 본격적인 대립의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기류가 있을수록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좀 더 공고하게 단합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이철규 의원 등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의원들을 관저에 초대해 만찬을 벌였다. 특히 이 만찬이 ‘부부 동반’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부 동반 만찬이 매우 낯선 것은 아니지만,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부부 동반을 한다는 것은 이른바 ‘패밀리 정치’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전당대회와 둘러싼 ‘교통정리’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윤심(尹心)’이 본격적으로 표출되었다는 이야기다.
또 지난 12월 7일 공부모임 ‘국민공감’이 공식 출범한 것 역시 당내 친윤계 결집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모임은 과거 ‘민들레’라는 이름이었지만, 이름을 바꿔 달면서 새 출발을 했다. 이 모임에는 당내 전체 의원 115명 중 무려 65명이 참여한다. 한마디로 ‘당내 최대 모임’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친윤’이라는 사실을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국민공감에서 뿌린 보도자료에서도 ‘국민의힘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입법·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이 공식 출범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 모임에서는 매우 특이한 점이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윤핵관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장제원, 권성동 의원을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에 부부 동반에 참여했던 이들도 명단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윤핵관이 배제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외적으로 오해받을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고 풀이할 수밖에 없다. 벌써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친다’라는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하면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공부모임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윤핵관들은 참여에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다음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세력과 판이 짜여지기 때문에 윤핵관들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어차피 친윤의 핵심 중 핵심은 윤핵관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관건
그러나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대체로 총선이 다가오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여당 내부에서는 큰 분열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심각할 경우에는 대통령에게 탈당 요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럴 가능성도 적을 수가 있다. 그것은 이미 현재 국민의힘은 지지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탄탄한 30%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약간만 외연을 넓힌다면 총선에서 어느 정도는 붙어볼 만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실 통상적으로 대통령 30%의 지지율로 총선을 치른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애초부터 지지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나름대로 국정에 대한 자신감일 수도 있고, 혹은 윤 대통령의 뚝심일 수도 있다. 결국 당내 전반에 ‘지지율에 신경 쓰지 말고 과감하게 돌파하자’는 기류가 형성된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도 국민의힘에서 분열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당내의 분위기일 뿐, 정작 그들의 총선 성공과 실패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다. 국민이 이에 대해서 준엄한 심판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지지자들의 견고한 단결로 인해 오히려 총선에서 선방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고한 내부 결집의 흐름이 꼭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역할만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당 내부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지금의 판세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기류가 매우 강하다. 전당대회의 룰을 바꾸는 것 역시 모두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유승민 전 의원이 배제되는 가운데 ‘반(反)윤’의 흐름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도 궁극적으로 분열하면서 세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또한 국회의원은 결국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이 뽑는 것이기 때문에 의원 출마자들은 이 부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친윤의 흐름에 올라타기보다는 오히려 독자적인 힘을 모아 지역구 주민들에게 어필하려는 경향도 강하게 드러날 수 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친윤-비윤 구도로 당이 분열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그는 12월 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많은 언론에서 친윤-비윤 구도로 보지 않나? 저는 그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친윤-비윤 구도는 당의 분열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도이며 그래서 정말 모두 조심해야 되는 구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쩌면 안 의원은 국민의힘 내부에 있는 분열의 조짐을 이미 감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여당 내부의 분열과 단합은 향후 지속적인 이합집산을 부를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향후 총선에서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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