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튜버들이 오는 3월 초에 개최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계 진출을 꾀하고 있다.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신의 한수’ 신혜식 대표,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세의 대표는 최고위원에 출마했으며 ‘강신업TV’의 강신업 변호사는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그들은 벌써 자신의 채널 내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하면서 정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보수 유튜버의 정계 진출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변방의 목소리’나 당의 외인부대의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당의 지도 체제에 진입하려는 시도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정말로 정계에 진출했을 때 정치지각은 어떻게 변화될까? 예상되는 파장을 집중 분석한다.
‘변방의 목소리’에서 시작했지만 …
한국에서만큼 정치 유튜브가 큰 인기를 끄는 나라도 별로 없다. 그들이 매일 거둬가는 슈퍼챗은 전 세계 1위를 달성할 정도이며, 진보와 좌우를 불구하고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이는 그들에 대한 추종 세력들이 얼마나 충성도가 높은지, 얼마나 강력한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초창기만 해도 이들 유튜버의 영향력은 극히 미미했다. 단지 ‘변방의 소리’나 ‘외인부대’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상황은 돌변하기 시작했다. 여당과 야당의 이념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정계 일각에서는 이들 유튜버의 영향력까지 필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 유튜버는 진보 유튜버들보다 정치적 투쟁력이 더욱 강하고 현실 정치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의 서막에 등장한 것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대표 시절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보수 유튜버들을 ‘강경 투쟁의 동반자’로 삼았다. 그들의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하고 ‘당내 입법 보조원의 자격을 주자’는 주장까지 했을 정도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보수 유튜버들을 자신의 공식적인 정치적인 장이 열렸다고 인식했으며, 그때부터 본격적인 공론의 장으로 뛰어들었다. 심지어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에는 ‘사전투표 조작설’을 들고나오면서 나름대로의 정치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물론 그들의 정치적 주장이 너무 터무니없고 과격하다는 이유 때문에 당시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은 더 이상 가까이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제는 발을 빼야 한다’는 인식에 서로 동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번 공식적인 정치의 장에서 활약해본 보수 유튜버들은 그때부터 ‘변방의 목소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정치적 인맥을 활용해 더욱 적극적으로 정치참여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오는 3월 8일에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이다. 현재 당 대표에 강신업 변호사, 최고위원에 김세희 대표, 신혜식 대표가 출마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물론 현재 그들의 본격적인 정계 진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실제 언론에서는 ‘당 대표 적합도’ 등에서 그들의 이름을 조사 대상에 넣지 않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 한 명이라도 보수 유튜버가 국민의힘에 진출하게 되면 이는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대한민국 정치사에 전례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돌파구’가 뚫린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번 이렇게 진출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면 향후 보수 유튜버들은 각종 정치 행사에서 수시로 참여를 선언하고 실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그들에게는 매우 든든한 ‘구독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며, 또 그 구독자들로 인해서 그들의 행보 자체가 멈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 과격한 우경화의 길로?
만약 이들 보수 유튜버가 실제로 정계에 진출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가장 먼저 예상되는 것은 국민의힘의 ‘극우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보수 유튜버들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정치적 주장을 해 온 적이 별로 없다. 과격한 발언을 해야만 조회수와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그들의 정체성은 언제나 과격한 극우의 성향을 띄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정계에 진출한 후 만약 정체성이 바뀌게 되면 구독자들의 외면과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그 결과 과거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과격한 발언을 서슴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당의 일관된 목소리에도 파열음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 유튜버들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역구 민심을 살필 필요가 없으며 오로지 전국에 산재해 있는 구독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설사 자신들의 주장이 당의 일관된 목소리에 파열음을 낸다고 한들, 지역구 자체가 없어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또 우려되는 문제점은 ‘당심’으로 하나 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은 다음의 공천을 위해서라도 당심을 따르는 것이 보편적인 행동의 원리이다. 그러나 애초에 원내가 아닌 원외였던 보수 유튜버들은 다음 공천에 대해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는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단 원외로라도 정계에 진출, 권력에 참여해본 그들이 차기에는 국회의원의 진출을 염두에 두면서 공천을 노릴 수가 있는 만큼, 정반대로 철저하게 당심에 복무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수 유튜버들의 이러한 모습이 가져올 수 있는 최대의 문제는 바로 ‘중도층’의 민심을 외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여권이든 야권이든 핵심 지지자들은 변함이 없다. 따라서 총선과 대통령 선거는 결국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쥘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보수 유튜버들이 당 내부에서 계속해서 극우적인 주장을 하거나, 일부 보수의 격렬한 민심만 당에 전하게 되면 당 자체가 우경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향후 중도층의 결집에 방해가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예상되는 우려 중 하나는 자신들 끼리의 거친 언사, 혹은 고소·고발이다. 현재 나란히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를 선언한 김세의 대표와 신해식 대표는 이미 고소전에 휩싸였다. 지난 1월 25일 김세의 대표는 신혜식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주 내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매입 비용을 두고 서로 공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그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이들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법정 공방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만약 이들이 당내에 진입한 상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당으로는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그들의 정계 진출이 반드시 단점만 초래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는 보수의 가장 밑바닥 민심을 당에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소통의 창구가 될 수도 있다. 수시로 오가는 현장의 목소리와 댓글 등이 당 지도부에 전달될 수 있고, 이것이 당의 운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보수 유튜버들의 당 지도체제 진입은 리스크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거 출마 자체를 막기는 힘들기 때문에 향후 이들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