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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의 미래와 꿈을 위한 학업, 통일한국의 밑거름이 됩니다
탈북 청소년의 미래와 꿈을 위한 학업, 통일한국의 밑거름이 됩니다
  • 종합시사매거진 정하연 기자
  • 승인 2024.03.05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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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꿈학교 제4대 김영미 교장

 

북한에서 탈출해 남한으로 넘어온 청소년들이 닥치는 가장 큰 난관은 바로 배움이다. 남한 학생들과는 학력 차이가 워낙 많이 나기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극히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그 학생들이 배움에 대한 열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남한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가득하다는 것.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 탈북민 대안학교인 한꿈학교(교장 김영미)’이다. 지난 2월 중순 제19회 졸업식이 열려 12명의 학생이 그간의 고된 학업 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어엿한 사회인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3명은 대학을 진학했고, 2명은 중국 유학, 6명은 취업과 아르바이트, 1명은 기술학교에 진학하면서 만족할 만한 성과도 거두었다고 한다. 2004년 제1대 김성원 목사가 만든 이 학교는 이제 그 역사가 20년에 이르렀으며, 현재는 제4대 김영미 교장이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힘들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중한 미래를 위해서 오늘도 꿈을 잃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헌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19회 졸업식이 있던 날, 김영미 교장을 만나 한꿈학교의 과거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반지하에서 시작, 끼니는 외상으로 산 라면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탈북민의 숫자는 34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일부는 돈을 마련해 브로커를 통해서 한국으로 오지만, 우선 중국으로 탈북한 뒤 운 좋게 선교단체를 만나면 비용 없이도 들어오기도 한다. 다만 이때는 낮에는 숨고 밤에 산을 타면서 태국과 라오스를 거쳐서 오게 된다. 수개월이 걸리는 보통 험난한 여정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에 들어와서도 청소년들은 학업이라는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다. 탈북 청소년의 경우는 대부분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한국으로 오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한꿈학교다. 지금은 순수 북한 출신 탈북 청소년은 물론 탈북 여성의 중국 출생 자녀들도 적지 않다. 중국으로 건너간 북한 여성이 중국인과 결혼한 후 낳은 아이들이다.

일단 이런 청소년들이 한국에 오게 되면 한꿈학교에서는 이들이 기본학교를 갖출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춰 교육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취업과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 기본적인 교과과정은 물론이고 IT 실력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다. 향후 이들은 통일한국에서 북한인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며, 한꿈학교는 통일시대를 대비한 정식 교육기관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김영미 교장이 한꿈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가 한꿈학교에 온 것은 올해 5월이면 8년이 됩니다. 그때 저는 몽골 외국인학교와 누리센터 등에서 강사를 하고 학생들 과외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꿈학교에서 수학 선생님이 급히 필요하다고 해서 처음으로 왔고 그때부터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오전에 시간이 있어서 그때만 한꿈학교로 출근했는데, 그 인연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한꿈학교의 시작은 중국에 선교사로 갔던 김성원 목사가 일명 꽃제비로 불리는 탈북 청소년 6명을 한국으로 데려온 것이 시초였다. 그때만 해도 탈북 청소년이 한국에 오더라도 돌봐주는 곳이 없고, 특별한 지원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김성원 목사가 사비로 주민센터의 반지하 방을 얻어서 교육을 시작했고, 슈퍼에서 라면을 외상으로 사다 주곤 했다. 끼니를 굶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고, 환경도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물난리가 나서 도저히 더 이상 반지하 방에 있을 수가 없었던 것. 결국 지금의 위치인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임대아파트 종합상가의 지하 1층에 자리를 얻게 됐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폐공간에 가까웠기 때문에 LH에서 무상으로 지원하였고, 2009년 사단법인으로 발족하면서 드디어 공식적인 한꿈학교가 시작될 수 있었다.

 

고생이라는 말은 남한 학생이나 쓰는 말

이후에는 그나마 경제적인 여건이 좀 나아질 수 있었다. 매년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대안교육기관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사업비와 경상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으며, 매년 여러 부처와 기관의 공모사업에 참여하여 교육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개인이나 교회를 통해서도 후원을 받고 있다.

한꿈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선생님도 가르침에 열정적이고, 학생들도 배움에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탈북이라는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서 그들의 목표 의식이 더욱 뚜렷해지고, 삶에서의 동기부여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곳의 선생님들은 온라인으로 저녁 늦게까지도 수업하곤 합니다. 또 제가 제일 고생스러운 것은 뭐니?’라고 물을 때면 우리에게 고생이란 사치스러운 단어예요. 그런 단어는 남한 학생들이나 쓰는 거예요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고생을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는 것이죠. 때로는 너무 순수해서 사기를 당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열심히 살아서 그간 여러 성과가 있었습니다. 알바도 잘하고 대학에 가서 적응도 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된 후 다시 학교를 찾아와 봉사하기도 합니다. 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 진학해 북한학생의 시각으로 설계한 것이 인정 받은 친구도 있습니다. 또 학생들을 데리고 독거노인들에게 봉사하기도 하고 장애인들을 돌보기도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남한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뿌듯하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밥도 잘 못 먹고 다니는 경우도 많고, 남한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해 점점 더 열심히 살아가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면 더할 수 없이 행복합니다.”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IT회사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으며 공무원이 된 친구, 간호사로 취업한 친구, 네일샵을 열어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어서 대학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한꿈학교는 미인가이긴 하지만 2022년 시행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에 따라 236월에 경기도교육청 대안교육기관으로 정식 등록되었다. 기숙사는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LH의 전세임대주택 6호를 임대하여 사용중에 있다.

교사들은 100%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열정과 사랑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안학교 현장의 일들은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른 학교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러한 열정과 사랑으로 탈북자들 커뮤니티에 좋게 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입학 문의가 오는 이유가 아닐까?

 

결국 통일은 된다고 말하는 탈북학생들

한가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는 대부분의 탈북학생은 결국 통일이 된다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국제적으로 북한은 오래 갈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학생들은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북한에 가서 남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금도 공부한다고 말한다. 처음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한 것도 놀라웠고, 남한에 온지 1~2년은 남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놀라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김영미 교장은 마지막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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