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는 예술인의 권익 신장을 목적으로 1961년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지난 64년간 한국예술 문화의 창달과 국제교류 및 예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해 온 대표적인 단체이다. 특히 10개 회원협회(건축, 국악, 무용, 문인, 미술, 사진, 연극, 연예, 영화, 음악)와 전국 광역시·도와 시군에 171개 연합회, 국내외 지회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3월 초 예총에서는 신임 회장 선거가 이뤄졌으며 서양화가 조강훈 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이 당선됐다. 조 신임 회장은 향후 자체 건물인 ‘대한민국 예술인센터’의 부채 문제를 해소하고, 다시 도약할 예총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조 신임 회장은 직접 만나 예총이 해결해야 할 문제와 그 해결 방법에 대한 대담을 나누어 보았다.
64년 예총 역사상 유래 없는 위기
4년 임기에 당선된 조강훈 회장은 1985년 조선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94년 스페인 소피아 국립예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한국문화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총 12가지의 ‘최강 비전’을 발표하면서 이번 선거에 임했다. 그 핵심은 예술인들의 열악한 경제적 처지를 개선하고 더 강하고 탄탄한 재정적 뒷받침을 할 예총으로의 재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예술문화올림픽’을 개최해서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을 세계에 더욱 알리겠다는 포부도 발표했다. 우선 조강훈 회장에서 출마 배경과 취임 소감, 그리고 예총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에 관한 질문을 해보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혼란에 빠진 예술인센터 문제를 수습하고 위기에 빠진 한국예총에서 예술 인생의 마지막 열정을 다하고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강력하게 조직·경영 전반을 개선하고 미래를 여는 정책으로 100만 예술인들에게 희망이 되는 예총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예술인센터는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운 파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누구를 탓할 겨를도 없이 경매 위기, 부도 위기, 압류 위기 등을 극복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정부와 국민으로부터는 신뢰를 잃어가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64년 예총의 역사에 유례없는 걱정과 갈등이 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서울 오목교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리는 목동 상권에 있는 대한민국예술인센터는 독특한 계단식 건물로 2011년 11월 준공됐다. 한국예총을 중심으로 예술단체, 예술가, 지역주민이 하나 되어 예술의 창작-교류-확산을 이루어왔다. 그 규모 역시 작지 않다.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이며 대지면적 4,379㎡(1,324평)에 컨벤션, 전시장, 공연장, 세미나실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부채는 계속해서 늘어가기만 했다. 2020년 3월 당시 전임 회장의 인수인계 시 총부채는 약 580억 정도였지만, 2023년 2월 총부채는 약 760억 원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예총 자체가 존속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조강훈 회장은 이 문제를 자체적인 역량을 기르고,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에서 풀어나가려고 한다.
사업구조 혁신과 동시에 관련 규정의 손질, 사업콘텐츠 확보, 기반 구축에 이르기까지 내·외부 전문가들 및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하여 반드시 자립모델을 만들어서 운영의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것.
정부의 도움으로 위기 극복할 생각
특히 ‘한국예총 지원법’을 입법 추진하려고 하며, 이를 통해서 자립의 토대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현재 우리 예총은 현재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 건물을 통해서 자급자족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 선배님들이 야심 차게 이 건물을 지어 물려주었는데 건물을 지으면서 빚을 많이 졌고, 그 상태로 운영하다 보니 이자가 많이 나갑니다. 이 건물에서 수익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매우 부족해서 어려움이 축적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예총과 모든 단체가 교류를 통해 도모해야 하지만 에너지가 분산된 것도 현실입니다. 그간 제가 미술협회 이사장으로 있을 때도 가장 아쉬웠던 점이 바로 단합이 안 된 것입니다. 회원들이 개성이 강하다 보니 혼자서 고민하고 해결해 왔습니다.”
그런데 예총의 위기는 단지 경제적인 면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문화 예술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것도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것에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사실 예총은 창립 당시 보수단체로 출발했다. 총연합회라는 단체로 활동해 여러 다른 단체와 함께했고, 정부가 강력하게 지지를 해주어서 쌍두마차로서 시민들과 문화를 담아서 융성을 시켜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외 예술이 유입되고 K-컬처가 세계로 저변이 확대되는 상황이 펼쳐졌던 것.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제 공연, 문학, 사진, 미술 등이 모두 하나가 되는 다양성과 융복합의 시대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계가 무너지는 일은 앞으로도 심화할 것으로 보여서 이에 대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유사한 단체가 많이 생긴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딴살림’을 차리다 보니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와해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강훈 회장은 큰 틀에서 여러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K-컬처의 확산에 이바지할 수 있는 예총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까지 이 부분에서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이득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참해서 예술단 등을 만들어서 뮤지컬과 같은 공연을 통해서 세계적 문화 확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또 예술원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예술계로 노령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분들이 참여할 공간을 열기 위해 예술원을 만들었는데,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지역으로 돌려 지자체와 협의해서 지역의 문화 예술을 지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지역은 창작활동을 하기에 무엇보다 좋아서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봅니다.”
‘제2의 창립정신’으로 다시 태어날 것
또 조강훈 회장은 예총이 주도하는 ‘세계예술축제’와 ‘세계예술문화올림픽’을 개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총이 주도해서 전 세계인의 축제 인구를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고, 그 결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더 확산하겠다는 것. 여기에 기존의 대한민국 예술축전을 세계 각국의 융·복합 예술 장르를 망라한 예술단체와 함께 참여하는 세계예술문화올림픽으로 전환 추진해서 세계적 규모의 대표 축제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도 나아가 ‘청소년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해 볼 생각이다. 한국예술문화를 갈구하고 표방하고 싶지만, 교육기관이 없는 현실에서 한국예총에서 K-컬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이를 세계 청소년에게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예총에서 운영하는 상조를 포함해서 예술인 추모 공원을 건립하고 예술촌 설립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생전에 이뤄낸 예술인의 성과와 삶의 흔적을 기리고, 또한 예술인촌 건립을 통한 예술인들의 창작활동과 복지를 우선하며, 전시 및 공연 공간을 확보하여 창작 작품 발표와 작품 판매 및 수익을 창출하겠습니다. 서울시 서남권 신성장 거점사업인 문화예술특구사업에 공동 추진에 앞장서서 참여함으로써 한국예총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예술인들의 참여기회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확대에 이바지하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협조와 관련해서 매우 희망적인 신호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 유인촌 장관이 예총을 방문해 2시간 이상 협의를 했다는 것. 이를 통해서 애초의 창립 정신을 정체성으로 해서 ‘제2의 창립 정신’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길에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모든 문화 예술인 회원들이 애정과 참여의식을 가지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 이러한 노력이 전체 예술인 가족들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게 한다는 점이다.
문화 예술은 한 국가와 민족정신의 정수이다. 이것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국가와 국민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예총이 조강훈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지금의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