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전문가 참여로 아파트 통신망 해킹
훌륭한 기술사 자원 활용하기 위한 방안 마련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제17대 신임 남우기 회장
감리원 배치신고제의 안정적 법제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제는 각종 통신망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통신망’이라고 해서 그저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거는 통신망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간 통신, 건축, 철도, 도로, 항만, 공항, 행정, 제조 등 각 산업 분야에서 정보 통신망, 방송망, 이동통신망, 융복합망, CCTV망 등을 의미한다. 여기에 지능형 빌딩 시스템(IBS),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팩토리, 지능형 교통체계(ITS) 등의 정보통신 융복합 시스템까지 포괄한다.
이런 분야가 마비되면, 대한민국 자체가 마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런 시스템의 설계, 감리, 기술자문, 컨성팅을 하는 엔지니어들이 바로 ‘정보통신기술사’ 이며 이들의 단체가 (사)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ITPE) 이다. 지난 3월 23일 열린 2024년 정기총회에서는 제17대 신임 남우기 회장이 선출되어 향후 새로운 미래를 위한 진용을 갖췄다. 남 회장을 직접 만나 현재 기술사회의 이슈와 향후 대응에 관한 대담을 나눌 수 있었다.
14, 15대 이어 17대 회장 단독 추대
(사)정보통신기술사회(이하 ‘기술사회’)는 ‘기술사법’ 제14조에 근거해서 설립된 단체로서,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정보통신기술사 자격을 획득한 790여 명이 결성한 단체이다.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현재 각 산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당연히 정보통신 소비자인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재해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각종 통신망과 CCTV망은 국민을 범죄의 위험성으로부터 보호하기도 한다.
최초의 출발은 1985년 3월 1일 ‘한국기술사회 정보통신분회’의 발족에서 시작했다. 이후 1989년 임의단체 설립에 이어 초대 회장이 취임했으며 1993년, 지금의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로 개칭했다. 이후 정식 사단법인으로 출범하고 각종 용역사업을 주수하면서 점차 발전하기 시작했고, 2023년 4월에는 정보통신산업발전 유공에 따른 국무총리 단체표창을 수상했다.
이번에 열린 정기총회에서는 이미 14대, 15대 회장을 거친 남우기 회장이 다시 단독 후보로 추천되어 오는 2026년 2월까지 향후 2년간 기술사회를 이끌게 됐다. 이미 두 번의 회장을 거친 그가 다시 단독 추대되었다는 점은 그만큼 기술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신임 회장 추대에 따른 소감과 주요 이슈에 대해 물어보았다.
“무엇보다 두번의 회장에 이어 다시 추대된 것에 대해 무한히 감사한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언제나 목표는 우리 기술사회가 대한민국 최고의 통신망 분야 기술 전문가 단체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회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오는 7월 정보통신사업법 개정 법률의 시행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정보통신용역업자가 설계·감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점입니다.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큰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향후 저는 이에 따라 당면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새로운 발전을 모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남 회장은 이 같은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이미 회장 추대 당시 5개의 핵심적인 전략을 제시한 바가 있다. 바로 ▲정보통신 설계·감리 관련규정 및 제도의 정비 ▲정보통신기술사회의 재정적 자립기반 구축 ▲정보통신 실무 교육기관 설립 추진 ▲기술사사무소와 기술사의 권익 향상 ▲정보통신전문가 단체로서의 사회적 역할 정립 등 5가지이다.
과거 비전문가 참여로 아파트 통신망 해킹
남우기 회장은 이러한 5가지 핵심 전략과 함께 기술사회의 안정적인 재정 기반 구축을 위해 기술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 인증 사업을 추진하는 등 수익 기반을 넓혀 나갈 계획을 잡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사회를 좀 더 탄탄한 수익적 토대 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기술사의 전문성 향상과 정보통신기술자의 역량 강화,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해 전문 교육과정을 개설해 사례 중심의 실무교육을 실시함으써 감리 현장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는 계획도 동시에 잡고 있다.
“특히 기술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그간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정보통신공사업 발전을 도모하고 소비자인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전문가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언론뿐 아니라 업계 내 관련 단체들과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이 각자의 방식으로 힘을 보태고 참여해서 ‘우리 스스로 돕는 기술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함께 일해야 하는 정보통신기술자 뿐만 아니라 업계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전문가 단체로 자리매김 하는데 모두 함께 해 주실 것을 믿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기술사회에는 매우 큰 이슈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감리원 배치 신고제도’의 안정적인 법제화다. 이는 기술사들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대형설비와 각 건축물에 있어서 설계를 하고 최종적인 감리를 기술사들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법제화가 되기는 했지만,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엔지니어링협회가 반대하고 있으며, 산업자원부 역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기술사가 아닌 건축사가 이를 해야 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인 면에서보다 원칙적인 면에서 보다 매우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설계를 하고 감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건설 분야의 엔지니어가 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법에서 소방은 소방 기술사가, 전기는 전기 기술사가 감리를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지만 현재 통신만큼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작은 건축물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큰 아파트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약 2년 전에 한 아파트 통신망이 해킹 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기술사들이 아닌 비전문가들이 설계와 감리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저희가 시행령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산자부가 반대를 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 회장의 향후 회장 임기 중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기술사 자원 활용하기 위한 방안 마련
그는 현재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술사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공동주택정보통신전문가협회 회장,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경기도·인천시·강원도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위원, 서울시 강남구 및 경기도 남양주시 공동주택 자문위원, 경기도 성남시 건축위원, 경기도 용인시 공동주택감사위원, ICT폴리텍대학 산학협력단 전문 강사를 맡으면 활약하고 있다.
그는 과거 대학 시절에 그는 물리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잠깐의 신문사 경험을 했으며, 그 당시 정보통신 분야에 눈을 떴다고 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면서 삼성SDS에 취업해 엔지니어로서의 역할을 했고, 일본에서도 일했으며, 다시 한국에 돌아와 벤처기업까지 하면서 전문성을 익혀왔다. 이후 그는 ‘기술법인 정인’이라는 기술사 사무소를 열었다. 기술사법에 등록된 용역업체이며 현재 건축물의 설계, 자문, 감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업계의 문제도 눈에 훤히 들어온다는 것.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의 해외에서는 기술사들이 중심이 되어 업계가 편재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6만 여명의 훌륭한 자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사 사무소들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또한 기술사 제도 자체도 열악하다 보니까 기술사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 경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를 거치면서 시공 위주의 기획 설계를 하다 보니 지금도 그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 체계로 돌아가고 있어서,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힘을 쓰지 못하고 저가 수주 산업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는 엔지니어협회의 기술사 진입에 대한 방해가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러한 행패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더라도 남우기 회장은 대한민국의 정보통신산업 인프라의 안정적인 구축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술사회의 직원들과 회원들에게 이런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회원분들 중에서는 자기 전문성을 가진 훌륭한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다만 제도적 정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기술사회가 정비 기반을 만들어 회원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각종 연구 활동도 심도있게 해서 그 결과물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와 저희 기술사회를 믿고 의지해 주신다면, 그 믿음과 신뢰에 반드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