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형국
지난 7월과 8월에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약 90% 대의 득표율을 보이면 독주체제를 완벽하게 굳혔다 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현상은 오래전에 예견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대표는 대통령 후보 시절 “민주당의 이 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말이 확연하게 체감되지는 않았 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어버렸다. 물론 당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또 한편에서는 ‘지나친 독주체제는 오히려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의견이 다양성이 존중 되지 않고 독선적인 당의 운영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어떻게 봐야 할까?
■ ‘소수 강경 개딸’에 대한 비판
민주당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려는 당 대표나 최고위원은 대선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한 규정에 예외를 두는 당헌 당규 개정을 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이대로라면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나가기 전 정치적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 대표 경선은 이러한 이재명 체제에 대한 당내 일부의 목소리가 폭발한 계기가 됐다. 경선에 나온 김두관 후보는 충청권 합동 연설회에서 끝내 이 문제를 터뜨렸다.
그는 전날 ‘소수 강경 개딸이 당을 점령했다’ 고 발언한 이후, 또다시 이렇게 이야기했다. “북한하고 대결해야 하니까 유신 체제를 유지해야 된다는 거랑 뭐가 다릅니까! 탄핵이 우선이니까 당내 다른 목소리는 필요 없다, 이건 전체주의 사고입니다. 이 정도밖에 안됩니까, 우리 당이!” 이러한 발언은 민주당 내부와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김 대표가 ‘유신 체제’까지 언급한 것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하는 지지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후 이어진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김두관 후보를 향해 ‘경고’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철회하고 사과하십시오. 우리를 분열시키면 안됩니다” 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을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당내의 다수가 침묵하는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의 깨지고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특히 당의 분위기가 너무 이렇게 한쪽으로 흘러가게 되면 ‘중도층’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결국에는 중도층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이재명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일부 중도층은 민주당을 ‘이재명 사당’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국민의 힘에 표를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더 나아가 ‘오만함이 부르는 국민의 심판’이 민주당으로 향할수도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오만한 정치인을 용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일 수도 있다. 특히 현재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으로부터 당을 자신의 ‘방탄’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때까지 사법 판결을 늦추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사법적 리스크 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예상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사법적 질서를 혼란하게 한다는 점에서 여러 정치인이 비난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한 이재명 독주체제는 자신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국민이 이러한 판을 짜주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7월 21일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YTN의 에 출연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민주당의 표심이 집중되는 현상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 독주에서도 기인하는 바가 있다. 민주당 지지층 입장에서는 총선 이후에 윤 대통령이나 집권 세력이 민심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즉 기존과 똑같이 일방 독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독주를 멈춰 세우는 데는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고 이재명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서 보다 강력하게 싸우라는 주문을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하게 되는 것이다.”
■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형국
무엇보다 지난 4월 총선에서의 대승은 ‘이재명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라고 볼 수도 있다. 더 이상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독선과 오만을 멈추고, 탄핵에 시동을 걸어달라는 주문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것은 민의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교적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우상호 전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견해를 표했다.
“지금 우리 당 입장에서 보면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고, 총선을 압도적인 승리로 만든 당 대표였다. 이걸 자연스럽게 봐야되는데 문제는 득표율이 너무 높으니 약간 뒷맛이 (씁쓸하다). 너무 한쪽으로 약간 팽팽할 정도는 아니어도 당의 3분의 1 정도는 균형을 맞춰주려고 한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당원들이 선택하는 걸 어떻게 인위적으로 비율을 조정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물론 ‘독주’라는 말에 대해서 민주당측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당원들이 지지를 보내는 상황에서 그런 지지를 하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향후 정치적 행보에서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도층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것인가, 아니면 당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이미지를 줄 것이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매우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행보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회복되고 ‘국정 운영을 잘한다’ 는 평가를 받게 되면 반대급부로 ‘이재명의 민주당이 국정에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이 확산될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고 답보를 거듭하고, 지금보다 더한 국회의 파행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이재명 의 민주당이 현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당 대표의 두 가지 상수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정국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만 펼쳐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와 일방적인 인사, 그리고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지지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라는 존재이다. 여의도에서는 둘의 관계가 ‘완전히 강을 건넜다’는 말로서 회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다.
거기다가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후반으로 가고 있고, 한동훈 대표는 새롭게 대권에 도전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 지지해야 할 이유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제 앞으로 남는 것은 ‘치열한 수싸움’이 아닐수 없다. 각자가 살아남기 위한 전쟁의 결과에서 결국에는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