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와 한동훈.
두 정치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대통령 선거, 그리고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일종의 ‘정치 낭인’과 비슷한 처지가 되었다. 여전히 ‘정치인’으로 불리지만 그렇다고 딱히 특별한 직위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지층을 여전히 확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언제든 다시 정치의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들은 일정한 휴지기를 가진 후 다시 활발하게 SNS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보하고, 미래의 정치를 위한 교두보를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과연 두 정치인의 앞에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까?
반한파의 적극 견제 시도
한동훈 전 대표는 최근 특검과 관련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지난 9월 초 정례 브리핑에서 한동훈 전 대표에게 기소 전 증인으로 출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 인사에 대한 각을 세우기도 했다.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책과 다큐멘터리 증언 등으로 말했고, 당시 계엄을 저지했던 제 모든 행동은 실시간 영상으로 전 국민께 공유됐다. 진짜 진실 규명을 원한다면 오래전에 계엄 계획을 미리 알고 있다고 주장했음에도 국회 계엄 해제 표결에 나타나지 않은 김민석 총리, 북한군으로 위장한 한동훈 사살조가 있었다고 국회에서까지 증언한 김어준 유튜버 등을 조사하라.”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특검에 의해 소환당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한 전 대표는 종종 SNS를 통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고 있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구속된 데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범죄 혐의로 구속 수사까지 받는 것은 지나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의 이러한 활동은 SNS상에서만 이루어질 뿐, 현실에서의 본격적인 행보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그는 언제라도 현실 정치에 복귀하고 싶겠지만, 현재의 정치 지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단 장동혁 대표 체제인 국민의힘 내부에 ‘반한파’가 매우 노골적으로 그의 복귀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한 전 대표의 가족들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았던 ‘당원 게시판 사태’가 여전히 위력적이다. 언제든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반한파는 이 문제를 들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민수 최고위원은 처음 열린 최고위에서 이미 “당원 게시판 조사는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며 진상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만약 한동훈 전 대표가 현실 정치로의 복귀 움직임을 보이는 즉시 해당 사건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복귀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 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한동훈 전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내년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권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고, 원내 진입을 통해 세력을 구축한 뒤 2028년 총선에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2030년 대선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장동혁 지도부 체제에서는 한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에 나설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이러한 일정 자체가 당분간 실현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 전 시장은 보수와 중도 타겟
그러나 한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마냥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정치인은 일단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으면 서서히 인기가 식어가게 마련이고,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명맥을 이어 간다고 하더라도 역시 극히 일부 지지층의 인기를 유지할 뿐,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자신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전 대표의 경우에는 일단 잠행을 하면서 정치적 지형의 변화를 숨죽이면서 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정계를 은퇴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한동훈 전 대표와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다. 그는 자신의 정계 은퇴 선언이 무색해질 정도로, 최근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고 각 사안마다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와 관련해 “우리도 북한처럼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단 이러한 홍 전 대구시장의 행보는 존재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분석을 할 수 있다. SNS는 언론이 자신을 불러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남기면서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속해서 지지자들과 보수층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특히 그는 현재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TV홍카콜라’에 복귀해 지지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는 ‘컴백홍! 투나잇쇼’라는 타이틀로 9월 중순에 관세와 관련된 국제 정세를 브리핑하면서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방송에 대해서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의 토크쇼’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향후 정치적 행보를 다지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그가 향후 어떤 세력과 어떤 방식으로 연합해 새로운 정치를 펼쳐 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그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상태이며, 그 어떤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 반한파와는 대립각을 세워 왔기 때문에 그들과 연대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친한파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할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준석 대표와는 그간에도 친분을 보여 왔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개혁신당과 함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 이 대표 역시 8월 말 YTN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홍 전 대구시장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있기에 나름 본인이 돌파해 낼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다만 홍 전 시장의 현 단계 목표는 자연스럽게 내년 지방선거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선거는 앞으로 3년 정도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장 내년 6월의 지방선거가 목표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대구시장직을 그만둔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구 지역으로 또다시 출마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따라서 일단 홍 전 시장은 보수층 전반을 대상으로 지지세를 규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는 명실상부 보수층의 오래된 원로 정치인이며, 대통령 경선에 두 번이나 출마했고,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선 후보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앞세워 향후 ‘새로운 보수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전략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국민의힘이 단합과 단결을 이유로 중도층을 외면할 경우 이러한 틈새를 강력하게 파고들겠다는 전략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드맨’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단단한 정치적 입지를 세우기에는 역시 장애물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