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성비위 사건으로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강미정 대변인의 대국민 기자회견과 탈당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촉발시킨 일이다. 성비위 사건이 일어난 지 9개월 만이며,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를 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심지어 조국 대표가 출소한 이후에도 침묵이 지속되면서 결국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성비위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명분으로 탄생하고 ‘조국’이라는 억울한 피해자의 서사로 출발했던 정당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매우 치명적이다. 성비위 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그간 피해자를 구제하지 않고 묵살해 온 당의 행위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혁신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2차 가해와 조롱 섞인 비난

조국혁신당에서 당직자 사이의 성비위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당 지도부는 같은 해 5월 외부 조사기관에 사건을 의뢰하는 한편, 당 밖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권 및 성평등 문화 개선 특별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이후 약 두 달여 동안의 절차를 거쳐, 지난 8월 해당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 2명에게 각각 당적 박탈에 해당하는 제명과 1년간 당원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확정했다. 하지만 강 대변인은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그를 지원한 인사들이 오히려 2차 피해를 겪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성비위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은 지난달 당을 떠났고, 사건과 관련해 당 쇄신을 요구했던 세종시당 위원장은 이달 초 제명됐다. 또한 피해자를 도운 조력자 역시 ‘당직자 품위 유지 위반’이라는 사유로 징계를 받은 뒤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 대변인은 일부 당무위원과 고위 당직자들이 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세력”, “배은망덕하다”고 조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이규원 조국혁신당 사무부총장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라 단순히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아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명백히 범죄로 규정되고 있는 사안을 축소 해석한 이 발언은 당 지도부의 성 인지 감수성 부재와 문제의식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당의 신뢰도와 도덕적 정당성에 또 한 번 심각한 타격을 준 셈이다.
이러한 혁신당의 미흡하고 갈팡질팡한 대처는 조국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강한 결속 의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당내에서는 조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삼아 하나의 가족처럼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창당 때부터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패밀리 의식은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분명히 하는 대신 내부 결속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강화시켰다. 그 결과, 성비위 사건과 같은 심각한 문제에도 냉정한 조사와 공정한 징계보다 ‘당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앞서게 되었고, 이는 곧 도덕적 감수성의 둔화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피해자 보호보다는 조직 보호에 무게를 두면서 작금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급하게 출범한 정당의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력을 규합하다 보니 체계적인 규율과 내부 통제 장치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인사 검증 절차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채 당직자와 핵심 인력이 빠르게 채워지면서, 조직 운영의 전문성과 도덕적 기준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결국 이러한 허점이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면서, 당이 사안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임시방편에 의존하는 모습을 반복하게 되었다는 비판이다.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인간적 실망
이로 인해 조국 전 대표가 마음속에 품어 온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의 꿈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도덕성과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국민적 신뢰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주자로서의 상징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국 대표에 대해 그간 쌓아 온 인간적인 신뢰와 도덕적 이미지를 기대했던 만큼 실망을 드러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평소 보여 주었던 원칙적이고 정의로운 태도와는 달리, 실제 사건에 대한 대처에서는 미온적이고 회피적인 모습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결과 조 대표를 따르던 지지층 일부에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마저 흔들린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서가 당의 도덕적 위상과 향후 정치적 입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조국 전 대표가 사건과 관련해 내놓은 “당시에는 비당원 신분이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는 발언은 적지 않은 실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원칙과 책임을 강조해 온 그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해명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과 도덕적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책임에서 거리를 둔 태도는 기대와 괴리를 드러냈다.

결국 보수 성향의 정치 평론가와 언론인들은 조국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사실상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성비위 사건에 대한 미흡한 대응과 당내 갈등 관리 실패가 단순한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조 대표 개인의 리더십 한계를 드러낸 결정적 사건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혁신당 내에서 조 대표가 지닌 상징성이 워낙 컸던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도덕적 타격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미 “조국은 끝났다”고 말하고 있으며, 중도층과 무당층을 중심으로 이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뚜렷한 비전과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22대 국회 임기와 함께 수명을 다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2028년을 전후해 당이 사실상 소멸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당 내부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차기 총선을 앞두고 결국 민주당에 복귀하거나 입당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양당 간의 합당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등, 조국혁신당이 독자적인 정치 세력으로 자리를 굳히기보다는 다시 기존 거대 정당의 울타리 안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실제로 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할지, 혹은 혁신당 출신 인물들에게 공천을 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조국 전 대표와 혁신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으며, 성비위 사건 이후의 부정적 이미지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합당은커녕 개별 인사의 영입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제한적인 형태의 협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선택은 혁신당의 존립 여부와 직결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