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역사는 멀게는 1990년 후반부터 시작됐다. 가수 클론, NRG,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당시 한류의 시초였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욘사마’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중간마다 ‘이번 한류는 곧 사그라든다’라는 식의 기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류는 불사조처럼 되살아나 또다시 큰 유행을 일으켰다.
최근 BTS가 미국의 3대 음악상 가운데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1974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가 생긴 이래 아시아 가수로서는 최초이다.
중요한 점은 이제 ‘K’로 시작되는 한류가 단순한 하나의 문화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 글로벌 청년들에게 새로운 정체성, 가치를 심어준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이 인기를 얻었던 것은 단순한 흥미 있는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콘텐츠들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전면적으로 지적하면서 전 세계인에게 ‘정의로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며 자국의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해 분노하도록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K팝의 주된 내용은 그저 사랑을 다루거나 퇴폐적인 가사 말이 아니다. ‘자기다움’, ‘자신에 대한 사랑’, ‘미래의 꿈과 희망’을 담아냄으로써 MZ세대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다.
권위주의 사회에서 더 인기
중요한 점은 한류의 이러한 성격들이 일부 국가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한한령(限韩令)’을 통해서 한국 콘텐츠를 막고 <오징어 게임>을 보지 못하도록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중국의 청년들이 ‘각성’을 하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아이돌 가수들의 당찬 모습에서 권위주의 사회에 있는 청년들은 새로운 해방감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더욱 열광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의 인생도 그렇게 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는 권위주의 사회에 대항하는 하나의 무기가 된다.
또 최근에는 미국의 초대형 콘테스트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갓 탤런트’에 우리나라 국기원 태권도 대표팀이 출전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팀에 합류해 함께 태권도를 배웠던 외국인들은 태권도를 단순한 ‘스포츠’로 바라보지 않는다. 용기와 존경, 도덕, 강인한 정신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는 태권도의 정신이 세계 속으로 들어가 강력한 화학작용을 일으킨 결과이다. 이제 그들은 태권도를 외국인의 스타일에 따라 또다시 전파 시킬 것이고 그때부터는 태권도는 ‘한국만의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떤 면에서 이제 한류를 의미하는 K는 ‘한국의 것’이 아니라 ‘글로벌의 것’이 되어 버렸다. 즉, ‘세계의 K’가 돼버린 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단지 문화상품으로서의 한류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라 세계에 전파할 ‘메시지’에 집중하는 일이다. 바로 이러한 일이 공고화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진정한 세계의 ‘리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