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8:01 (목)
치유하고 힐링하는 장례문화 정착 유도해야
치유하고 힐링하는 장례문화 정착 유도해야
  • 채영희
  • 승인 2017.11.08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이범수 교수

 

 

장례문화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함축하고 있다. 상을 당한 집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위로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열리면서 장례식장과 상조회사의 등장, 가족장의 보편화 등 장례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마지막이면서 남은 사람들의 미래가 달린 장례식을 누구 손에 맡겨야 할까. 인간 존중 사상과 생명 중심의 윤리학을 배우고 유가족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상장례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는 서울시 내 대학원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상장례전문가와 웰다잉교육강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범수 교수는 동국대 불교대학원 교단에 서서 한국상장례문화학회장 할동을 하며 성숙한 상장례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노인의 날’ 행사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서울 소재 대학원 중 유일한 상장례 및 웰다잉, 자살예방교육 전문인력 교육 실시

대가족이 어울려 살았던 과거와 달리 현대 핵가족 사회는 단절과 공동체 기능 약화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간관계를 외면하면서 우울증, 자살 등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장례문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다.

 

2000년 현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의 노력으로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장례문학과’가 개설됐다. 이범수 교수는 장례문학과 1기생으로 인연을 맺어 현재 동 대학원의 교수로 성장해 우리나라 상장례문화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장례문학과는 생사문화산업학과로 명칭을 바꾸면서 장례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인간 수명이 길어지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죽음을 애써 외면하고 거부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삶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든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웰다잉 교육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에서는 생사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죽음을 책임지는 의식을 가진 웰다잉 교육자를 키우고 있습니다. 정부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13년부터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증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성찰하지 않고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하면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 예상됩니다.”

 

함께 장례를 치르던 이웃이 사라지면서 그 역할을 상조회사와 장례식장이 대신하고 있지만 관리하는 정부 기관의 이원화로 현장에서는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회원에게 회비를 받는 상조회사는 자본 건전성과 지급 여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지만 시신을 다루는 장례식장은 보건복지부가 관할한다. 이 교수는 “학계가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전문인력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장례업 점유율이 높은 상조회사에서 넓은 시각을 갖고 직원들이 상장례문화 교육에 앞장서야 한다”라며 “고결하고 정직한 자세로 죽음을 대하는 것이 사회 안녕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법으로 의무화된 장례업계 관계자 교육

성숙된 상장례문화가 사회적 재난의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희생자의 시신을 성심성의껏 수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이 교수는 “전염병으로 돌아가신 분의 시신, 큰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분의 마지막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따라 유족에게 큰 위안이 되거나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라며 “국회에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통과시켜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재)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탄생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선진 복지국가가 구현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선진 상장례문화 진흥에 기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선진 상장례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와 발맞추는 교육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02년 결성돼 2년 정도 활동한 ‘한국장례문화학회’를 2014년 ‘한국상장례문화학회’로 재결성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상장례문화학회는 지난해 총회를 거쳐 정식 출범했으며 이 교수가 학회장의 소임을 맡고 있다.

 

“과거보다 인식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장례식장과 화장장 등 장사시설을 꺼리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죽음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학회에서 적극 나서서 장례식장 영업자와 종사자 교육을 하며 대국민 홍보에 나서야 합니다. 한국상장례문화학회를 포함한 (재)한국장례문화진흥원, 장례업협회, 장례지도사협회, 상조회사들의 단합이 급선무입니다. 한 발씩 양보하고 마음을 합쳐 상장례 분야에 대한 사회의 고정화된 편견을 깨야 합니다.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질적으로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리고 우리 스스로 교육과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상장례문화학회는 장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8개 대학과 (재)장례문화진흥원이 중심이 되어 장례식장 영업자․종사자를 교육하고 있다. 이 교수는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부설 장례지도사교육원에서도 장례식장 영업자․종사자를 교육하고 있다. 장사에 관한 법규와 행정 사항, 장례식장의 관리 및 운영, 시신의 위생적 관리, 유족 상담 및 상장례 문화, 그 밖에 직업윤리 등 장례식장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 등을 가르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별과 죽음에서 느낀 좌절, 치유와 상담으로 극복해야

장례업의 발전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이 교수는 서울노인종합복지센터, 종로노인복지센터의 자원봉사 상담을 펼치고 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사별, 애도 상담으로 진심 어린 자세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일상생활로 복귀하지 못한 채 힘들어하는 어르신에게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장례 전문가가 치유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치유적인 장례 문화로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야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라며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죽음을 인정하기까지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활기찬 정상 생활로 돌아오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애도 상담이 활성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며 불교 신도는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동국대 불교대학원의 역할이 지대하다. 그는 동국대 불교대학원이 주도하고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에서 정식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자살예방상담전문가’ 자격증 과정을 시작했으며 ‘애도상담전문가’ 과정도 내년 초 개강을 준비하고 있다. 불교계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하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작한 일이며 내년 1기 자격증 발급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최근 장례문화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앞으로 장례문화의 발전방향을 제시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치유하는 장례문화로 발전해야 한다”라고 단언한 그는 “스마트폰 중독, 반려견에게 집중하는 젊은 세대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급격한 빈부격차,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 부적응자 속출 등 우리 사회는 자꾸 암울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살을 예방하고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는 현재의 삶을 밝게 바꿀 수 있다. 힐링과 치유를 추구하는 장례문화는 생명을 구하는 도덕적 임무와 같은 연장선에 놓여 있다.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장례문화는 사회에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 넣어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1125)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운정
  • 법인명 : 데일리뉴스
  • 제호 : 종합시사매거진
  •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0618
  • 등록일 : 2010-11-19
  • 발행일 : 2011-03-02
  • 발행인 : 최지우
  • 편집인 : 정하연
  • 종합시사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종합시사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