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SNS가 우리 일상을 위협할 수 있을까? 영화 ‘서치’가 신선한 진짜 이유
[리뷰]SNS가 우리 일상을 위협할 수 있을까? 영화 ‘서치’가 신선한 진짜 이유
  • 전인수
  • 승인 2018.09.28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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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아니쉬 차간티
출연 존 조(데이빗 킴) 데브라 메싱(로즈메리 빅 형사) 미셸 라(마고 킴) 조셉 리(피터)
사라 손(파멜라 킴) 도미닉 호프만(마이클 포터) 스티븐 마이클 아이히(로버트) 등
 
※스포가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다양한 면모를 다룬 ‘서치’의 인기 요소는 분명 형식적 신선함과 흥미로운 소재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니터를 스크린으로 확장시킨 형식의 독특함은 이미 ‘언프렌디드: 친구삭제’(Unfriended, 2014)에서 선보인 바 있고 소재면에서도 SNS를 다룬 영화는 적지 않은 편이다. 관객들이 ‘서치’를 새로운 영화라고 느꼈다면 어떤 요소 때문이었을까. 단순히 형식적 독특함과 소재의 신선함이 아니라면 관객들은 영화의 어떤 점에 매료됐을까.
 
SNS의 역기능에 집중한 기존 영화들
SNS의 속성을 차용해 영화의 형식적 요소에 적용한 사례는 ‘언프렌디드’ 뿐만은 아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지난 2010년 SNS의 시초가 된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 2010)’를 선보였다. ‘소셜 네트워크’는 언뜻 형식상 새로운 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감독이 영화의 주제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인물들의 변화를 그려내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세계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의 이미지를 포착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상은 SNS를 탄생하게 하고 열광한 우리 시대의 에피스테메를 잡아내려고 하는 시도이다. 어느 누군가의 독특한 발명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새로운 문화적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또한 페이스북을 고안한 마크 저커버그의 동기와 현실의 세계와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성격과 태도는
SNS를 사용하고 즐기는 동시대적 감각과 상응하면서 이 시대의 초상을 만들어낸다. 감독은 영화의 내용, 카메라, 편집 등 모든 요소에 SNS의 리듬감을 이식해 SNS화 된 세계를 모방해냈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은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기존에 SNS를 다룬 영화들 중 내용 면에서 인상적인 작품은 ‘디스커넥트’(Disconnect), 2012, ‘멘, 우먼 & 칠드런’(Men, Women & Children, 2014), ‘소셜 포비아’(Socialphobia, 2014)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대체로 이들 영화들은 SNS가 가지고 있는 역기능에 집중하면서 가볍고 허위적인 온라인상의 삶이 우리 본연적인 문화와 인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범죄와 이어지거나 가정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캐릭터의 도구로 SNS가 사용된다.
 
정말 SNS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질문이다. 반면 영화는 계속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통의 빈 공간을 치유할 수 있는
따뜻한 인간의 본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려 한다. 세상에 대한 영화의 반응과 영화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너무나 익숙해서 사실상 그리 오래 생각할 만한 것은 못 된다.
 
대체로 낯선 것들은 흥분을 안겨 주는데 첫 번의 반응이 끝나고 나면 우리 곁의 새로운 것들이 정말 무엇인지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모든 새로운 것들을 유사한 과정을 거쳐 받아들인다. 새로운 사람, 문화, 환경, 기술 등이 그렇다. SNS가 바꾸고 있는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잠시 우리에게 위기감을 던져주지만 우리 본질 자체는 크게 훼손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 영화가 보여주는 민감성은 언뜻 호들갑으로 느껴지고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서치’가 갖고 있는 태도는 조금 다르다.
 
 
도구가 된 SNS
‘서치’는 실종된 딸의 SNS 계정을 이용해 그의 행방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SNS는 애초에 주인공이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딸과 관련된 진실을 알아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더 나은 관계를 추구하게 된다. 영화는 주인공의 추리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답이 나와 있는 수학 풀이를 보여주듯 매우 솔직하고 논리적으로 전개한다. 
 
딸의 SNS에 접속한 주인공이 실종된 딸의 행방을 찾던 중 자신이 몰랐던 딸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것이 공식의 첫 단계다. 이후 주인공 데이빗 킴은 SNS를 통해 딸의 행적에 대한 단서를 확보하기 시작한다. SNS 상에 그의 딸 마고가 자기와 함께 있다고 허세를 부리는 남학생을 만나게 된 데이빗은 그를 찾아가 폭행을 하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모두 인터넷 화면상으로 생중계 한다.
 
감독은 누군가가 찍은 영상을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SNS와 온라인상의 수많은 콘텐츠들이 자의적의 해석과 대상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의견만을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온라인 관계들이 현실을 얼마나 크게 왜곡할 수 있는지도 폭로한다. 즉 SNS가 우리 현실과 관계를 위장하고 악의적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서치’는 SNS가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공포에서 온라인 문화라는 편리한 적을 상정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SNS에 대한 일방적인 가치판단을 자제하고 그것을 도구의 기능으로 제한한다. 주인공 데이빗이 딸의 범인을 찾게 되는 것도 실상 SNS 사회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데이빗은 몇 번의 시행착오와 인터넷 공간에서의 끈질긴 추리를 통해 진짜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고 실종된 딸도 구해내고 만다.
 
 
우리가 상상한 공포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 보다는 기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 보다 편리한 일이다. 공포 역시 이 같은 회피의 기전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 우리는 자주 과잉된 적과 공포를 생산해낸다. 우리가 뜨겁게 소통하지 못한 탓을 애꿎은 기술과 SNS을 탓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공포를 생산해낸다. SNS가 없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얼마나 뜨겁게 소통했을까. ‘서치’는 우리를 괴롭히고 서로 간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편리한 외부 세계의 방해 요소라는 주장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영화다.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문화가 우리 본성을 뚫고 들어와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게으름과 무관심, 몰이해가 새로운 도구를 이용할 뿐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막연한 공포나 편리한 접근 방식을 택하지 않은 ‘서치’는 영리한 영화다. 아마도 이러한 태도야 말로 ‘서치’의 가장 신선한 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영화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들도 이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낙관적 입장을 취한다. 세상에 대한 긍정적 시선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념에 단단히 결부 돼 있어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공포는 실망과 연결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은 것을 공포스럽게 여기려고 하는 마음에는 반대로 그것들이 세상을 충분히 바꿔놓지 못했다는 실망의 감정도 포함하고 있다. 매일매일 SNS를 들여다보아도 우리의 일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가 알게 됐다. 낯선 사람에게 대화 신청이 오고 친구가 늘어나고 하트 수가 수백 개가 되어도 결국 우리는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허탈한 깨달음이 어쩌면 공포를 조장하는 것일 수 있다. 혼자 방안에서 절망하는 것보단 공포스러운 일이라도 일어나는게 어쩌면 더 나은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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