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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4시간의 색다름 “어려운 이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
오세훈… 4시간의 색다름 “어려운 이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
  • 김준현
  • 승인 2019.03.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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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후보와는 행사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그가 뱉은 첫마디에 청중들이 웃었다. 지난 31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신간 미래-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의 출판기념회가 개최됐다. 성대하게 치러진 황교안 전 국무총리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출마선언식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정재계 인사들은 유력 정치가 행사의 단골손님이다. 그런데 이날은 정계인사라고 꼽기도 민망한 자유한국당 당원 몇 명만이 보일 뿐이었으니 그 웃음이 이해가 갔다. 대신 남은 자리는 온통 젊음으로 칠해졌다. 대학생들 위주로 참관 신청을 받았다는 사회자의 말에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개회사에서 조금 색다르게 준비했다며 북핵에 관한 그리고 자신의 출마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개진했다. 4시간가량 진행된 강연의 핵심은 희망이었다. 그는 작금의 가장 큰 문제로 희망의 부재를 말했다. 현재보다 10년 뒤, 나보다는 내 자식이 잘살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는 성장의 큰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그는 계층이동사다리를 언급하며 당권을 잡게 된다면 이에 대한 문제를 당 차원에서 반드시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자유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위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오세훈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직접적인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연 중간 중간 자신의 정책 비전과 공약 등을 밝히며 당권에 대한 야심을 내비쳤다. 그는 1주일 뒤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미래-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

31일 발간된 미래5-10년 뒤 가까운 미래에 어떤 정책적 준비가 필요한가 하는 그의 고민을 담았다. 여기서 색다른 점 하나가 있다. 보통 정치인들의 자서전은 대필 작가가 존재한다. 고민의 깊이와 필력이 부족하니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작가에게 대필을 시킨다. 오 전 시장은 308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오롯이 본인의 힘만으로 엮어냈다고 전했다. 그런 만큼 그의 강연에서 느껴지는 진중함과 깊이는 남달랐다. 특히 북핵에 대한 그의 생각은 결연하다 못해 냉혹했다. 북 핵 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핵 폐기가 불가한 것이 현실이라면 그것에 맞춰서 정부와 당의 대북정책이 변화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서 아무래도 그는 지나치게 친절한 저자임이 분명해 보였다. 책을 보게 하려면 궁금증을 자극해야하는데 책의 모든 내용을 그 자리에서 다 말해버렸으니 저자로서 미달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강연이 널리 퍼져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나치게 친절한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왜 어떤 나라는 잘 사는데 어떤 나라는 못 사는가.” 그는 유대인을 언급했다. 상인정신의 뿌리 유대인. 탐욕스러워 보일 수 있는 이기적인 인간상이지만 오늘날 전 세계적인 경제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은 탐욕이다. 네덜란드에 머물던 유대인은 동인도 회사 설립에 주된 역할을 했다. 그들은 항해를 위해 주식을 발행했고 벤처(venture)’라고 하는 초기 기업 형태를 만들었다. 부의 창출은 기술과 기업이 한다. 현재의 기업은 과거의 유대인과 다를 바가 없다. 기업은 탐욕스럽다. 또한 경제는 현실이기에, 이기적인 인간의 욕구가 부딪히고 갈등하며 빚어내는 경제현상은 부를 창출했다. 오 전 시장은 서구산업의 발전을 개개인이 각자 잘살기 위해 도전하고 모험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도전에 성공한 경우에는 부를 만들어내고 실패한 경우에는 실패한 경험이 사회에 더해져 역동적인 분위기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상적인 이데올로기가 현실에 앞서면 경제는 질식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는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 그래야 효율이 극대화된다며 남이 벌어놓은 것을 나눠받는 사회는 쇠퇴한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과도한 복지예산과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아울러 한명 한명의 경제주체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될 때 경제는 발전한다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궁극적인 목표라고도 했다. 국내 경제가 급전직하하고 일자리 대참사가 벌어지는 이유를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봤다.

핵 개발 담론의 가능성 외교정책에 이용해야

강연장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에 퍼거슨 보고서가 떠올랐다. 미국의 과학자연맹회장이 2015년 내놓은 보고서로 한국의 핵무장가능성에 대해 다룬 것이 특징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서면 잠시 국제적인 제재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의 높은 경제력은 지속적인 제재를 억제한다. 세계 20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북한과는 달리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한국에게 경제제재를 마냥 지속하기에는 세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주지하듯, 핵무기 제조는 고도의 첨단과학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6개월에서 1년이면 핵 개발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또한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에는 적대국이 핵을 개발하면 당사국도 핵 개발을 용인한다는 규정이 있다. 오 전 시장은 외교정책에 핵 개발의 가능성을 상존시킬 것을 주장했다. 퍼거슨 보고서는 한국을 핵 개발 능력이 충분하고 그를 뒷받침할 경제력도 있는 국가로 보고했다.

이 담론의 핵심은 외국에 한국의 핵 개발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데 있다. 개발을 본격 진행하자는 것이 아닌 개발하는 이 해당 담론의 골자다. 미국 외교계의 살아있는 전설 헨리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면 한국도 반드시 수준을 똑같이 맞추려고 노력할 것이고, 일본 또한 이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을 우려했다. 외교를 힘의 논리라고 말하는 그에게 북한보다 강한 국력을 갖춘 한국의 핵 보유는 일견 당연해 보일 것이다. 대통령 취임 전 트럼프는 한국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오 전 시장은 핵 개발을 하자는 게 아니다. 좀 더 융통성 있는 외교 전략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핵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외교정책의 다각화를 추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핵 개발담론은 오 전 시장 이전에도 여러 정치인들이 건의했던 안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 안을 논의한 적은 전무했다. 이를 지적하며 공론화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 전 시장은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정책

오 전 시장은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양쪽()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부실하고 무능한 외교가 한국외교정책의 현주소라며 원교근공(遠交近攻)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점증하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친미정책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원교근공의 외교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으로 한미일 삼각 안보 공조를 주장했다. 이어 정부차원에서 국민을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이러한 행위가 국익에 대치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민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의 특성상 한일관계가 새로이 정립되는 데에는 지난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도 이를 의식한 듯 한일관계는 서두르지 말고 서서히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1인가구변화하는 사회 변치않는 정부: ‘갈라파고스 정책

통계청에 따르면 20171인가구는 562만 가구다. 전체 가구의 28.6%수준이다. 2000220만이었던 1인가구가 17년 만에 2.5배 폭증한 것이다. 1인가구의 증가와 독거노인의 증가가 이유로 꼽힌다. 점증하는 1인가구의 수는 단순한 통계에 그치지 않고 경제, 부동산, 문화 등 전반적인 국내지형을 뒤바꾸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낡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강한 부동산 규제책으로 가격은 잡았지만 올바른 부동산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1인가구의 증가에 발맞춰 소형 스튜디오, 유닛 주택과 같은 작은 주택이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인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8.6%1인가구는 꾸준히 증가해 2030년에는 33.3%, 2040년에는 35.7%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은 사회 수요에 부합해 변화하고 있다. ‘사일로 이펙트에 빠진 정부만이 사회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엉뚱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오 전 시장이 추진한 마곡지구개발을 끝으로 서울의 유휴택지는 고갈됐다. 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대책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을 꼽았다. 아울러 노령인구가 증가하는 것에 맞춰 노인 친화형 주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인의 활동성에 맞게 시스템과 인테리어를 바꿔 친()노인 주택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춰 시작했던 뉴타운정책은 박원순 시장이 집권하면서 폐지됐다. 저출산고령화비혼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청년층의 특질을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그는 지금 펼쳐지고 있는 부동산 정책은 일시적 해결책에 불과하다며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한 장기적인 부동산 정책을 주문했다.

 

가진 자의 이름 노조짙어지는 음영

한국은 지난 해 30-50클럽(인구 5천만이상과 1인당 GDP3만불이상의 국가)에 세계 7번째로 가입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다는 진리는 한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위 10%의 연봉은 6607만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평균연봉이 6521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종사자의 상당수가 상위 10%에 속한다. 오 전 시장은 대기업공공기업 노조의 대부분은 민노총이라며 전 국민이 민노총의 양태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노총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 다시 파업을 예고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자유한국당의 철학이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가진 자의 정당이라는 손가락질에서 벗어나 굳은 각오를 다지며 민생정당으로의 변모를 설파했다. ‘어려운 이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 가난한 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가난을 대물림하는 구조를 변혁시키겠다는 그에게 색다름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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