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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이기제작소 김상수 대표 “천비조각도, 세계 최고의 기술임을 자부합니다”
동방이기제작소 김상수 대표 “천비조각도, 세계 최고의 기술임을 자부합니다”
  • 정희
  • 승인 2019.04.17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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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비(天飛)조각도. 이름 그대로 하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조각도’이다. 국내 유일의 전문조각도 제작사인 동방기제작소에서 만들어 내는 조각도의 브랜드다. 40년 가까이 예리한 조각도를 만들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김상수 대표.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대패 만드는 일에 발을 들인 후 이제는 그의 천직이 되었다. 일반인들은 ‘천비’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내로라 하는 무형문화재, 예술 장인들은 이 천비 브랜드만을 고집한다. 칼에 관한 한 장인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조각도를 뛰어넘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영국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이러한 뛰어난 기술력과 장인정신 덕분일까? 동방이기제작소의 김상수 대표는 제46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으며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았다.
 
일본 제품력 이긴 조각도의 뛰어난 기술력
‘이기(利器)’는 ‘썩 잘 드는 연모’, ‘아주 날카로운 병기’라는 의미다. 다양한 목공예에는 정교한 조각도가 많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관련 제품이 별로 없었고, 있더라 하더라도 일본 제품의 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김상수 대표가 이 일에 뛰어든 이후, 이제 국내 목공예 장인들은 더는 일본 제품을 쓸 필요가 없었다. 특히 민족혼을 사랑하는 예술인들이 일본 제품을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술이 뛰어나니 어쩔 수 없이 사용했던 것. 김상수 대표가 만들어 낸 천비조각도가 세상에 나타난 이후, 이제 일본 조각도는 그 위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동방이기제작소 김상수 대표
동방이기제작소 김상수 대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목수의 기술과 열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지, 연장의 중요성을 간과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연장이 얼마나 뛰어난 절삭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기도 합니다. 특히 복잡하고 세심한 목공예의 그 모든 과정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뛰어난 조각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절삭력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기위해 필요한과정이 강한쇠와 무른쇠를 복합시키는 기술입니다. 옛 대장간에서 만드는 과정은 여러명(3~4명)이 함께해야함에도 불량률이 많이 난다는 단점이 있어서 고심 끝에 맞춤형 압연로라를 개발제작하여 긴시간 착오 끝에 현재에 이르렀으며, 복합판을 직접생산하여 조각도, 피혁도, 접목도외 다수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상수 대표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삼각도’의 개발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각의 모양으로 정확하게 60도를 이루는 이 삼각도는 조각도 중에서 제일 만들기 어려운 젓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튼실한 열처리 과정을 거치는 것은 물론이고 안쪽은 강한 쇠를, 바깥쪽은 무른 쇠를 사용해야만 한다. 제작 과정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각도를 만든다는 업체가 있어도 이 삼각도까지는 도저히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숱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막상 두 종류의 쇠를 접합해 성공했다 싶으면, 연이은 열처리 공정에서 불량이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기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자 불량률이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1,000개를 만들어도 불량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습니다.”
 
김상수 대표의 뛰어난 기술력이 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서 “제발 천비에서 이런 제품 좀 만들어달라”는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필요한 맞춤형 조각도를 만들 때도 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 봐야 돈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 대표는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조각도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이 바로 ‘이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동남아 판매 경로 확보
그가 처음 관련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형 때문이었다. 공대에 가기 위해 재수를 하고 있던 시절 형은 대패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날을 직접 만들지는 못해 대장간에서 날을 사 와서 조립해서 완제품을 파는 수준이었다. 날을 만들어 내는 원천기술이 없으니 들이는 노력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 형의 푸념을 들은 그는 “그럼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이후 시험공부를 그만둔 뒤 그는 철공소에 취직해 쇠의 특성과 열처리 기술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 서대문에서 본격적으로 연장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여기에 또 다른 형까지 가세해 3형제가 일에 몰두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대패와 목공용 끌을 만들었지만,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새롭게 눈길을 돌린 곳이 바로 조각도였습니다. 1980년도에는 일본의 가정용 불단을 국내 업체들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인건비가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한국 장인들의 솜씨가 인정받으면서 조각도는 말 그대로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습니다.”
 
 
물론 한때 어려운 적도 있다. 1997년에 벌어진 IMF사태는 조각계에도 불어 닥쳤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함께 해왔던 30명의 기술자를 모두 내보낼 수도 없는 처지였다. 결국,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인력을 유지해왔고 더 기술개발에 전념한 것이 나중에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이후 그는 가죽칼과 구두칼에도 손을 댔고, 여기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그 어려운 조각도를 만들어 내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니 가죽칼과 구두칼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불량이 지나치게 많아 한때는 함께 일하는 기술자들이 보는 앞에서 1,000개의 제품을 모두 불태우면서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특히 형님들이 별도의 사업을 하기 위해 분리되면서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사업을 감당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사실 특별히 개인적인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가 되자는 다짐을 늘 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발한 제품이 목선반 칼입니다. 이제까지는 주로 영국 제품을 많이 사용했지만, 이제 천비의 목선반 칼이 나오면 더 이상의 수입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2달 정도면 충분히 완성될 수 있습니다.”
 
 
 
그가 기술에서만 장인은 아니다. 지난 2002년 파주 로터리 클럽 회장직을 맡은 이후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지역 주민들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김상수 대표에는 앞으로 두 가지 목표는 꼭 이루고 싶다고 한다. 하나는 작두와 기능성 휴대용 낫의 대중화다. 특히 낫의 경우 양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 제품들보다 견고하고 휴대하기가 간편하다. 또 하나는 천비 조각도의 세계화이다. 최근 동남아로의 수출 경로를 뚫었으며 그 전망도 매우 밝다. 특히 이러한 세계화의 과정에서 첫째 아들의 합류가 무척이나 반갑다. 현재 중국 교통대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는 아들(김도현 과장)이 가업을 잇겠다는 뜻을 밝힌 것. 또 그의 부인 박진희 여사 역시 현재 ‘아울공방’의 대표를 맡고 있는 공예작가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똘똘 뭉쳐 국내 조각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김상수 대표. 그의 브랜드 ‘천비’처럼, 앞으로 전 세계의 하늘을 날 수 있는 뛰어난 제품이 계속해서 생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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