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의 뿌리인 태고종의 역사와 전통의 대중화에 힘씁니다”
“한국 불교의 뿌리인 태고종의 역사와 전통의 대중화에 힘씁니다”
  • 정하연
  • 승인 2020.09.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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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불교태고종중앙회 전국신도회 배석영 회장

우리나라 불교의 뿌리는 어디일까? 일반인들은 대체로 가장 많이 들어본 ‘조계종’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태고종’이라는 이름의 불교 종단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석가세존 제57대손인 태고보우국사(太古普愚國師 1301~1382)는 고려 말의 고승이었고, 오늘날 태고종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태고종의 사찰은 전국에 3,400개, 스님이 11,000명으로 신도는 400~5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 기관으로 치면 도청에 해당하는 종무원도 전국에 30여개에 이른다. 이는 조계종 사찰 2,000개, 스님 6,000명을 압도하는 많은 숫자이기도 하다. 지난 7월 17일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시도교구종무원장 회의에서 전국신도중앙회회장으로 배석영 회장을 임명했다. 배 회장은 지난 30년 간 국내 광고업에 투신해 사업을 영위했으며, 그간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역할과 오랜 정당 생활을 해왔다. 그는 태고종의 옛 영광을 찾기 위해 회장직을 흔쾌히 수락했다. 배석영 회장을 만나 태고종에 대한 궁금증과 향후 신도회의 운영방안에 대한 대담을 나누었다. 

 

(사)한국불교태고종중앙회 전국신도회 배석영 회장
(사진= 정혜정 기자)

조계종도 태고종에서 분리된 종단
태고종이 다른 여타 종단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이라면 대처승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즉, 스님도 결혼생활을 허용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일도 가능하다. 재가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침은 보다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불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초기 종단의 발전에서 걸림돌이 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한 사찰을 찾았는데, 그곳이 바로 태고종 사찰이었던 것. 그런데 그곳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자 의아하게 여겨 스님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저는 스님이지만 결혼을 했습니다”라고 답했고,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스님이 결혼하면 스님이냐?”라는 말을 했고, 이 사건이 발단이 되어 종교법이 생겨났다. 이후 대처승을 인정하는 태고종은 서서히 주류 종단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행정적인 규제와는 다르게 태고종의 뿌리는 오늘날에도 면면이 살아있다.
“대중들이 많이 알고 있는 조계종도 사실은 애초 태고종에서 분리된 종단입니다. 지금도 조계사 건물의 등기를 떼어보면 ‘태고 조계’라고 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태고종의 산하였다는 의미입니다. 또 불교의 영산제 역시 무형문화제 50호와 유네스코에 등록된 것 역시 태고종의 것입니다. 지금도 다른 종단에서 승무를 하려면 우리 종단의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명하신 성철 스님 역시 과거 결혼을 하셨습니다. 태고종에서 불교 생활을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태고종이 불교 종단의 메인에서 잊혀진 것은 그만큼 거리와 정치를 두려고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힘을 활용해 종단의 사세를 확장하고 영향력을 미치기 보다는 조용히 수련에 집중하다보니 그 결과 실질적인 신도는 많으면서도 그만큼의 영향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합니다. 앞으로 신도회 회장직을 하면서 태고종이 불교의 뿌리로서의 진면목을 대중들에게 알려나갈까 생각합니다.”
배석영 회장이 태고종 신도회장이 된 것은 매우 우연한 기회였다. 배 회장 이전에 신도회장을 맡은 사람은 3성 장군 출신이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채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더 이상 신도회장을 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전 총무원장님께서 “신도회장을 맡아달라”고 말했지만, 배 회장은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이 그런 직분을 수행할 수는 없다”라고 정중히 고사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부탁과 함께 태고종을 알아갈수록 지금과 같은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종단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대처승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자, 기존의 ‘스님-신도’로 단절된 구조보다는 ‘스님이 신도이고 신도가 스님’인 대처승 제도가 오히려 현대 사회에 더욱 알맞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봉사와 헌신 위해 재정 확충 필요
“제가 신도회장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은 최소한 종단끼리의 대등하고 평등한 발전이며, 그에 기반한 화합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같은 불교 내부에서 ‘내’가 있고 ‘너’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나라를 위해 합심하고 극락세계를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서는 함께 정진을 해야 합니다. 다만 지금은 저희 태고종이 그 뿌리와 역사에 비해서는 다소 열악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도수는 많다고 하지만, 단합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신도회장으로서의 제가 신도의 힘을 규합하고 다른 종단들과의 협력을 해내는 것이 제 인생에 남은 마지막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배 회장은 지허스님으로부터 ‘금천(金川)’이란 법명을 받았다. 또 지허스님을 볼 때 느끼는 그 고고한 기풍으로 인해 태고종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불교에 대한 공부가 그리 많지 않아 내년에는 동국대에 등록을 해 좀 더 깊은 불교 공부를 할 예정이다. 
최근 배 회장은 우리 사회의 분열된 모습에서도 많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한다. 나라가 힘들수록 국민들이 단결을 해야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기 떄문이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져 이렇게 극단적인 대립을 했는지 저로서도 매우 의아한 부분입니다. 우리 국민이나 국가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수도 진보에 협조해야 하고, 진보도 보수에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국민들마저 분열되면 안 된다고 봅니다. 분단된 나라에서 남북의 평화를 주장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하나가 되고 평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정치가 잘 되어야 나라도 잘 되고 국민도 먹고 살기 편한 법이다. 하지만 이런 상태라면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아니면 ‘적’이라는 인식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 이전에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종단만이라도 이런 분열을 단합하는 초석이 되고자 합니다.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태고종이 이 사회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배석영 회장은 향후 태고종의 열악한 재정 상태도 개선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비췄다. 물론 이는 종단의 재정을 살찌운다는 개념 보다는 십시일반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돕기 위한 것이다. 어쨌든 재정이 있어야 봉사와 헌신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신도의 숫자에 걸맞는 사회 봉사활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향후 배 회장은 종단에서 발행하는 불교신문의 위상 역시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비추고 있다. 

선암사 지허종정스님 예방 호명 총무원장 스님 동행(사진= 제공)
선암사 지허종정스님 예방 호명 총무원장 스님 동행
(사진= (사)한국불교태고종중앙회 전국신도회 제공)

자비심이 결국 세상을 구해
“한 사회에서도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종단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신문이지만, 불교에 국한된 내용만 싣지 말고, 개방된 불교,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의 불교로서의 위상을 통해서 개구리 우물안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유투브도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많은 대중들과 신도들이 ‘아, 이제 태고종도 변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면 합니다.”
배 회장은 향후 신도회장으로서 어깨가 무겁기는 하지만, 자신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기꺼이 그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신도회장으로 신도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했다. 
“어떤 스님이 기독교와 불교의 차이에 대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에게 빌어서 복을 받는 것이고, 불교는 내가 스스로 빌어서 복을 받는 것이랍니다. 복을 받고 싶은 마음은 똑같고, 그것을 위해 비는 것도 똑같습니다. 다만 누구에게 비는가가 중요하겠죠. 그런 만큼 불교는 수행이 무척 중요한 종교입니다. 어느 종교든 심취해서 은덕을 바라기 보다는 내 마음의 평온을 위해 종교를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다가 불자로서 세상에 대한 자비심을 갖춘다면, 그것이 바로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가정과 사회,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이 불교 신도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석영 회장은 한경직 목사에 대해서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 한 목사님의 방을 찾았더니 한 겨울에도 냉방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이렇게 추운데 사시냐고 물었더니 “신도님들이 내신 십일조를 내 몸 하나 덥히겠다고 쓰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배 회장은 이러한 한경직 목사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와 종교간의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이런 다른 종교인도 존경할 수 있는 진심어린 마음이기도 하다. 배석영 신도 회장이 이끄는 태고종이라면, 충분히 우리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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