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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희망, 혹은 섣부른 기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희망, 혹은 섣부른 기대
  • 박경민
  • 승인 2020.12.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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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
(사진= unsplash)

 

‘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일부 국제 사회의 반응이다. 이 말은 희망과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 4년간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만들어 왔던 분열과 차별, 배제와 폭주의 시대가 끝나고 다시 새로운 시대가 올 것에 대한 기대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물론 바이든의 정치적 성향은 트럼프와는 확실히 다르다. 토론과 합리성에 기반한 민주당에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훈련을 받아왔고 정치적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그는 어쨌든 ‘초강대국과 세계 패권을 원하는 아메리칸’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희망도 있겠지만, 아무리 해도 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는 법이다.

 

▲ 북한 비핵화 =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평화의 문제가 무엇보다 관심의 1순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어 놓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바이든은 ‘인권’의 문제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는 바이든의 특성이라기보다 미국의 정치적 지향점이기도 하다. 실제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를 두고 ‘살인자, 폭력배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따라서 바이든이 서둘러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할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매우 엄밀하게 인권의 잣대와 철저한 비핵화 계획표에 따른 북한의 준수 여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트럼프가 보여주었던 ‘격동의 역사적 현장’과 같은 장면은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구나 현재 미국과 UN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제라는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먼저 서둘러서 대화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오히려 바이든이 그렇게 했다가는 공화당의 공격을 받을 것이 뻔하다. 따라서 최소한 북한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남북 관계에 있어 남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거나  권한을 이양하는 일, 혹은 미국 자신이 먼저 나서는 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 중국 무역 마찰 = 중국과의 무역마철 역시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다. 계속 되는 무역분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하고 다자주의 무역을 황폐화시켰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이런 부분에서 희생양이 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바이든은 분명 트럼프와는 태도가 다를 것이 명백하다. 미국이 비록 패권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비신사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국제 사회에서 트럼프가 원성을 들어왔다는 점에서 바이든은 매우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과 ‘화합’을 추구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미국의 목표는 세계 제1의 초강대국이며, 경제적으로는 이제는 ‘자국 중심주의’일 수밖에 없다. 다만 트럼프는 이를 대대적으로 내세워 애국심을 자극했을 뿐이고, 바이든은 보이지 않는 방향에서 추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면 할수록 이에 대한 바이든의 견제는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목표는 미국을 꺾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것이고, 미국이 이를 용납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 인종차별 =미국내 유색인종들이 바이든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인종차별 문제의 해소이다. 선거 전에 많은 시위를 만들어 내며 반(反) 트럼프 정서를 유발한 것 역시 인종차별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인종차별를 공공연히 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단결시켜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인종차별은 트럼프의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이다. 역시 바이든에게 이럴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다. 애초에 민주당의 성향 자체가 그랬거니와 바이든은 이 부분에서 크게 실수한 부분이 없다. 무엇보다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바로 흑인여성이다. 일부에서는 명백한 ‘흑인’이라기 보다는 ‘비(非)백인 여성’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섬세한 여성의 감수성으로 인종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미국의 뿌리깊고 구조적인 인종차별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대통령은 끊임없이 인종에 대해 관대한 메시지를 전파하겠지만, 일상의 직장에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뿌리내린 그 차별적 시선과 대우가 바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여전히 경찰은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해서 적대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실제 그들의 현장 경험에서 미국에 있는 독일인이나 영국인이 경찰에 거칠게 반항할 일은 없다. 거의 대부분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들을 거칠게 대하는 경찰의 태도가 변하기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제 미국은 과거 트럼프 시대와는 다르게 겉으로 인종차별을 부추기지는 않겠지만, 은밀하고 보이지 않는 현장의 영역에서는 인종차별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 코로나19 = 미국의 가장 당면한 문제는 코로나19이다. 이제 하루 감염자가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폭증의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물론 이는 초기부터 상황을 방관한 트럼프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책임은 바이든이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 역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지 않은 지금부터 벌써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 문제가 얼마나 급박한지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이 코로나19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희망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만, 정말 싸워서 이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기는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고 의학의 영역이며, 시민들이 각종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는 한 코로나19의 감염확산 사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는 완전히 검증되고 확실하게 효과가 있는 백신과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고는 바이든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물론 바이든은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며, 관련된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할 것이지만, 현실의 비참함을 일순간에 제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 분열의 상처 = 이번 미국 대선은 끝났지만, 남은 것은 선거 기간에 생긴 분열의 상처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다. 바이든 역시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틀림없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표면적인 문제는 잦아들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받은 지지표이다. 그는 역대 가장 많은 득표수를 기록한 낙선자이다. 만약 트럼프가 정치 무대를 떠나지 않고 자신의 발언을 계속 이어나가거나 혹은 4년후 다시 대선에 도전한다면 7천만 명이라는 미국인들이 또다시 그를 바라보며 지지를 할 수가 있다. 그때부터는 ‘바이든 이후의 새로운 악몽’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희망을 꿈꾸고, 그 희망을 위해 노력해야하겠지만, 바이든과 미국인들이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그저 희망을 꿈꾼다고 해서 낙원이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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