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위원장이 빠진 3가지 딜레마
김종인 위원장이 빠진 3가지 딜레마
  • 정하연
  • 승인 2020.11.25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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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위기이고, 비대위 지도력이 한계를 보였기 때문에 새 출발이 필요하다.” (5선 조경태 의원)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은 동지들(무소속 야당의원)을 6개월 넘게 방치하는 것은 정치를 떠나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3선 장제원 의원)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본격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본질적인 이유는 하나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가올 재보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도 그들과 마음이 다르지는 않다. 말 그대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은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이를 성공시켜내지 못하면 치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옥죄는 것은 바로 ‘3가지의 딜레마’다. 과연 그는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진= 국민의힘)
(사진= 국민의힘)

외연을 확장하려니 지지층에서 외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다가오는 서울 및 부산시장 선거는 ‘소멸이냐 회생이냐’는 절체정명의 순간이다. 단순히 정치적 생명에 타격을 입는 수준이 아니다. 말 그대로 ‘소멸’의 가능성까지 있다. 물론 선거에서 지더라도 여전히 제1야당이며 국회의원의 수는 1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지면 대선에 대한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당은 분열하고, 제대로 된 대선후보를 내기도 쉽지 않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사상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벌써부터 김종인 체제에 파열음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이러한 분열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 위원장이 처한 첫 번째 딜레마는 ‘외연확장’에 관한 것이다. 그는 중도층까지 아울러야 앞으로의 선거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중도층에게 어필할 만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바로 이런 정책들이 기존 보수층의 외면을 받는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26일 김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4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을 때였다. 주변에 있던 한 보수지지 인사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빨갱이가 왔다!”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흔히 ‘빨갱이’라고 하면 진보좌파, 여당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보수 우파의 수장을 ‘빨갱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이는 김종인 위원장이 처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과거의 발목잡기 정치에서 벗어나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고 싶어 했다. 공정경제 3법을 추진하고 기본소득을 말하는 것도 바로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선이 오히려 보수층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 경북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10월 중순 지지율은 32%. 그 전주인 47.4%보다 무려 15.4%나 하락한 수치다. 외연을 확장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내부의 보수층으로부터 외면받는 현실. 바로 이것이 김종인 위원장이 처한 첫 번째 딜레마이다. 
두 번째 딜레마는 ‘새 인물’에 대한 것이다. 그간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각종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경을 뚫고 나와 마침내 국민을 위해 우뚝 선다는 스토리가 풍부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러한 감동적인 스토리에 참여를 예약하고 있다. 

새 인물을 찾으려니 내부에서 반발
문제는 국민의 힘에는 이런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은 계속해서 당 내부가 아닌, 당 외부에서 새 인물을 찾으려고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속해서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김 위원장은 그때마다 ‘부산시장감이 아니다’, ‘안철수 씨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등, 계속해서 기존의 인물들을 부정하고 나섰다. 어쩌면 그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바로 이런 판단으로 인해 기존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반발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이 역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이 홍준표 등 지난 선거에서 당의 공천에 반발, 탈당한 인물을 받아들이지 않는 점도 이런 딜레마의 한 축이다. 과거의 인물들이 다시 들어와 목소리가 커지면 ‘도로 새누리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처한 마지막 딜레마는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다. 재보선 선거 너머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만약 다가오는 재보선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를 하게 되면 곧바로 시선은 대선으로 옮겨가고 ‘누가 유력한 대선 주자인가?’에 관심이 쏟아지게 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을 되살려낸 인물’인 자기 자신이 가장 적합한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기 정치의 딜레마’가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물론 그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듣기에는 왠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도 국민의힘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람은 김종인 위원장 그 자신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자기 정치를 완벽하게 부인할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비대위 출범 초기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내부의 분열을 잘 극복하고 당을 안정세로 접어들게 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기 퇴진’에 대한 압박마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런 모습은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잘 증명하고 있다. 필요할 때는 잡아두지만, 필요없을 때는 망설임없이 놓아버리는 비정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노련한 정치인인 김종인 위원장이 이런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그는 비대위를 맡을 당시부터 지금의 상황을 예상했을 수도 있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처음부터 ‘자기 정치’를 해왔을 수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딜레마 속에서도 당분간 김 위원장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에 떠밀리듯이 위원장직을 떠나게 되면 그의 정치적 생명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마지막 딜레마가 또 하나 숨어있다. 그가 버티면 버틸수록 기존 친박계열의 중진들과의 분열이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정치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현재 김종인 위원장이 처한 상황은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역시 ‘소멸이냐, 회생이냐’의 갈림길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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