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은 중국의 ‘한국 문화 가로채기’
도를 넘은 중국의 ‘한국 문화 가로채기’
  • 정하연
  • 승인 2021.04.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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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국 문화의 것이라 우기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김치는 물론 한복·판소리·한글까지 중국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 왜곡의 사례는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문화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북공정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东北边疆历史与现状系列研究工程)줄임말로, 고구려와 발해 등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우리나라 역사를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려는 프로젝트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 영토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중국은 영토뿐 아니라, 우리 전통 문화 유산에 대한 역사 왜곡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배추를 버무리고 있는 중국 유튜버 리즈치(사진=유튜브 캡처)
배추를 버무리고 있는 중국 유튜버 리즈치(사진=유튜브 캡처)

김치 공정에 이은 삼계탕 공정

지난 1월부터 논란이 된 것은 중국의 김치 공정이다. 사건의 발단은 먹방 유튜버 햄지(Hamzy)’가 올렸던 우렁쌈밥먹방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다. 네티즌은 영상에 쌈 문화가 자신들(중국)의 것이라고 우기는 영상을 보고 화가 났는데, 햄지가 쌈을 싸 먹는 영상을 올려줘서 기쁘다라는 댓글을 달았고, 햄지는 해당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은 햄지를 비판하며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해 햄지는 김치는 한국 음식이라며 중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김치를 중국 음식이라고 말해야 한다면 중국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소신 있게 발언했다.

반면, 중국 유명 유튜버 리즈치(李子柒)’는 김치를 중국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영상은 직접 배추를 수확해 절인 후 고춧가루 등을 넣어 김치를 담그는 것이었다. 중국의 검색엔진인 바이두 백과사전도 김치는 중국 남서부 지역에서 유행하는 유산균 발효 식품의 한 종류이며, 한국의 김치에 중국 유교 문화의 깊은 흔적이 있다.”고 정의한다.

김치에 이어 삼계탕도 중국 음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바이두 백과의 삼계탕 항목을 보면 도입부부터 고려인삼과 영계, 찹쌀을 넣은 중국의 오랜 광둥(廣東)식 국물요리로 한국에 전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궁중 요리의 하나가 됐다고 나온다. 전문가들은 광둥성 남부에서 돼지고기를 넣은 국물 요리 등이 있는 것을 고려해 삼계탕 공정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바이두 백과는 한국인들이 복날 삼계탕을 보양식으로 즐긴다고 했지만 광둥 등 중국 지방과 관련한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삼계탕이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문헌 기록 등의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삼계탕에 대한 국제적 상품분류체계인 HS코드도 없다. HS코드는 수출 시 관세율과 FTA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HS 코드 번호 1602.32.1010으로 삼계탕(Samge-tang)을 분류하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아전인수식 설명에 국내 농식품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삼계탕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중국이 끼어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이 1990년대 말부터 세계 각국에 삼계탕 수출을 타진하며 세계화를 위해 싸워온 것이 이제 막 결실을 보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삼계탕 공정이 나와서다. 관계자는 "삼계탕 수출을 허가받기 위해 세계 각국을 설득하는 고생은 한국이 다 하고도 정작 수출 성과는 중국이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촌진흥청은 '삼계탕은 전통 요리인 닭백숙이 일제강점기 무렵 진화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부유층 사이에서 닭백숙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요리가 처음 나왔다. 실제 인삼이 들어가는 현재의 삼계탕은 1960년대 이후 모습을 갖췄다. 이후 1970년대 무렵부터는 대표적인 대중 보양식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한국 전통 의상 역사 왜곡

우리 전통 의상인 한복에 대한 역사 왜곡 사례도 있었다. 중국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샤오미는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 한복을 입은 남녀 캐릭터 이미지를 올려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단순한 캐릭터 이미지가 아니라 해당 이미지를 중국 문화(China Culture)’라는 제목으로 업로드했기 때문이다. 국내 누리꾼들은 샤오미 제품 불매 의사까지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했다. “샤오미 제품은 불매하겠다”, “부모님 선물용으로 워치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샤오미는 거르고 다른 제품을 알아봐야겠다”, “애초에 중국 제품은 안썼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중국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이 한복과 갓, 망건 등을 착용하고 나오는 빈도도 점차 늘고 있다.

앞서 작년 11월 중국 게임회사 샤이닝니키는 게임 아이템으로 한국 전통 의상한복을 출시했다가 중국 네티즌에게 비난을 받고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중국 서버에서 한복 아이템이 동시 출시되자 중국 누리꾼들은 한복이 명나라 시대 중국 전통 의상 한푸(漢服)’라며 게임회사를 비난한 것이다. 일부 중국인은 한복이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의상이기에 중국 의상이 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비슷한 논란은 올 초에도 있었다. 중국 댓게임컴퍼니의 ‘SKY-빛의 아이들에서 이른바 갓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개발사는 시즌 업데이트에서 한국의 갓을 아이템으로 추가했는데, 업데이트는 해외 서버에만 추가됐고 중국 서버에는 중국식의 삿갓 아이템으로 바꾸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에는 한국의 갓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중국 유저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자국 누리꾼의 항의를 이기지 못한 개발사는 갓과 삿갓 모두 중국의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고, 제노바 첸 대표는 한술 더 떠 중국 송과 명나라의 모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정부 방관 말고 적극적인 대응 필요

인터넷에서 한·중 누리꾼 사이의 공방은 뜨겁지만, 우리 전통 문화 보존을 위한 연구와 노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가 올린 트위터 한복 청원글에는 중국인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한국인들은 역사를 왜곡하지 말고, 중국의 문화를 훔치려 하지 마라” “한국인들은 항상 중국 문화를 도둑질한다. 상습범이다” “한국은 중국의 종속국이었다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국내 여론 역시 싸늘하다. 시민들은 저렇게 우리 문화를 뺏어가려고 혈안인데 외교부는 뭐하냐” “중국은 본인들 문화에 자부심을 가져라” “동양 역사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오해할 것 같다.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가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박기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대표는 비슷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일 문제와 달리 정부가 사태를 안일하게 보는 것 같다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이 가져야 한다. 국가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은 중화민족 중심의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접점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를 더 자극하고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중국의 도전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는 국가와 문명이 태엽처럼 맞물려 서로 영향을 미치며 다르고도 비슷하게 발전해간다. 이러한 문화의 상호작용을 도외시한 채 모두가 내 것이라는 중국 쪽의 무리한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문화의 보존 및 계승 노력 없이 원래부터 우리 것이었으니 우리 것을 건들지 말라는 식의 감정적 대응은 현 상황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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