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야권 주자들 대격돌 시작
대선 앞둔 야권 주자들 대격돌 시작
  • 정하연
  • 승인 2021.04.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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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쪽도 분열하고 있지만, 승리한 쪽도 분열하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선거패배의 책임을 두고 분열하지만, 국민의힘은 다음 대선 주자를 놓고 분열을 시작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떠나자마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맹렬하게 폭격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국민의힘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패배했더라면 일단은 자숙한 뒤 이런 분열양상은 오히려 시간이 흐른 뒤에 시작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일단 대선 가도에서 청신호가 켜졌다는 판단이 들자 야권 내부의 각 진영에서 서둘러 대권 경쟁에 나서면서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종인 전 위원장의 안철수 대표 맹폭

안철수 대표에게 늘 거리두기를 해왔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떠난 뒤 했던 말들은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하는 발언의 면면은 마치 정적을 대하는 것처럼 날이 세워져 있다. 그가 9일 연합뉴스와 했던 인터뷰에는 이런 말들이 언급됐다.

“(안철수 대표가 한 야권의 승리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햐냐. 야권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 “내가 역시 사람을 잘 알아봤다”, “그런 사람(안철수)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

물론 그간에도 안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평가절하는 쭉 있어왔지만 건방이라는 모욕적인 말은 처음이었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안철수 대표가 향후 국민의힘의 대권가도에 방해가 될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철수 대표가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이번 선거가 끝나지도 않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신의 대권의지를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에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야권 대통합의 약속, 정권교체의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

또한 그는 선거 이후에도 이런 발언을 이어나갔다.

야권이 단일화를 이뤄내고 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저를 포함한 야권의 책임 있는 분들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혁신하고 단합하고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 대표의 이러 발언들은 향후 대권 가도에서 내가 중심이 되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치 이번 보궐선거처럼 느닷없는 시기에 안 대표가 야권 통합 대통령 후보를 들고 나와 또다시 판을 뒤흔들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대표와 함께 윤석열 전 총장도 내년 대선판에서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윤 전 총장에 대한 러브콜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 역시 윤석열 전 총장을 끌어안음으로서 자신에게 유력한 발판을 만들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전 총장-안철수 대표-국민의힘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이 과정에서 또다시 단일화가 이뤄지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여주었던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가 연출되면 역시나 대권가도에서의 진흙탕이 재연된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에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미 윤석열 전 총장과 안철수 대표는 합쳐질 수 없는 사이라고 단정짓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야권의 혼란을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대검찰청)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대검찰청)

 

윤석열 전 총장과도 합치기 쉽지 않을 듯

특히 당장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선거 전에 이미 안 대표는 합당을 공언했지만, 막상 후보에서 밀린 안 대표가 합당을 순조롭게 진행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일단 지금의 상태에서 합당을 하게 되면 안철수 대표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지역구 국회의원도 없이 고작 비례대표 3명의 국회의원만 있는 국민의힘이 내부로 흡수되어 존재감을 완전히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떄문이다. 일단 지분 싸움에서 지고 들어가기 때문에 이후 안 대표의 활동반경은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거기다가 오세훈 시장이 안 대표와 서울시를 공동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 모양새가 ‘오세훈의 그림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안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안 대표의 고민은 또다른 야권 분열의 씨앗을 품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윤석열 전 총장이 일단은 제3지대에서의 정치활동을 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기 떄문에 안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공동 연합전선을 완전히 포기하고 국민의힘에 흡수되길 원치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서서히 이 대열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그의 복당절차가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이번 선거를 치른 후 복당을 하려고 했던 치밀한 홍 의원의 물밑작업 덕분일 수도 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명분과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그가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대선도전’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그렇듯, ‘정권교체의 밀알’을 표방하고 있다. 그는 ‘대선 후보 경선 때 나를 반대하고 다른 후보 진영에서 일하면 되지 굳이 한국 보수의 적장자인 내가 들어오는 것조차 반대할 이유가 있나. 나는 당권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정권 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 그저 마지막 제 남은 일은 진충보국(盡忠報國)하는 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언급은 정치인의 레토릭일 뿐, 향후 대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그가 어떤 행보를 할 지를 알기는 힘들다. 그러나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많아지고, 그 경쟁이 격화될수록 분열은 오히려 더 심화될 수도 있다. 

야권에서는 이번 서울, 부산시장 선거가 ‘대통령 선거의 승리를 잡이 위한 교두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은 문재인이고, 국회의원의 180석은 민주당이다. 서울과 부산시장의 자리가 국민의힘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대세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 국민의힘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고, 등락하는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도에 비해, 안정적인 지지도의 이재명 지사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제 또다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격돌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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